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 처치독 인사는 '수상 소감'입니다!(두둥) 저희가 지난해 11월 보도한 '거룩한 범죄자들' 기획 기사가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이 주는 양성평등 미디어상 우수상과 한국기독언론인연합회가 주는 한국기독언론대상 사회 정의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했습니다. 공교롭게도 시상식이 12월 7일 오후와 저녁에 열려서, 시상식을 하루에 '두 탕' 뛰었네요. 상 받자고 쓴 기사는 아니지만, 일반 주요 언론사들과 겨뤄서 상을 탔다는 점에서 정말 뿌듯했어요. 사회 일반에서도 <뉴스앤조이> 보도 가치를 인정받은 증거 같았거든요.

'거룩한 범죄자들'은 <뉴스앤조이> 기자로 일하면서 몇 년간 머릿속에 담아 뒀던 기획이었습니다. 개별 사건을 하나하나 취재하면서 '어떤 큰 경향'을 보고 싶었는데요. 폭력을 저지르는 목회자도 문제지만, 그 폭력이 발생할 수 있도록 방치하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한국교회 교단의 '시스템'을 고치지 않고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22년 3월 첫 기획을 구상해서 11월 초 보도하기까지, 장장 6개월을 모든 기자가 매달렸습니다. 해 보지 않은 기획이어서 오랜 시간과 재정(!)이 들어가는 일이었어요. 그런데도 모든 구성원이 이 방향이 맞다고 생각했고,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구권효·이용필 두 선배 기자는 땅끝마을 해남, 강원도 춘천 등 다양한 지역까지 가서 취재를 마다하지 않았고, 나수진 기자는 저보다 더 심각하게 데이터 저널리즘에 빠져(…) 밤 12시에도 스프레드시트에 들어와 데이터를 정제하고 분석했습니다. 오랜 시간 선배들과 함께 공부한 <뉴스앤조이>의 저널리즘 추구 방향이 좋은 기획으로 탄생하는 과정은 정말 뿌듯하고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좋은 소식을 전할 수 있어 정말 감사합니다. 더 기쁜 건, 이런 수상을 계기로 <뉴스앤조이>가 이렇게 멋진 언론사라는 점을 자랑할 수 있다는 점이에요. 이 글을 보시는 <뉴스앤조이> 독자님들과 후원자님들의 따뜻한 마음을 늘 잊지 않고 좋은 보도들을 만들어 내도록 하겠습니다. 좋은 언론사를 후원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느끼실 수 있도록요.

편집국 승현

교회를 파괴하는 자들은 누구인가

인천새소망교회 사건

· 2018년 5월 인천새소망교회 부목사였던 김다정 씨의 그루밍 성폭력 사건이 세상에 드러났습니다.
· 목사라는 신분을 이용해 교회 여성 청년 다수를 미성년자 시절부터 길들여 온 김 씨의 범행은 매우 악랄했죠.
· 그와 함께 아들의 죄를 감추려 적극적으로 2차 가해를 일삼던 인천새소망교회 김영남 목사의 악행도 드러났습니다.
· 김영남 목사는 수차례 물러나겠다고 했다가 말을 바꿨고, 결국 인천새소망교회는 김영남 목사를 옹호하는 교인들과 반대하는 교인들로 나뉘었습니다.
· 김다정 씨는 법원에서 징역 5년을 확정받고 복역 중에 있지만, 인천새소망교회는 5년 반이 지난 지금까지도 둘로 갈라져 있습니다.

예장합동의 완벽한 실패

· 인천새소망교회 사건은 교단의 목회자 성폭력 대응 중 최악의 사례로 기록될 것입니다.
· 교회가 속한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이 가해자를 징계하기는커녕 외려 피해자들을 돕고 나선 이들을 징계했기 때문입니다.
· 이 사건은 처음부터 피해자와 가해자가 명확했습니다. 교단은 가해자를 징계하고 피해자들을 도우면 될 일이었습니다. 어찌 보면 간단한 일이었죠.
· 그러나 교단은 정확히 반대로 행동하면서, 사건을 더욱 풀기 어렵게 만들어 놨습니다.
· 사실 교단이 아예 개입하지 않았다면 이 사건은 해결이 돼도 벌써 됐을 것입니다.

목사들의 짬짜미

· 먼저 인천새소망교회와 김영남 부자 목사가 속했던 예장합동 서인천노회는 '김영남 목사의 요청으로' 성폭력 가해자 김다정 씨의 사직서를 수리했습니다.
· 서인천노회 임원들은 김영남 목사가 불법으로 공동의회를 여는 것을 방관했을 뿐만 아니라, 교단을 탈퇴하는 것을 현장에서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교단 징계를 피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길을 열어 준 것이죠.
· 이후 인천새소망교회에 개입한 예장합동 경기중부노회 최광염 목사는 피해자들을 돕는 박성철 목사를 노회에 고소했습니다.
· 보복성·압박성 고소라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는데도, 박성철 목사가 속했던 경기서노회는 이를 반려하지 않고 받아들여 박 목사를 조사하기도 했습니다.
· 총회 재판국은 한 술 더 떠 박성철 목사를 면직·출교한다고 판결했습니다. 박 목사에게 소명 기회도 주지 않고 말이죠.
· 또한 경기중부노회는 총회에 피해자들을 도운 단체들과 사건을 보도한 언론사들이 '반기독교적인지 아닌지' 조사해 달라고 청원했습니다.
· 역시나 검은 내막이 있는 청원이었지만 예장합동 총회는 이 청원을 받아들였고, 결국 이 단체·언론사들이 "교단 신학과 다르다"며 지속적으로 주시해야 한다고 결의했습니다.
· 교단 정치 목사들은 이렇게 교단 시스템을 이용해 자신들의 잇속을 채우고 있었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현재 예장합동의 시스템으로는 정치 목사들의 짬짜미를 거를 수가 없다는 뜻이 됩니다.

어떻게 해야 했을까

· 예장합동은 지금까지 해 온 것들을 정확히 반대로 했어야 합니다.
· 애초에 서인천노회가 김다정 씨의 사직서를 수리하지 않고, 사건을 조사해 가해자를 최고 수준으로 징계했어야 합니다.
· 2차 피해를 입히고 반복되는 거짓말로 교인들을 분열시킨 김영남 목사의 죄도 엄하게 물어야 했습니다.
· 동시에 성폭력 피해자들과 그들의 가족, 그리고 교회 분열로 큰 상처를 입은 교인들을 회복시키기 위해 노력했어야 합니다.
· 법원이 지명한 임시당회장이었던 박성철 목사를 인정하고, 그를 중심으로 사건이 해결되도록 지원했어야 합니다.
· 김영남 목사를 옹호하는 교인들에게도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그들의 왜곡된 신앙 역시 바로잡아 주었어야 합니다.
· 교단 시스템을 이용해 잇속을 챙기려는 자들을 걸러 내고 엄히 다스려야 했습니다.
· 그렇게 했다면, 5년 반이 지난 지금 인천새소망교회는 '상처 입은 치유자'의 역할을 할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교인들에게 감사하라

· 피해 교인들은 지금도 인천새소망교회 예배당 1층 카페에서 예배를 드리고 있습니다. 김영남 목사를 옹호하는 교인들이 다른 예배당 문을 열어 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죠.
· 따로 예배한 지가 4년 반입니다. 교회 재산을 탐내는 것도 아닙니다. 그냥 나가도 됩니다. 하지만 피해 교인들은 그냥 나갈 수는 없다고 합니다.
· 이들은 지금도 '피해자의 회복'과 '교회 분쟁 해결'을 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인천새소망교회를 바로 세우는 길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 특히 "김영남 목사 측은 그간 우리를 '교회를 파괴하는 자들'이라고 간주했다. 이걸 바로잡고 싶다"던 조계문 장로의 말이 가슴에 남았습니다.
· 인천새소망교회 사건이 진행된 지난 5년 반이라는 기간 동안, 정말 '교회를 파괴한 자들'은 누구일까요.
· 무수한 헛발질에도 예장합동은 아직 사태를 바로잡을 기회와 힘이 있습니다. 예장합동이 이제라도 정신을 차리기를 바라는 건 너무 큰 욕심일까요?

편집국 권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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