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라데이지호대책위원회가 3월 2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참사 7주기 기자회견을 열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스텔라데이지호대책위원회가 3월 2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참사 7주기 기자회견을 열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뉴스앤조이-나수진 기자] 2024년 부활절인 3월 31일은 스텔라데이지호 참사가 발생한 지 7년이 되는 날이다. 참사 후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실종자 가족들은 아직 유해조차 수습하지 못한 채 여전히 애타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정부는 2019년 2월 1차 심해 수색에서 유해로 추정되는 시신을 발견하고도 수습하지 않았고, 실종자 가족들의 추가 심해 수색 요구에 대해서는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소극적으로 일관하고 있다. 

교계 단체들로 구성된 '고난받는이들과함께하는연합예배'는 스텔라데이지호대책위원회·재난참사피해자연대와 3월 26일 광화문에서 참사 7주기를 앞두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정부가 하루빨리 2차 심해 수색을 실시하고 진상 규명 및 책임자 처벌에 나서라고 요구했다. 

실종 선원 허재용 이등항해사의 누나 허경주 부대표는 "작년 12월, 형사 재판 1심에서 스텔라데이지호의 침몰이 단순히 선원들의 잘못이나 날씨 탓이 아니라 선사의 잘못이라고 판단했다. 스텔라데이지호를 운항했던 폴라리스쉬핑이 배에 문제가 있음을 알면서도 선원들의 생명과 목숨을 담보로 돈을 벌기 위해서 파렴치한 짓을 했다는 사실을 법원이 밝혀낸 것"이라고 말했다.

허경주 부대표는 "선사 측 항소로 앞으로 몇 년간 법정 싸움을 지속해야 하지만, 가족들은 다시 한번 마음을 가다듬고 참사의 원인을 밝혀내고 제대로 책임을 지우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이것이 스텔라데이지호 참사를 몇몇 개인의 불행한 일로 치부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참사'로 기억하고, 우리 사회를 더 안전하게 만들며, 동생이 젊은 나이에 억울하게 희생당해야 했던 의미를 찾는 길이라고 믿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스텔라데이지호대책위 송경용 신부(대한성공회)는 정부가 하루빨리 2차 심해 수색을 실시해 미수습자 선원들의 유해를 가족들의 품으로 돌려보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우리는 64년 전 6·25 전쟁 때 돌아가신 분들의 유해를 지금까지도 찾아내서 극진히 모시고 있다. 그러나 7년 전 3월 31일 수장되었던 선원들의 유해는 아직도 남대서양 바닷속에 있다. 희생자들을 모셔 오는 일은 과학적·기술적으로 충분히 가능하고, 정부와 선사가 마음만 먹으면 당장 오늘이라도 출발할 수 있다. 그것이 국민을 돌봐야 하는 무한책임을 지닌 국가의 당연한 의무이자, 철판이 숭숭 뚫린 낡은 배를 운행해 생때같은 죽음을 야기한 선사가 져야 할 책임"이라고 말했다.  

재난피해자권리센터 유혜정 센터장은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들의 투쟁에 연대하는 것은 개인적 연민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정의와 인권을 회복하는 일이라고 했다. 그는 "가족의 유해조차 수습하지 못하는, 그래서 장례조차 치르지 못하게 하는 국가가 과연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는 국가인지, 정의로운 국가인지 묻고 싶다"면서 "인간의 존엄성과 인권, 정의가 거짓말이 될 때, 타인의 고통을 살피지 않고 타인의 고통에 무관심할 때 우리 사회는 무너져 내리고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도, 바랄 수도 없다. 하루라도 늦기 전에 이들이 사랑하는 가족을 애도하고 추모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실종자 허재용 이등항해사의 누나 허경주 부대표(사진 가운데)와 어머니 이영문 씨(사진 오른쪽). 뉴스앤조이 나수진
실종자 허재용 이등항해사의 누나 허경주 부대표(사진 가운데)와 어머니 이영문 씨(사진 오른쪽). 뉴스앤조이 나수진

2021년 해고 노동자, 2022년 장애인 이동권, 2023년 이태원 참사 피해자 등 사회적 약자·소수자와 함께하는 부활절 예배를 개최해 온 고난받는이들과함께하는연합예배는 이번 부활절이 스텔라데이지호 참사 7주기 당일인 만큼, 올해 연합 예배를 참사 실종자 가족과 연대하는 예배로 열 것이라고 밝혔다. 

고난받는이들과함께하는연합예배 송지훈 사무국장은 "희생자들의 장례를 치르지 못해 '몇 주기'라는 표현도 쓸 수 없었던 가족들이 올해부터는 7주기라고 표현하게 됐지만, 그 아프고 쓰라린 마음을 감히 헤아리기 어렵다"면서 "기독교는 고난과 죽음으로 그치는 것에 저항해 다시 살아나신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부활의 종교다. '세상 끝 날까지 항상 너희와 함께할 것'이라는 약속을 붙잡으며, 스텔라데이지호 및 재난 참사 피해자와 연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남병 사무총장(고난받는이들과함께하는모임)은 "그날 거의 같은 시각, 대형 교회인 명성교회에서는 수많은 사람이 참여하는 '한국교회 부활절 연합 예배'가 열린다. 윤석열 대통령은 아마 그곳에 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부활하신 예수님은 지금도 남대서양 3000~4000미터 아래 바닥에 수습되지 않은 채로 있는 허재용 이등항해사의 옆에, 길거리에서 예배하는 소수의 무리 옆에 계실 것이라고 믿는다. 스텔라데이지호 희생자 가족들과 함께 드리는 부활절 예배에 관심 가지고 참여해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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