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엄태빈 기자] 한국대학생선교회(CCC·박성민 대표) 간사 신분으로 선교 단체에 소속된 대학생에게 성폭력을 저지른 A가 '피감독자 간음 및 강제 추행'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수원지방법원은 2월 15일, A에게 징역 2년과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판결했다.

A는 2016년 경기도의 한 대학 캠퍼스에서 CCC 전임간사로 일하며, 순장(CCC 소그룹 리더)을 맡은 김아영 씨(가명)를 6개월간 수차례 강간하고 추행했다. 당시 김 씨는 하나님이 해결해 주실 거라고 생각하며 사건을 묻으려 했지만, 이후에도 가해자는 아무 일 없다는 듯 행동하고 신학교에 진학했다. 김 씨는 2021년 5월, CCC 윤리위원회에 사건을 알리고 가해자를 고소했다. 

피해자가 사건을 공론화했을 당시, 가해자 A는 피해자와의 통화에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그러나 경찰·검찰 조사와 재판에서 A는 가해 사실을 전부 부인했다. 경찰 조사에서는 범행 장소에 갔다고 진술했다가 검찰 조사에서는 가지 않았다고 하는 등 진술도 오락가락했다. 또 A는 자신이 피해자를 지휘·감독하는 지위에 있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A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해자와 피고인의 관계,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 및 수법, 범행 후 정황 등에 비추어 보면 그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 피고인의 범행으로 피해자가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을 것으로 보임에도, 피고인은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며 진지하게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고, 피해자도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판결했다. 

김아영 씨는 가해자에게 유죄판결이 내려진 데 대해서는 안도했지만, 그가 여전히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에는 분노했다. 김 씨는 3월 8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A가 뭘 믿고 끝까지 무죄를 주장하는지 모르겠다. CCC 윤리위에서도 다 인정해 놓고 재판에서는 범행을 모두 부인했다"며 "민사소송도 준비 중이다. 가해자가 감옥에 있는 상황이라 그 가족들이 고생할까 봐 안 하려고 했는데, 가해자가 항소를 했더라. 반성의 기미를 보였으면 이렇게까지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아영 씨는, CCC에서 자신과 비슷한 문제를 겪는 피해자들이 몰라서 가만히 있거나 혼자 고민하지 않도록 CCC가 미리 관련 절차를 학생들에게 알려주면 좋겠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자료사진
김아영 씨는 자신과 비슷한 문제를 겪는 피해자들이 몰라서 가만히 있거나 혼자 고민하지 않도록, CCC가 미리 관련 절차를 학생들에게 알려 주면 좋겠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자료사진

김아영 씨는 CCC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드러냈다. CCC는 2021년, 김 씨의 신고를 받고 조사를 거쳐 가해자 A를 제명(자격정지) 처분했다. 김 씨는 처음부터 △가해자 사과 △사건 공론화 △재발 방지 대책 등을 요구했으나, CCC는 가해자를 징계했을 뿐 피해자의 나머지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 씨는 "공론화를 요구한 것은 비슷한 문제를 겪은 피해자들을 위해서였다. 결국 공론화가 되지는 않았지만 더 이상 CCC에 크게 바라는 건 없다. 다만, 나는 피해 당시 CCC에 윤리위원회가 있는지도 몰랐다. 많은 학생이 모르고 있을 거다. 이런 문제가 있을 때 학생들이 몰라서 가만히 있거나 혼자 고민하지 않을 수 있도록, CCC에서 절차를 밟을 수 있게 미리 고지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A의 아내도 CCC 간사인데, 동기 간사를 비롯해 주변인들에게 나에 대해 악의적으로 얘기하며 탄원서를 요청하고 있다고 들었다. CCC가 이 사실은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알고 있는데 그냥 두고 있는 거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어렵다"고 덧붙였다.

한편 A의 아내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2년 전 <뉴스앤조이>가 피해자의 입장만 듣고 기사를 써 많은 상처를 받았다며 억울하다고 했다. 그는 "재판 중이라 다 말할 수는 없지만 우리도 할 말이 많다. 항소를 진행 중이니 다 끝나고 기사를 내 달라. 필요하면 그때 또 인터뷰를 하겠다"고 말했다.

재판 중에도 교회 사역 지속
'수련회'로 재판 기일 미루기도

가해자 A는 이번 판결로 구속되기 전까지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김학유 총장)에 다니며 대한예수교장로회 합신(예장합신·변세권 총회장) 소속 ㄴ교회에서 초등부 전도사로 사역했다. 그는 재판 도중, 공판일이 수련회 날짜와 겹친다며 다른 날짜를 요구하기도 했다. 

ㄴ교회 담임 송 아무개 목사는 A가 성폭력을 저지른 사람인 줄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3월 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A가 어느 날부터 아무 말도 없이 교회에 나오지 않았다. 그의 변호사가 연락해 와 '곧 보석으로 나와 항소를 준비할 것'이라고 하더라. 그래서 (연락을) 기다리고 있었다"고 말했다. 송 목사는 A를 사직 처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ㄴ교회가 소속한 예장합신 경기중노회 노회장 김병관 목사도 지난주에야 이 사실을 인지했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송 목사가 갑작스럽게 소식을 접하고 당황스럽다며 나에게 알렸다. 내가 학교에도 이야기하고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해 놓은 상황이다"라고 했다.

그는 "이런 일이 발생해 죄송하다. 교회가 도덕적인 기준이 높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교단은 이런 일이 발생하면 제적 처리하거나 소명의 기회를 주고 회개하지 않으면 강력 처벌한다"면서도 "지금 A가 교도소에 있어 소명할 수가 없으니 당장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A는 아직 졸업 전이라 학교에서 제적 처리될 가능성이 크다. 혹여 그렇지 않더라도 그 다음 단계를 밟지 못하게 하겠다. 강도사 고시를 치르거나 목사 안수를 받지 못하도록 하겠다. 죄를 지었으면 죗값을 치러야 하지 않겠나"라며 "가장 화가 나는 것은 우리에게 전혀 얘기하지 않고 숨겼다는 것이다. 우리 교단은 이런 부분에 있어서 엄격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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