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에 진지해지는 시간

독자님 안녕하세요, 요셉입니다. 잘 지내셨나요?

저는 요즘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다음 주 고등부 수련회가 시작하거든요. 지난해부터 임원을 맡게 된 이후, 세부 일정을 제가 짜게 됐어요. 조별 성경 공부와 저녁 집회를 제외한 남는 시간에 무엇을 해야 아이들이 재미있어할지 고민이 '매우' 커요. 아이들에게는 사실 노는 시간이 수련회의 백미잖아요?(웃음)

독자님은 교회학교에 다닐 때 기억에 남는 수련회가 있나요? 그 시절, 제가 다닌 교회는 이상하게 극기 훈련 분위기가 강했어요. '천로역정' 컨셉이라며 얼차려를 주거나 체력 단련을 시켰죠. 정신을 차리기 어려울 정도로 혼나고 긴장하고 진이 빠지도록 만드는 게, 선생님들은 '수련'이라고 생각했나 봐요. 지난 일요일 지금 20대인 고등부 선생님들에게 이런 경험을 들려줬는데, 다들 어이없어하더군요. 그렇게 제 추억은 구시대의 유물로….

유익한 경험도 있었어요. 고등학생 시절, 저는 신앙에 깊은 회의를 갖고 있었거든요. 모태신앙이었으니까 사리 분별을 할 수 있기 전부터 이미 교회에 세뇌당한 것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고는 했죠. 성경 이야기는 일찍부터 들어 잘 알았지만, 그 내용이 옳고 그른지는 판단하기 어려웠거든요. 옳다고 믿는 이유가 어릴 때부터 옳다고 생각해 왔기 때문이었으니까요. 이런 모순이 없죠.

그런데 수련회 기간은 신앙에 진지해질 수 있는 시간이잖아요. 조별 모임이나 집회 시간 내내 저는 딴생각에 빠졌어요. 혼자 속으로 다짐했죠. 일단 지금까지 믿었다고 생각했던 건 믿지 않는 것으로 치고, 처음부터 다시 알아 가 보자고요. 건조하고 담백하지만 저에게는 일종의 회심이었어요.

제가 속한 고등부 아이들도 대다수가 모태신앙이에요. 부모님들이 같은 교회에 다니고 있죠. 저는 궁금해요. 아이들의 속내가요. 저처럼 기독교를 의심하고 신앙을 회의한 적이 정말 없을까요, 아니면 관심이 없는 걸까요. 지금은 어떤 질문에도 "몰라요", "글쎄요", "네"만 하고 있는 걸 보면, 아직은 시간이 필요한 것 같긴 하네요. 아무쪼록 수련회 동안 같이 어울리고 놀면서 아이들과 좀 더 가까워지면 좋겠어요.

엔데믹에 들어가면서 대면 수련회를 준비하는 교회가 많다고 들었어요. 교회학교를 섬기는 교역자를 비롯해 선생님들의 수고가 정말 큰 것 같아요. 비록 영광과 보상은 거의 없지만, 어느 영화에 나온 대사처럼, 아이들을 사랑하고 또 사랑하고 영원히 사랑하길 바라요. 응원합니다.

사역기획국 요셉

친절한 뉴스B

철거 계고 분향소 앞에서 드린 기도

취재를 하면서 10·29 이태원 참사 합동 분향소에 여러 차례 다녀왔습니다. 초기에는 영정들이 얼마 되지 않았는데, 지금은 훨씬 더 많은 희생자들의 얼굴이 그곳에 있습니다. 기념일·절기가 바뀔 때마다 그 앞에 놓인 물건, 편지의 내용도 조금씩 달라집니다. 추모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탓이겠지요. 유일하게 바뀌지 않는 건 붉은 목도리를 두르고 분향소 한편에 서서 하얀 국화를 건네는 유족들, '책임자 처벌', '대통령 공식 사과', '진상 규명', '재발 방지 대책 마련' 등을 요구하는 팻말입니다.

만약 분향소가 없었다면, 매일 밤 아들이 추위에 떨까 걱정돼 영정을 집으로 가져갔다가 되돌려 놓는 부모의 마음은 알지 못했을 겁니다. 때가 되면 시든 국화를 정리하고, 향이 꺼지면 달려가 불을 붙이는 시민 봉사자들의 정성도 보지 못했을 겁니다. 온몸을 땀으로 적시며 159배를 하던 시민들의 모습도 마찬가지입니다. 불특정 시민의 자유로운 사용을 보장해야 한다며 서울시청으로 옮겨 온 분향소를 철거하라고 요구한 오세훈 서울시장의 말을 이해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2월 7일, 서울시청 앞 10·29 이태원 참사 합동 분향소에서 기도회가 열렸습니다. 분향소를 지키는 유가족들과 함께하기 위해, 개신교 기도회는 매달 첫째·셋째 주 저녁 7시에 이어집니다. 이날 함께 읽은 기도문 일부를 옮깁니다.

"이 참사를 섣부른 종교적, 문화적, 정치적 신념에 따라 해석하며 가볍게 떠들지 않도록,
함께 슬퍼하며 견딜 수 있는 애달픔을 허락해 주소서.

 

무엇보다 깊은 애도로 희생자를 비롯해 고통받는 모든 분들과 연대하며,
그 과정에서 복합적인 참사의 원인이 밝혀져
'막을 수 있었던 참사'가 다시 반복되지 않게 함께할 수 있는 힘을 주소서.

 

하느님/하나님, 이 땅의 모든 존재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이어져 있기에,
우리는 서로의 기도와 위로가 되어야 함을 잊지 않게 하소서.

 

가장 무력하고 무능하며 절망적인 순간에
우리와 함께하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하나이다. 아멘."

 

편집국 수진


임보라 목사님을 추모합니다

'누가 보면 뿔이라도 달린 줄 알겠네.'

임보라 목사님을 집요하게 공격하는 반동성애 세력과 이단이라고 정죄하는 교단들의 모습을 보면서 저는 종종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만나는 임 목사님은 누구보다 따뜻한 사람이었습니다. 눈빛만으로도 지지와 응원의 메시지를 느낄 수 있었죠. 진지하게 이야기 나눈 적은 많지 않지만, 언제든 편안하게 이야기 나눌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그런 분이었습니다.

대외적으로 많은 활동을 하시면서도, 여성 목회자로서 사회적 소수자의 피난처와 같은 섬돌향린교회를 꾸준히 담임하는 것을 보면서, 성폭력 피해자들이 목사님을 찾아가는 것을 보면서, '이분이야말로 진짜 목회자구나'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 다양성을 어떻게 안고 가는 걸까…. 한국교회가 임보라 목사님에 대한 오해를 걷어 내고 그의 '목회'를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같이 해야 할 일이 더 많다고 생각했습니다.

갑작스러운 부고에 눈을 의심했습니다. 평소 잘 들어가지 않는 소셜미디어에 며칠간 수시로 들어가 임 목사님에 대한 애도의 메시지를 읽었습니다. 다양한 사람·단체에서 내놓은 메시지를 보며, 목사님이 참 많은 사람에게 사랑을 주셨고 사랑을 받으셨구나 다시 한번 느낍니다. 저 또한 목사님께 사랑과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말할 수 없는 자들의 곁에 섰던 분, 임보라 목사님을 추모합니다.

편집국 권효


 담임목사 잘못이 쏘아 올린 공, 교단 탈퇴

잘못은 담임목사가 했는데, 교회는 징계를 내린 교단을 탈퇴하겠다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작년 12월, 수지선한목자교회가 속한 기독교대한감리회는 강대형 목사에게 정직 6개월을 선고했는데요. 이를 전후해 강 목사와 교회는 교단을 탈퇴하려는 가속페달을 밟아 왔습니다. 급기야는 돌아오는 일요일에 임시당회를 열어 교단 탈퇴를 전 교인 투표에 부치겠다고 예고했고요.

게다가 교회가 공지한 임시당회 규칙도 황당합니다.

  • 신분증을 지참하고
  • 지정 좌석에 착석하고
  • '기명 투표'를 해야 합니다.

이러면 교인들이 제대로 된 의견을 낼 수 있을까요? 대통령을 뽑을 때도 비밀투표가 원칙인데 말이죠. 이를 두고 한 교인은 "공산당 전당대회 같다"고 씁쓸하게 말했습니다. 교회 중직자들 사이에서도 "재판이 아직 진행 중인데 교단 탈퇴를 결의하는 건 상식적으로 맞지 않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고요.

누가 봐도 속이 뻔한 '교단 탈퇴'를 강 목사와 교인들만 모르는 걸까요? 교단만 탈퇴하면 모든 갈등이 해결될 거라고 믿는 걸까요? 강 목사의 강경한 태도에 교회를 떠나는 중직자들도 있다고 합니다. 한때 2000여 명이 모이고 어린아이들을 섬기던 지역 교회가 볼품없어지는 모습이 안타깝습니다.

편집국 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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