▲ 도시공동체연구소가 주최하는 첫 번째 세미나가 3월 2일 서울 동숭교회에서 6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뉴스앤조이 백정훈
도시공동체연구소(도공연·소장 성석환)가 '지역 사회와 함께하는 한국교회'라는 주제로 3월 2일 오후 4시 서울시 종로구 동숭동 동숭교회(목사 서정오)에서 제1차 세미나를 열었다.

도공연은 한국교회가 지역 사회를 섬기는 일에 매진해야 한다는 믿음으로 이를 돕기 위해 설립된 단체다. 도공연이 처음으로 개최하는 세미나인 만큼 '한국교회의 위기 상황을 극복할 대안을 지역 공동체를 세우는 지역 교회 운동에서 찾는다'는 도공연의 사역 방향을 큰 틀에서 살피는 자리였다.

▲ 정재영 교수가 '도시 공동체와 지역 교회의 역할'이라는 제목으로 주제 발표를 했다. ⓒ뉴스앤조이 백정훈
정재영 교수(도공연 연구위원·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는 한국교회가 위기에 처한 이유를 지역 사회와 유리된, '게토'가 된 것에서 찾았다. 정 교수는 "한국교회가 공신력을 잃어버렸다"며, "공공의 문제보다 교세 확장·교회 건축·교권 유지 등 자기들만의 왕국을 건설하는 일에 급급하다"고 했다.

정 교수는 교회가 신뢰를 되찾기 위해서는 지역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하며, 교회는 지역 사회의 주요 구성원이기 때문에 교회와 지역 사회를 분리해서 생각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정 교수는 교회가 지역 사회 문제를 진지하게 다루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교회가 지역 사회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요청이 시민 사회에서도 나왔다. 기조 발제를 맡은 박원순 변호사(희망제작소 상임이사)는 낙선 운동으로 시민의 힘을 두려워했던 정치인들은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갔다며 '위로부터의 개혁'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사회를 바꾸는 것은 시민 한 사람이 제 목소리를 내는 풀뿌리 지역 운동이다. 그런데 운동의 기반이 되는 지역 공동체가 무너져서 시민의 단결된 힘을 지속적으로 발휘하지 못한다"고 했다.

박 변호사는 지역 사회에서 공동체로 존재하는 교회에 희망을 걸었다. "교회는 풀뿌리 지역 운동의 산파 역할을 할 수 있는 자원을 가지고 있다. 과거에 기독교가 민주화를 위해 큰일을 했다. 이제는 새롭게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지역 공동체 운동으로 새로운 사회로 가는 비전을 함께 만들어 내자"고 했다. 그는 "여기 모인 목사들이 좋은 교회를 만들어 각 지역에 잘 정착해 지역 사회와 함께 발전할 수 있는 대안을 만들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 박원순 변호사는 한국교회가 시민 사회와 손 잡고 풀뿌리 지역 운동을 활성화하는 일에 나서자고 요청했다. ⓒ뉴스앤조이 백정훈
지역 사회와 함께하는 첫 걸음으로 지역의 시민 단체들과 연대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경기도 일산에 있는 한 교회는 주일 오후 예배 시간에 지역의 시민 단체들이 교인들에게 활동 내용을 소개하는 순서를 마련했다. 또 교회에서 하는 봉사 대신에 교인들이 시민 단체에 참여하도록 했다. 교회의 헌금으로 단체들을 도왔다. 조성돈 교수(도공연 연구위원·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는 "시민 단체들과 소통하면서 함께 고민한다면 교회가 지역 사회를 건강하게 세워 나가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세미나에는 60여 명의 사람들이 참석했다. 이 중에는 개척 교회 목회자들이 많았다. 광주에서 교회 개척 중인 허석 목사(숨-쉼교회)는 "나도 기존 목회의 틀이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주변 교회와 경쟁하지 않고, 지역 사회와 담 쌓지 않는 목회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이 세미나에 참석하게 되었다"고 했다.

도공연은 5월에 '공정 무역과 지역 공동체'라는 주제로 제2차 세미나를 개최한다. 또한 도시에서 대안적인 공동체 목회를 준비하는 사람들과 스터디 그룹도 만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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