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박요셉 사역기획국장] 교회 본질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교회를 버려야 한다는 목사의 말에 교인들은 크게 술렁였다. 십수 년 전, 교인들은 힘을 모아 예배당을 새로 지었다. 5층짜리 크고 아름다운 예배당이었다. 건축 이후 새로 등록하는 교인이 늘었지만, 효과는 오래 가지 않았다. 교회가 자리한 성남시 분당에 이름만 대면 알 만한 큰 교회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대형 교회의 성장 및 영향력과 무관하게, 분당 전체 기독교인 비율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목사는 고민했다. 교회란 무엇인가, 부흥이란 무엇인가. 시선을 비기독교인에게 돌렸다. 주민을 전도하기 위해 다양한 사역을 시작했다. 지역 청소년 합창단을 만들고, 각종 문화 교실을 열었다. 

그러면서 많이 배웠다. 전도를 위해 시작한 문화 사역이었지만 교인들은 비기독교인들을 교회로 데리고 오는 것만이 전도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나님나라 복음은 개인과 하나님과의 관계에만 국한되는 협소한 개념이 아니었다. 지역과 사회에도 말 그대로 기쁜 소식이어야 했다.

교회가 지역으로 깊이 들어가야 한다는 고민은 결국 교회가 갖고 있는 전통적 외양을 버려야 한다는 데까지 이르렀다. 본질만 놓치지 않는다면 바꿀 수 있는 것은 다 바꿔야 했다. 교인들은 오랜 논쟁 끝에 예배당을 인근 교회에 매각했다. 그러는 과정에서 몇몇 가정이 교회를 떠나는 진통을 겪기도 했다.  

도시공동체연구소(성석환 소장)는 2월 15일 '도시의 복음, 공동체로 말하다'를 주제로 제4회 교회와 공동선 컨퍼런스를 열었다. 교회가 지역사회 주민과 더불어 살아가는 첫 번째 사례로, 분당 백현동 카페 거리에 있는 하모니성음교회(허대광 목사)를 소개했다. 지역 목회자와 신학생 40명이 참석한 가운데, 김상덕 연구교수(한신대)가 '조화로운 도시를 위한 공공신학적 상상력'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했다.  

도시공동체연구소는 2월부터 6월까지 네 차례 '교회와 공동선 컨퍼런스'를 열 계획이다. 사진 제공 도시공동체연구소
도시공동체연구소는 2월부터 6월까지 네 차례 '교회와 공동선 컨퍼런스'를 열 계획이다. 사진 제공 도시공동체연구소
목사보다 상인회장이 더 중요

예배당을 매각한 하모니성음교회는 '상가 건물'을 하나 구했다. 1~2층에 교회가 운영하는 카페를 비롯해 상가 공간을 마련하고, 3~4층에 중·소형 다목적 홀을 꾸몄다. 당시 성남에는 200석 이상 보유한 공연장이 한 곳밖에 없어, 문화 예술 공간이 부족했다. 예배가 있는 일요일을 제외한 나머지 날에는 각종 음악회와 연극, 공연 등이 이곳에서 열린다.  

공간만 바꾼 건 아니었다. 하모니성음교회는 지역사회를 위한 사역을 시작하면서 비슷한 가치를 추구하는 동역자들과 함께 사단법인 하모니포씨티(김영신 이사장)를 만들었다. 교회의 공공성에 관심 있는 신학자, 동료 목회자, 평신도 사역자 등이 하모니포씨티라는 우산 아래 각각 △지역 노숙인 무료 급식 △청소년 음악 교육 △태국·미얀마 난민 학교 △비영리 축구단 등의 사역을 이끌고 있다. 

성음아트센터는 밖에서 보면 일반 상가로 보인다. 최근에는 간혹 이단으로 오해하는 주민이 있어서 현수막을 달았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성음아트센터는 밖에서 보면 일반 상가로 보인다. 최근에는 간혹 이단으로 오해하는 주민이 있어서 현수막을 달았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허대광 목사는 교인들과 오랫동안 공부와 토론을 거치면서 어떻게 하면 교회가 지역사회 공공재로서 기능할 수 있을지 많이 고민했다고 말했다. 그는 주민이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도록 건물에 교회와 관련한 표식을 지우고,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을 만들려고 노력했다고 했다. 교인들 모두 지역 시민이라는 정체성을 중요하게 여기고, 허 목사 자신도 지역에서 목사보다 상인회장이라는 역할이 더 크다고 말했다.

교회는 교회를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김상덕 교수는 윌리엄 템플 주교의 말을 인용하며, 교회의 사명을 "그 일원이 아닌 이들을 위해 존재하는 조직"이라고 말했다. 사진 제공 도시공동체연구소
김상덕 교수는 윌리엄 템플 주교의 말을 인용하며, 교회의 사명을 "그 일원이 아닌 이들을 위해 존재하는 조직"이라고 말했다. 사진 제공 도시공동체연구소

사례 연구를 발표한 김상덕 교수는 하모니성음교회가 걸어온 모습에서 한국교회가 나아갈 길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사회가 심각한 양극화·저성장 시대로 전환하면서 개인의 생존을 취우선 가치로 여기는 각자도생 사회로 전락했다고 진단했다. 이는 한국교회도 예외가 아니라며, 공동체를 향한 불신과 공동체성 상실이 교회를 위협하고 있다고 했다. 

각자도생이 가져다준 위기 속에서 교회가 고민해야 할 건 독자 생존이 아니라 공생이다. 김 교수는 "도시에 사는 구성원들이 서로 돌보며 더불어 함께 사는 길을 궁리하고, 자본에 의해 파편화된 개인을 공동체로 묶기를 힘쓰며, 공동의 가치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걸 몸으로 보여 주는 것"이 우리 시대의 필요한 교회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