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성광교회 현종남 목사가 수년간 설교를 표절해 온 것뿐만 아니라 여성 교인들에게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안산성광교회 설교 영상 갈무리
안산성광교회 현종남 목사가 수년간 설교를 표절해 온 것뿐만 아니라 여성 교인들에게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안산성광교회 설교 영상 갈무리

[뉴스앤조이-나수진 기자] 수년간 설교를 표절해 온 것이 들통나 교회 분쟁을 촉발한 안산성광교회 현종남 목사는, 여성 교인들을 상대로 성추행 및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지금까지 피해를 입었다고 진술한 사람은 6명이고, 그중 한 명은 현 목사를 강제 추행으로 고소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14일 현 목사를 벌금 100만 원에 약식기소했다.

성 문제는 2023년 1월 18일 현종남 목사가 기획위원회에서 사임을 발표했을 때, A 장로가 그의 부적절한 처신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면서 불거지기 시작했다. 이날 현 목사가 자리를 떠난 후 기획위원들 사이에서는 그의 거취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다. 갑작스러운 담임목사의 사임 발표에, 바로 사임계를 받자는 의견과 교회에 혼란이 올 수 있으니 시간을 두고 절차를 밟자는 의견이 분분했다. 이때 A 장로가 2017년 현 목사가 한 여성 청년에게 부적절한 처신을 했다고 이야기했다. 

충격을 받은 기획위원들은 현종남 목사의 사임계를 수리하기로 했다. 한 기획위원은 "그것이 사실이라면 그냥 있으면 안 된다. 현 목사는 다음 주부터 단에 세우면 안 된다. 빨리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했다. 다른 기획위원도 "설교 문제는 목사님에게 한 번쯤 기회를 드려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성 문제는)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는 것 같다. 안식월을 다녀오시면 바로 정리하는 걸로 하자"고 했다. 

그러나 현종남 목사는 성 추문에 강하게 반박하며 사임 의사를 번복했다. 그는 1월 29일 열린 기획위원회에서 자신에게 거짓 프레임이 씌워졌다며 교회에 잔류하겠다고 밝혔다. 현 목사는 부교역자들에게 채증을 시키며 "(성추행했다는) 누명을 쓰고 교회를 떠날 수는 없다. 모든 명예를 회복하기 전에는 교회에서 한 발짝도 떠나지 않겠다"고 일방적으로 말한 뒤 자리를 떠났다. 성추행 의혹을 퍼뜨리는 교인들은 교회법과 사회 법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도 경고했다. 

A 장로가 현 목사의 성 문제를 공론화하자, 현 목사는 사임 결정을 번복하고 교회에 잔류했다. 이 같은 사실이 교회에 알려지면서 피해를 당한 또 다른 여성 교인들이 증언에 나섰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A 장로가 현 목사의 성 문제를 공론화하자, 현 목사는 사임 결정을 번복하고 교회에 잔류했다. 이 같은 사실이 교회에 알려지면서 피해를 당한 또 다른 여성 교인들이 증언에 나섰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현종남 목사에게 성 문제가 있다는 소문이 교회 내에 퍼지면서, 그에게 성추행을 당했거나 부적절한 메시지를 받았다는 증언이 다른 교인들에게서도 나왔다. 그중 한 명이 30년 넘게 교회를 다닌 B 집사였다. B 집사는 매달 셋째 주마다 교회 의료봉사실에서 혈압제·혈당제 등을 나눠 주는 일을 해 왔다. 그는 2018년 의료봉사실에서 현 목사에게 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B 집사에 따르면 사건은 2018년 7월 15일 벌어졌다. 근처를 지나던 현 목사가 홀로 화분에 물을 주고 있던 B 집사를 보고 의료봉사실 안으로 들어와 추행을 했다는 것이다. B 집사는 조용히 사건을 덮고 넘어가자고 생각했다. 청년 시절부터 몸담아 온 교회에 분란을 일으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신만 현 목사를 피해 다니며 조용히 신앙생활하면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B 집사가 5년 전 피해를 다시 끄집어낸 건, 자신만 이런 일을 당한 게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는 현 목사의 성 문제가 불거진 뒤, 몇몇 교인과 자체적으로 조사를 벌였다. 한 청년은 미성년 시절 현 목사로부터 "너를 위해 기도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메시지를 여러 차례 받았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청년은 "목사님이 악수를 권하길래 손을 잡아 드렸는데, 인사가 끝났는데도 잡은 손을 놔 주지 않았다. 불편함을 느껴 이후 목사님을 피해 다녔다"고 말했다. 현 목사가 자신의 몸을 만졌다고 증언한 교인도 있었다.

B 집사는 현 목사에게 피해를 당했지만 나서지 못하거나 조용히 교회를 떠난 피해자가 더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뉴스앤조이>에 "피해를 받았다고 내게 증언한 한 교인은 청년 시절 사건을 겪고 조용히 교회를 떠났다. 이렇게 드러나지 않은 피해자가 더 많을 것이다. 현 목사에게 피해를 당한 또 다른 청년들도 있지만 드러내는 걸 원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더 이상 사건을 덮어서는 안 된다고 판단한 B 집사는, 작년 7월 강제 추행 혐의로 현 목사를 고소했고, 검찰은 12월 14일 현 목사를 벌금 100만 원에 약식기소했다. 

피해자 B의 고소로, 현종남 목사는 지난해 12월 14일 약식기소됐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피해자 B의 고소로, 현종남 목사는 지난해 12월 14일 약식기소됐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현 목사, 성 추문 강력 부인
최초 공론화한 A 장로 지방회 고소
피해자 B 집사는 선교 배제

현 목사의 표절 및 성희롱·성추행 의혹과 사임 번복으로 교회는 양분됐다. 현 목사를 지지하는 교인들은 설교 표절은 문제가 되지 않으며, 성 추문은 증거가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현 목사의 사임을 요구하는 교인들은, 사실 여부를 떠나 성 문제가 다수 불거졌고, 현 목사가 이미 사임을 발표했다는 점에서 책임을 지고 교회를 떠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교회에 잔류한 현 목사는 반대 교인들에게 강경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5월, 성 문제를 처음으로 언급한 A 장로를 '교역자 모함·악선전 및 허위 사실 유포' 등 혐의로 지방회에 고소했다. 또한 B 집사가 반대 교인들과 함께 자신을 음해하고 있다며, B 집사가 활동해 온 의료봉사실을 폐쇄하고 그를 해외 선교에서 배제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현 목사는 반대 교인들을 향한 표적 설교를 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13일 '다윗의 영성'이라는 제목의 설교에서 "누군가 나를 중상모략하고 끌어내리려고 해도 끝까지 버텨야 한다. 나도 끝까지 강단을 지킬 것"이라면서 "목사가 아무리 못나도 하나님께 어떤 기름 부음 받은 목사는 목사다. 그래서 함부로 건드려서는 안 되는 거다. 혹시 이런 사람이 있다면 마음이라도 찔렸으면 좋겠다. 양심이라도 좀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 목사는 성희롱·성추행 의혹에 모두 직접적인 증거가 없거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부인하고 있다. 그는 5월 19일 A 장로에게 보낸 답변서에서, 검찰이 약식기소한 B 집사 사건에 대해 "그런 사실이 절대 없으며 기억나지도 않는다. 5년 전 일인데 지금까지 아무 말 없다가 지금 와서 무슨 의도로 이러는 건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여고생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에 대해서도 "격려와 칭찬의 메시지를 문자로 전해 준 일은 있다. 그러나 심리적인 고통을 주는 문자를 발송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뉴스앤조이>는 현종남 목사의 입장을 묻기 위해 3월 4일 질의 내용을 담은 이메일을 보내고, 3월 8일 전화와 문자메시지 등으로 한 번 더 연락했지만, 그는 현재 재판 중인 사안이라며 답변을 거부했다. 민·형사 소송을 걸겠다며 기사화를 하지 말라고 하기도 했다. 현 목사를 옹호하는 한 장로는 3월 6일 통화에서 "특별히 할 말이 없다"고만 짧게 말했다. 한 원로장로도 "부끄러운 일이라 말씀드리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계속)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