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엄태빈 기자] '동서울터미널 현대화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하루아침에 일터를 빼앗기고 내쫓긴 피해 상인들을 위로하고 연대하는 기도회가 11월 16일 서울 광진구 동서울터미널 앞 광장에서 장로회신학대학교 사회선교모임 주관으로 열렸다. 기도회에는 피해 상인과 그리스도인 약 20명이 모였다.

장신대 사회선교모임 주관으로 동서울터미널 피해 상인들과 함께하는 기도회가 열렸다. 뉴스앤조이 엄태빈
장신대 사회선교모임 주관으로 동서울터미널 피해 상인들과 함께하는 기도회가 열렸다. 뉴스앤조이 엄태빈

동서울터미널은 한진중공업이 건물을 신세계프라퍼티에게 매각하면서 상인들을 내쫓고 강제 철거해, 거리로 내몰린 상인들이 4년 전부터 투쟁을 벌여 오고 있는 곳이다. 신세계그룹은 이 자리에 복합 쇼핑몰 스타필드를 지으려 하고 있다. 신세계프라퍼티는 동서울터미널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고희동 위원장) 상인들에게 "최소 5년 이후에 신축 터미널 어딘가에서 장사하게 해 주겠다"며 구제 대책을 내놓았지만, 합의서나 확인서, 공증 등 구속력 있는 문서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기도회에서 비대위 고희동 위원장은 "신세계프라퍼티는 피해 상인들에게 신축 터미널 계약 시 무조건 전대차 계약만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대차 계약이란 건물주 A와 세입자 B가 직접 계약하는 것이 아닌, A로부터 건물을 빌린 B가 또 다른 세입자 C를 구해 공간을 빌려주는 것이다. 비유하자면 신세계프라퍼티는 A, 동서울터미널 상인들은 C의 위치에 있다. 신세계프라퍼티가 중간에 낀 B와의 계약을 해지하면, 상인들은 하루아침에 거리로 쫓겨나야 하는 구조다. 

고 위원장은 "명분은 임차 상인 개인은 상점 관리를 잘 못하니 신세계프라퍼티가 대기업 프랜차이즈 업체와 계약을 맺고, 상인들은 다시 프랜차이즈와 가맹 계약을 맺으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상인들의 권리금을 포기시키기 위한 것"이라며 신세계프라퍼티는 비대위 소속 상인들과 직접 임대차 계약을 해야 한다고 했다.

비대위는 협의 없는 강제 퇴거를 거부하고 합리적이고 공정한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엄태빈
비대위는 협의 없는 강제 퇴거를 거부하고 합리적이고 공정한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엄태빈

비대위는 신축 터미널 임대차 계약 시 공정하게 계약하고, 점포 몇 개를 상인들이 공동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합리적인 이주 대책이 담긴 공식 문서를 요구하고 있다. 비대위는 기도회 참석자들에게 "저들이 원하는 것은 우리의 포기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버텨낼 것이다"라며 계속해서 관심을 가져 달라고 부탁했다.

기도회에 참석한 사람들도 상인들과 함께하겠다고 약속했다. 설교자로 나선 권능 전도사(사람들교회)는 "기억과 부름"이라는 제목으로, 피해 상인들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절규와 투쟁의 외침이 기쁨의 노래가 될 때까지 기억하고 연대하겠다고 말했다.

권능 전도사는 "한진중공업은 임차인들과 오래 관계를 맺고 함께 상생하자던 신의를 저버리고 말을 바꿨다. 임차인의 돈으로 건물을 리모델링하도록 요구하면서 뒤로는 매각을 진행하고 있었고, 철거를 강행했다. 미리 이야기해서 준비하거나 협상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여기에 약속과 임차인들은 없었다. 임차인들이 30년 전 처음 상가 계약을 맺을 때 '조직을 구성하거나 집단행동을 할 시 계약이 해지된다'는 조항과 '계약 기간 중 임대인이 빌딩 운영을 위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었지만 알지 못했고, 안내 절차와 합의 또한 없었다"며 피해 상인들의 억울함을 기억해야 한다고 했다.

권능 전도사는 피해 상인들의 억울함과 투쟁의 외침을 끝까지 기억하고 연대하겠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엄태빈
권능 전도사는 피해 상인들의 억울함과 투쟁의 외침을 끝까지 기억하고 연대하겠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엄태빈

장신대 사회선교모임 이현구 씨도 계속해서 연대하고 함께 투쟁하겠다고 기도했다. 이현구 씨는 "더 이상 기업이 법보다 위에 서 군림하지 않기를 바란다. 가진 자가 없는 자를 짓누르지 않고, 돈보다 생명을 중요시 여기는 사회가 오기를 원한다. 지금 이곳에서 4년째 생존권을 외치고 있는 상인들을 구원해 달라. 동서울터미널 상인들이 하루빨리 잃어버린 권리를 되찾고 다시는 이런 원통한 일이 일어나지 않을 수 있게 잘못된 제도와 구조가 철폐될 수 있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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