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달리고 묵상하고 나눕니다.

요즘 <뉴스앤조이> 후원회원님들과 열심히 하는 것들입니다. <하나님나라 QT>를 함께 묵상하고 나누는 'QT 챌린저스'는 벌써 3기 모임이 진행 중입니다. 우리는 모두 왕 같은 제사장으로 하나님 앞에 홀로 서는 존재이지만, 동시에 삼위일체의 본을 이 땅에서 실현하는 코이노니아 공동체의 일원이기도 하지요. 일차적으로는 지역 교회가 그러한 역할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 너무 다양하고 복잡해지고 있어 전통적인 교회가 어려움을 겪기도 하지요.

'QT 챌린저스' 모임은 그러한 시대 변화 속에서 새로운 방식의 코이노니아를 적용해 보는 시도입니다. 주로 온라인에서 만나고 가끔씩 얼굴도 보면서, 말씀 묵상과 생활의 적용을 함께 나눕니다. 이 모임이 앞으로 어떻게 발전하게 될지 기대가 큽니다. 독자님도 다음 모임에 함께해 보시면 어떨까요?

<뉴스앤조이>가 야심차게 준비한 또 하나의 모임은 '달리다꿈'입니다. 이름에서 눈치채셨겠지만, 쓰러져 있는 어린 소녀에게 예수님께서 하신 말씀이죠.

"일어나라!"

지쳐 쓰러지기 직전인 우리에게 하신 말씀 같죠? 너무 바빠서 스스로 돌아볼 시간도 낼 수 없는 우리, 마치 큰 바람 앞에 곧 쓰러질 고목마냥 위태한 모습으로 하루하루를 살아 내잖아요. 사실 제 자신이 그런 위기를 겪었습니다. 40대 중반에 쓰러질 줄이야 누가 상상이라도 했겠습니까.

아무리 바빠도 시간을 내어 달려야 합니다. 그런데 그냥 달리면 작심삼일의 그물에 또 걸릴 것이 뻔하니, 함께 달리는 모임을 시작했습니다. 그냥 달리는 것이 아닙니다. 함께 달리면서 의미있는 프로젝트에 기부하는 플랫폼으로 설계했습니다. '달리다꿈' 커뮤니티에 들어오시면, 내가 달린 만큼 커뮤니티의 회원들이 기부금을 내야 합니다. 물론 다른 멤버가 달리면 그만큼 내가 내야 할 기부금도 쌓이죠. 그렇게 모인 기부금을 의미 있는 프로젝트에 기부하는 것입니다.

'달리다꿈' 1기에서 모인 기부금은 '희년함께'를 통해 전도사, 부교역자, 개척교회 목회자, 청년 사역자·활동가의 재무 상담, 무이자 대출, 공제 사업 기금으로 활용합니다. 얼마나 달리느냐에 따라 기부금 액수도 달라집니다. 내가 달리고 내가 기부하는 '달리다꿈'. 기쁨과 보람이 배가 됩니다. 다음 모임에 함께해 보시면 어떨까요?

변화하는 시대에 우리의 신앙도 정체되지 않고 더욱 성장하는 기회를 계속해서 만들어 가겠습니다. 함께 아이디어도 내 주시고 참여해 주시면 더욱 풍성한 기획들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이번 주말도 충만하게 보내시기 바랍니다.

<뉴스앤조이> 도현

교회가 할 수 있는 일


얼마 전 인상적인 목회자 한 명을 만나고 왔어요. 한 시간가량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그는 시종일관 담백한 대답을 내놓았지만, 함께 나눈 대화가 마음속에 오래 남아 독자님께도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광주광역시에 위치한 옥합교회 엄기봉 목사 이야기입니다.

그를 만나게 된 건 옥합교회에서 '호남 지역 성소수자 부모 모임'이 개최된다는 소식 때문이었어요. 호남 성소수자 부모 모임은 올해 3월부터 시작됐는데요. 성소수자 부모 모임은 성소수자 당사자·부모·앨라이 등이 모여 서로 마음을 나누고 지지하는 모임이에요.

이 소식을 접하고 처음 든 생각은 '교회에서 상처받은 성소수자와 부모들이 많을 텐데…'였어요. 우려가 됐죠. 퀴어 퍼레이드에 참여해 혐오 발언을 퍼붓거나 성소수자 반대 운동을 벌이는 등, 보수 교회는 성소수자와 그 부모를 가장 힘들게 하는 집단 중 하나니까요. 그런 행태 때문에 교회를 떠난 이도 많을 텐데, 또다시 상처를 주면 어쩌나 걱정됐지요.

하지만 옥합교회를 다녀오고 나니 생각이 바뀌었어요. 옥합교회의 '첫인상'은 성소수자의 자긍심을 상징하는 서체 '길벗체'로 쓰인 간판이었습니다. 자그마한 예배당은 얼마나 정겹고 따스하던지요. 곳곳에는 무지개 깃발과 장식들이 놓였고, 창문에 커다랗게 그려진 여섯 빛깔 무지개 사이로는 모임 내내 환한 빛이 쏟아져 들어왔어요. 모두 엄 목사가 모임을 위해 손수 준비한 것들이었다고 합니다.

덕분에 모임 내내 참가자들과 함께 교회를 둘러보고 간식을 먹으며 편안한 시간을 보냈어요. 이곳이 '안전한 사랑방'이라는 게 온몸으로 느껴지더라고요. 호남 성소수자 부모 모임을 이끌고 있는 나비(활동명)도 "처음에는 시혜적인 제안일까 봐 걱정했지만, 이곳(교회)에서 모임을 여는 게 상징적이고 획기적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어요.

성소수자 부모 모임을 시작한 이유

호남 성소수자 부모 모임에 장소를 내주는 광주 옥합교회는 여성 목회자인 김태완 목사가 1997년 개척한 교회예요. 과거 옥합교회는 발 디딜 곳이 많지 않았던 지역 내 여성 목회자들을 길러 내고, 때마다 명절이면 김 목사의 도움을 받은 광주교도소 재소자들의 감사 엽서가 우르르 도착하던 곳이었다고 해요.

한편 40살에 목회를 시작한 엄기봉 목사는 지역에서 부교역자로 사역하며 교회 개척의 꿈을 품고 있었는데요. 평소 알고 지내던 김 목사의 은퇴 소식을 듣고 후임을 맡고 싶다고 제안했다고 합니다. "만약 교회에 부임한다면 성소수자들을 환대하고 인정하는 교회, 그들과 연대하는 교회를 해도 괜찮겠느냐"고 마음을 슬며시 내비치면서요. 김 목사는 흔쾌히 수용했죠. 그렇게 엄기봉 목사는 2021년 옥합교회 2대 담임목사로 부임했습니다.

그가 교회에서 성소수자 부모 모임을 시작하게 된 건 우연한 계기 때문이었어요. 지난해 10월 서울에서 열린 성소수자 부모 모임에 참석한 한 참가자가 "광주에서도 모임이 열렸으면 좋겠다"고 한 이야기를 전해 듣자, 엄 목사는 재지 않고 곧바로 결심을 내렸다고 해요. 평소 '무조건 연대', '무차별 환대'를 하는 교회를 세우겠다는 마음이 있었거든요. 그리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성소수자 부모들의 이야기를 듣고 배우기 위해 광주에서 서울까지 매달 한 번씩 오간다고 하니, 여간한 열정이 아닌 것 같습니다.

"나는 신학대학원에 들어가기 위해 5수를 했다. 스무 살에 신학교에 입학해서 마흔 살에 목사가 됐다. 주변에서는 '기봉아, 그렇게 (어렵게) 목사가 됐는데 조심하라'며 염려하기도 한다. 처음에는 성소수자 관련 활동을 주변에 굳이 이야기하지 말고 몰래 해야겠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어렵게 목사가 됐으니 더 가치 있는 목회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앞서 전화로 인터뷰를 요청하자 엄 목사는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겠다"고 말하더군요. 엄 목사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보수적인 교계 현실이 떠올라, 혹여나 교단에서 피해를 입지는 않을지 걱정이 되기도 했는데요. 그는 "이런 일을 하는 게 교회"라고 단호히 말했어요.

저는 이 이야기가 가슴에 오래 남았답니다. 예배당이 교인으로 북적이지 않아도, 십자가가 걸려 있지 않아도, 이런 일을 하는 게 교회의 역할이 아닐까 싶어서요.

성소수자 혐오·차별의 대명사로 자리 잡은 보수 교회들을 지켜보면서, '교회가 더 이상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가만히나 있으면 다행이다'라는 회의적인 생각을 하곤 하는데요. 지역에서 성소수자들을 위해 안전한 사랑방을 만들어 가고 있는 엄기봉 목사를 만나고 나니 '교회가 할 수 있는 일'을 떠올려 보게 됩니다. 용기와 응원, 지지가 옥합교회와 호남 성소수자 부모 모임 주변에 늘어나길 바랍니다.

편집국 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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