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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꽃뱀이 아닙니다
목사에게 성폭행당한 청년, 꼬리 무는 소문에 정든 교회 떠나다
  • 최유리 (cker333@newsnjoy.or.kr)
  • 승인 2016.10.02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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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강간치상죄. 징역 3년, 40시간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2016년 5월 20일, 30대 중반의 목사가 받은 1심 판결이다. A 목사는 2015년 8월부터 인천에서 재적 1만 명 대형 교회 청년부 사역자로 일했다. 피해자는 그에게 설교를 듣고 양육을 받던 청년 B 씨였다. 사건은 1월에 발생했다. 바로 다음 날 B 씨는 A 목사를 경찰에 신고했고, 언론 보도가 나왔다.

A 목사는 지난 9월 1일 열린 항소심에서도 1심과 같은 판결을 받았고, 현재 형을 살고 있다. 사건 발생 8개월이 지난 지금 B 씨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B 씨는 현재 다른 교회에 출석하고 있다. 1999년부터 신앙생활한 정든 교회를 떠났다. 고등부 교사와 청년부 리더를 내려놓고서. 그의 부모도 이제는 그 교회에 출석하지 않는다. 그새 어떤 일이 있었을까.

교회를 떠돌기 시작한 루머들

사건 발생 6일 후인 1월 10일. B 씨는 담임목사를 찾아갔다. 청년부 목사에게서 자살하겠다며 연락이 왔고, 놀란 마음에 담임목사를 만나 자신이 겪은 일을 설명했다. 부모에게도 사건을 말하지 않은 때였다. B 씨는 혹시라도 이 일이 공동체에 혼란을 줄까 봐 교회 안에서 조용히 진행됐으면 좋겠다고 담임목사에게 부탁했다.

담임목사는 잘 처리할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청년부 목사를 처벌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피해자와 사안이 알려지지 않는 게 더 중요하다고까지 말했다. 혹시라도 사람들이 목사 면회를 가면 상황이 알려질 수도 있으니 B 씨에게 그냥 잊고 용서하라고 당부했다.

문제는 그 후부터 불거졌다. 사건에 대한 이야기가 교회에 떠돌기 시작했다. 교인 수가 많아 사건 자체를 모르는 사람도 있었지만 사건에 대해 아는 사람도 많아졌다. 피해자가 누구인지 정확히는 몰라도 교회 어른들과 청년들 중에 A 목사가 여자 청년을 성폭행한 혐의로 신고됐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생겨났다. B 씨는 자신이 드러날까 두려웠다.

근원을 알 수 없는 소문이 무성하게 번졌다. A 목사와 B 씨가 연인 사이였고 B 씨가 합의금을 노리고 신고했다는 말도 나왔다. 연인 관계라는 주장은 A 목사가 재판 당시 내세운 것이다. 그는 합의하에 성적 접촉을 했다고 주장했다. 합의하에 성적 접촉을 했다는 주장과 달리 1심과 2심에서 모두 강제에 의한 것이라고 판결했다.

   
▲ B 씨는 올해 초 청년부 목사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교회에 근거 없는 소문이 퍼졌고, 교인들은 B 씨를 이상한 시선으로 쳐다봤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소문은 B 씨 어머니 귀에도 들어갔다. 교회 모임에 갔다가 친한 교인에게 딸에 대한 루머를 들었다. B 씨는 교회 안에 사실과 다른 소문이 도는 걸 보며 구성원들에게 이해받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이 자기 이야기보다 A 목사 주장에 더 귀 기울이는 것 같았다.

처음 도움을 요청했던 담임목사에게도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담임목사는 B 씨 어머니와 통화하면서 "A 목사가 주장한 게 있는데, 내가 물어볼 수가 없잖아. B에게 물어봐요. 그 전에 뭐 없었냐고. 주고받은 내용을. 편지 같은 건 없었나 물어봐요 좀"이라고 말했다. 어머니가 교인이 목사를 따르는 게 뭐가 이상하냐고 반박하자 "그런 거 하고는 다른 게 있다"며 A 목사 주장이 맞는지 확인하라는 식으로 이야기했다.

자신은 피해자인데, 꽃뱀 취급받는 게 당황스러웠다. 결국 2월 18일, A 씨는 담임목사에게 현 상황을 잠재워 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목사님께만 이 일을 말씀드렸는데 자꾸 이 일에 대한 이야기가 들리니까 마음이 너무 어려워서 연락드린 거예요. 이 일에 대해 권사님이든 장로님이든 더 이상 언급하시지 않도록 해 주셨으면 좋겠어요"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나 B 씨에게 돌아온 답은 "내가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니? 너에 대해서는 입에도 담고 싶지 않다"였다. 소문은 누구도 막을 길이 없고 하나님 앞에서만, 스스로 부끄러움이 없으면 된다고 조언했다. 도움이 진정으로 필요할 때 전화하라고 했다.

정신과 다니면서 어떻게 교사 하냐고?

봉사하던 부서에서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사람들은 B 씨를 트러블 메이커로 여겼다. B 씨는 어려운 일을 겪었지만 말씀을 듣고 예배하며 상황을 극복하고 있었다. 그런 자신이 스스로 기특하기도 했다. 자기가 맡은 학생들에게 줄 선물을 준비하고 교회 봉사에도 소홀하지 않았다. 그런데 주변 시선은 달랐다.

B 씨는 교회 동생에게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다. B 씨가 고등부 안에서 물의를 일으키고 있고 교사를 그만둬야 한다는 이야기가 자주 들린다는 것. 그는 직접 고등부 부장에게 자신이 들은 내용이 사실이냐고 물었다. 부장은 함께 기도하고 만나서 이야기를 나눴으면 좋겠다고 했다.

부장은 메시지로 여러 편의 설교 동영상을 보내며 힘이 되기를 기도한다고 했지만 B 씨에게는 전혀 위로가 되지 않았다. 고등부 부장이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B 씨에게 해서는 안 되는 말을 했기 때문이다.

그는 '어떻게 이런 일을 겪고도 멀쩡하게 다닐 수 있고, 정신과 다니는 사람이 어떻게 교사를 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A 목사도 인생이 망가졌으니 피해자라는 말도 했다. 당황스러웠다. B 씨 어머니에게도 '피해자답지 않다'며 B 씨에게 한 말을 반복했다.

7월 10일 교회에서 고등부 부장을 만났다. 그는 B 씨에게 "목회자들에게 접근한다는 소문을 들었고, 나는 그게 진실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B 씨는 자기가 왜 이런 말까지 들어야 하나 싶었다. 결국 교사를 그만두었다. 나중에서야 부장은 "편견과 선입견으로 B 씨를 보았고 마음 아프게 해서 미안하다"고 사과했지만 이미 상처받고 난 뒤였다.

   
   
▲ 사건 이후 20년 가까이 다닌 교회를 떠났다. 봉사하던 고등부 부장은 B 씨에 대해 오해했다며 사과했지만 B 씨에게는 위로가 되지 않았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내 딸에게 이런 일 생겼어도 사건 덮었을 것"

이 사건에 대해 담임목사는 어떻게 생각할까. 9월 28일 담임목사와 통화했다. 그는 B 씨에게 했던 이야기를 기자에게도 했다. 자신이 교회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는 주장이다. 이런 문제가 생기면 연루된 목사를 바로 쫓아내고 교회에서 사안을 언급하지 않는 게 최선이라 했다. 그는 문제를 일으킨 목사를 바로 내보냈다고 강조했다.

담임목사는 B 씨 부탁처럼 교인 사이에서 이야기가 돌지 않도록 하는 것은 실제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교인이 만 명 되는 교회에서 소문 단속이 쉽지 않다고 호소했다. 오히려 섣불리 나섰다가는 소문만 더 퍼질 뿐이라고 말했다. 만약 자기 딸에게 이런 일이 생겼어도 사건을 덮었을 거라고 했다.

기자가 사건 이후 B 씨가 교회에서 겪은 일을 설명하자, 목사는 고등부에서 그런 일이 있었냐고 반문했다. 교사 자격을 운운했던 부장 교사 이야기는 처음 들었다고 했다. 교회 차원의 사과가 있었는지 물었다. 그는 무슨 사과를 해야 하냐고 되물었다.

B 씨는 이 점이 아쉽다고 했다. 20년 가까이 다녔던 정든 교회를 떠나면서, 담임목사의 진정성 있는 사과를 듣기 바랐다. 부목사를 선발하고 훈련하는 입장에서 관리 감독이 미흡했다는 점을 인정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그 누구에게도 사과를 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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