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질렀던 목사가, 출소 후 아버지 교회로 복귀해 대학부 설교를 하고 있다. 네이버 지도 로드뷰 갈무리
청년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질렀던 목사가, 출소 후 아버지 교회로 복귀해 대학부 설교를 하고 있다. 네이버 지도 로드뷰 갈무리

[뉴스앤조이-나수진 기자] 대형 교회 청년부에서 자신이 양육하던 청년을 강간해 징역 3년을 선고받고 수감 생활을 한 목사가, 출소 후 아버지가 담임하는 교회에서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설교를 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성범죄로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에서 면직당했는데, 다른 교단 교회에서 별다른 제재 없이 목사로 활동하고 있던 것이다.

인천 한 대형 교회 부목사였던 심 아무개 목사는 2016년 1월 자신이 사역하던 청년부의 여성 리더를 자택으로 불러 성폭력을 저질렀다. 인천지방법원은 심 목사가 교회 청년부인 피해자를 상대로 범행을 저지르는 등 죄질이 좋지 않고, 그럼에도 범행을 부인하며 피해자에게 정신적 피해를 안긴 점 등을 고려해 엄벌의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이 판결은 2016년 12월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심 목사가 속했던 감리회는 2018년 12월 재판위원회를 열어 그를 면직했다. 

그러나 심 목사는 출소 후 아버지가 담임하는 서울 노원구 ㅎ교회로 복귀했다. ㅎ교회가 운영하는 네이버 카페 게시물을 토대로 추정해 보면, 그는 최소한 지난해 7월 30일부터 9월 24일까지 매주 대학부 예배 설교를 맡아 왔다. 12월 20일에는 전 교인을 대상으로 하는 주일 오전 예배 설교를 맡기도 했다. ㅎ교회는 구체적인 소속 교단을 밝히지 않고 '대한예수교장로회'라고만 소개하고 있다.

ㅎ교회 네이버 카페에는 심 아무개 목사가 대학부 예배에서 설교를 전한다는 게시물이 올라와 있다. 취재 직후, 이 게시물은 모두 삭제됐다. ㅎ교회 네이버 카페 갈무리
ㅎ교회 네이버 카페에는 심 목사가 대학부 예배에서 설교를 전한다는 게시물이 올라와 있다. 취재 직후, 이 게시물은 모두 삭제됐다. ㅎ교회 네이버 카페 갈무리

<뉴스앤조이>는 심 목사에게 청년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또다시 대학생들에게 설교를 전해도 되는지 물었다. 그는 최소 2개월 이상 대학부 설교를 해 왔다는 교회 게시물 내용과 달리 "한두 번 했다"고 말했다. 심 목사는 1월 26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정식 목사는 아니고 급여도 받지 않는다. 아버지 밑에서 평신도로 십일조 생활하면서 (교회를) 다니고 있는데, 성경 공부를 맡아 달라는 요청이 있어서 한두 번 정도 진행한 것이다. 말씀을 전한다기보다는 어릴 때부터 봐 왔던 아이들 두세 명을 대상으로 전 교인 예배 전에 본문을 개괄적으로 설명한 정도"라고 말했다. 

심 목사는 "어쩔 수 없었다"면서, 이제 설교는 그만두겠다고 말했다. 그는 "어제(25일) 아버지가 그만하라고 말씀하셔서 순종하기로 했다. 이제 목사도 아닌데 요청이 왔을 때 거부했어야 했다. 앞으로도 신학을 다시 공부해서 다른 교단에서 목회할 생각은 없다. 형도 다 살고, 피해자와의 행정적인 부분은 변호사를 통해서 다 해결했지만, 반성하고 회개하면서 살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아버지 심 목사는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우리 교회는 규모가 작기 때문에 외부 전도사나 부목사를 쓸 형편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내가 수술을 받을 때 딱 한 번 아들에게 설교를 맡겼다. 안수집사들이 아들에게 대학부 예배를 봐 달라고 했을 때도 '하나님의 입장에서 내세울 수 없다', '차라리 내가 사임하겠다'고도 했다"며 "마침 다음 주일부터는 안 하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나는 아들에게 목사를 시킬 생각도 없고, 교회를 세습할 생각도 없다. 늘 하나님 앞에 회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피해자 B는 심 목사가 제대로 된 사과나 반성 없이 목회를 재개했다며 비판했다. 그는 1월 15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법적 테두리 안에서 피해자가 할 수 있는 걸 다 했는데도, 여전히 가해자는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무기력하고 원망스럽다. 가해자는 사건 이후 재판에서도, 출소하고서도 단 한 번도 사과한 적이 없다. 피해자에게는 용서를 구하지도 않으면서, 하나님께서 그렇게 해도 괜찮다고 한 건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ㅎ교회는 26일 <뉴스앤조이> 취재 직후, 그간 운영해 오던 네이버 카페와 블로그를 폐쇄하거나 관련 글을 모두 삭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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