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뉴스레터 머리글을 쓰려니 무엇을 글감으로 해야 할지 퍽 고민되더군요. 진부할지도 모르지만 제 '올해의 결심' 두 가지를 나누어 보려고 합니다.

운동할 결심. 지난해 연말 건강검진을 했습니다. 몇 개월 동안 체중 측정을 안 했는데, 건강검진 날 체중계에 찍힌 숫자를 보고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배둘레햄' 영토가 자꾸만 확장되는 느낌은 있었지만, 이 정도로 몸무게가 늘었을 줄은 몰랐거든요. 제가 생각했던 체중의 임계점을 벗어나 있었습니다. 그래서 작년 이맘때부터 한참 열심히 하다가 여름 무렵 흐지부지 그만둔 달리기를 다시 시작하려고요. 더불어 지난 9년간 육아의 고단함을 달랜다는 핑계로 합리화한 야식 습관을 끊어 내고, 식단 관리도 하려고 합니다(네. 아직 결심 이행 전입니다. 구정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하려고요;;).

기도할 결심. 정확히는 잠들기 전 기도할 결심입니다. 얼마 전 <회복 탄력성>(위즈덤하우스)이라는 책을 쓴 김주환 교수(연세대학교)의 유튜브 강의 한 편을 봤습니다. 뇌과학에 기반해 마음 근력을 기르는 법을 알려 주는 내용이었는데요. 인상적인 부분이 있었습니다. 우리가 부정적인 감정에 사로잡히면 뇌의 편도체가 활성화되는데, 만약 잠들기 전에 편도체가 활성화된 상태라면 자는 동안 그 상태가 고착화된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 분노·불안·두려움 등 부정적인 감정 상태로 잠이 들면, 그 감정이 우리 내면에서 굳어진다는 것입니다. 그 때문에 마음의 병, 나아가 신체적 질병에까지 이르게 되고요. 김 교수는 잠들기 전 편도체를 안정화하는 훈련을 하면 부정적인 감정을 털어 내고 마음의 건강을 회복할 수 있다고 해법도 제시합니다.

제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을지도 모르지만, 김 교수가 편도체를 안정화하기 위한 훈련으로 제시한 명상법은 흡사 '향심 기도'와 비슷했습니다. 반듯한 자세로 들숨과 날숨에 집중하면서 우리 내면에 어지럽게 부유하는 생각과 감정을 내려놓고 하나님의 현존을 향해 나아가는 기도가 우리를 건강하게 한다는 것이 과학적으로도 검증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 교수의 이론, 그리고 기도와 뇌과학의 관련성에 대해 더 공부해 봐야겠지만, 일단 이미 배워서 방법을 알고 있는 향심 기도를 매일 밤 잠들기 전에 해야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나를 둘러싼 삶의 무게가 버겁게 다가오고, 세상에서는 어둡고 혼란스러운 소식이 끊이지 않습니다. 운동과 기도를 통해 무력감과 부정적 감정에 매몰되지 않고 하나님께서 우리와 함께하심을 깊이 느끼며 건강하고 단단한 일상을 살아 내고 싶습니다.

독자 님도 혹시 새해를 맞아 결심하신 게 있는지요? 그게 어떤 결심이든 주님의 은총이 깃들기를 기도합니다.

사역기획국 은석

처치독 리포트

화평을 추구해 온 교회의 비극

얼마 전 광주광역시에 위치한 ㅅ교회에서 재정집사가 교회 돈을 횡령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벌어졌다는 제보를 받았습니다. 제보자는 횡령 액수만 30억 원 정도 되고, 이 사건으로 교회가 양분돼 있다며 취재를 요청했습니다.

확인해 보니 제보 내용이 사실이더군요. 건축 회계 재정을 담당해 온 재정집사가 6년간 교회 돈을 빼돌리고, 이 돈의 대부분을 주식 및 가상 화폐 투자, 사채 변제, 생활비 등으로 써 온 것이었습니다. 뒤늦게 이 사실이 발각되자 재정집사는 담임목사에게 "죄송하다"는 문자메시지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ㅅ교회는 허 아무개 목사가 25년 전 개척한 교회입니다. 출석 교인만 1000명에 이르고, 1년 예산은 22억 원이나 됩니다. 대형 교회에서 어쩌다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여러 의문이 들었습니다. 문제를 제기하는 교인들과 허 목사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 보니, 왜 이 같은 사고가 일어났는지 알겠더군요.

시스템의 부재: 허 목사에 따르면, ㅅ교회는 지난 25년간 급성장했습니다. 헌금도 많이 들어왔는데,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시스템은 갖추지 '않'았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예산 편성과 감사'를 들 수 있는데요. ㅅ교회는 목회자 사례비와 관리비 등 최소한의 항목에 대해서만 예산을 편성했고, 나머지는 그때그때 필요한 만큼 재정을 지출해 왔습니다. 또, 이번에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는 자체 감사도 아예 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왜 그랬는지 허 목사에게 물었습니다.

'화평'을 위해 '예산'을 없애다?: "우리 교회는 '화평'을 추구한다. (해마다) 예산을 세우면 부서별로 예산 쟁탈전이 벌어질 수도 있고, 예산 문제로 괜한 싸움이 생길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일반적인 회사도 아니니까 최소한의 항목만 세웠다.

회계 감사 누락: 이렇게 가도 문제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재정집사 횡령 사건 전까지만 해도 교회는 조용했다. 감사도 마찬가지다. 매월 당회에서 재정 보고가 이뤄지고 있고, 제직회와 공동의회에서도 하니까 따로 감사를 안 해도 된다고 생각했다."

보고만 받고 점검은 NO: 허 목사는 매월 당회에서 재정 보고가 이뤄졌다고 했는데, 어디까지나 형식적이었습니다. 재정집사는 매월 한 차례 당회에 참석해 건축 재정 회계 보고를 해 왔습니다. 허 목사와 시무장로 등 15명은 보고만 받을 뿐 구체적인 재정 상황은 점검하지 않았습니다. 재정집사가 관리해 온 교회 통장들도 본 적이 없다고 합니다.

허 목사는 "재정집사가 일을 잘하니까 믿고 맡겼다"면서 "통제하고 지시하면 싫어하니까 자율적으로 재정집사에게 맡긴 거다. 크로스 체크를 해야 했는데 순진하게 사람만 믿었고 결과적으로 (사람도 재정도) 놓쳐 버렸다"고 했습니다.

부실한 재정 관리 체계와 맹목적 신뢰에서 비롯한 이번 사건은 ㅅ교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배후에 담임목사가?: 일부 교인은 재정집사 혼자서 큰돈을 횡령할 리 없다면서, 배후에 담임목사가 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심지어 어떤 교인은 진실을 은폐하기 위해 담임목사가 재정집사를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음모론까지 제기합니다. 반면 허 목사는 재정집사의 횡령 사건 때문에 자신이 '횡령 목사'가 됐다며 억울해하고 있습니다.

반으로 쪼개진 교회: 멀쩡하던 교회가 한순간에 목사와 반대파로 갈리고, 담임목사를 상대로 한 고소·고발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애당초 교회가 헌금을 제대로 운용·관리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들인데요. 그런 점에서 ㅅ교회 사건은 한국교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교회재정건강성운동 실행위원장 최호윤 회계사는 이번 재정 사고가 ㅅ교회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했습니다. 특정인을 비난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되고, 교회 재정을 건강하고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모든 교인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했습니다.

교인들이 피땀 흘려 마련한 헌금을 제대로 관리하고 소중하게 써야 한다는 의견에 반대하는 분은 없을 것입니다. '우리 교회에 재정 사고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갖기 보다, 전 교인이 관심을 가지고 재정 시스템을 들여다보는 건 어떨까요.

편집국 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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