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버넌스의 마지막 퍼즐

<뉴스앤조이> 대표로 일하면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거버넌스(Governance)'입니다. 저희뿐만 아니라 온 세계가 함께 고민하고 있는 주제이기도 하지요. 요즘 유행하는 ESG에서 'G'가 바로 거버넌스 아니겠습니까. 워낙 글로벌한 주제라 영어를 그대로 쓰지만, 우리말로는 '의사 결정 체계'로 번역하면 적절할 것 같습니다. '누가 어떤 과정을 거쳐서 무엇을 결정하는가'에 대한 이야기지요.

7년 전 <뉴스앤조이> 대표로 부임했을 때와 지금의 가장 큰 차이점은 아마도 이 거버넌스 아닐까 싶습니다. 교회·기업·단체를 막론하고 어떤 조직이든지 거버넌스 체계에서 창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습니다. 시작한 사람에게 책임과 권한이 주어지는 것은 너무 당연합니다. 시간이 흐르고 조직이 성장하면서 창업자에게 집중된 책임과 권한이 분산되고 체계를 갖추게 됩니다. 얼마나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거버넌스 체계를 갖추느냐가 조직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합니다.

<뉴스앤조이>도 그러한 과정을 거쳤습니다. 창업자였던 김종희 대표님께서 16년간 갖은 고생을 이겨 내면서 <뉴스앤조이>를 이끌어 오셨고, 저는 2015년 말 경영을 맡아 달라는 김 대표님의 초청으로 <뉴스앤조이>에 합류했습니다. 거버넌스 체계에 변화가 일어난 것이죠. 당연히 대부분의 의사 결정을 창업자가 해야 했던 초기와는 다른 디자인이 필요했습니다.

2017년부터는 언론으로서의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경영과 편집 책임·권한을 완전히 분리했고, 거의 대부분의 의사 결정을 집단적으로 실행했습니다.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조직에 대한 충성도와 책임 의식을 대표·직원 구분없이 공유했기 때문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제가 부임한 2016년부터 지금까지 7년간 함께한 직원이 대부분입니다. 조직도, 구성원도 함께 성장한 7년이었습니다. 이제 <뉴스앤조이> 3기가 시작하는 것입니다.

새로운 거버넌스를 구축하면서 도저히 맞출 수 없었던 퍼즐은 다름 아닌 이사회였습니다. 사실 이사회 문제는 저희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비영리 조직이 갖고 있는 이슈입니다. 심지어 영리 조직에서도 이사회 역할 설정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너의 의사 결정권과 이사회의 견제 역할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가 쉽지 않으니까요.

<뉴스앤조이> 이사회는 그야말로 '셀럽(?)'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대표의 부탁을 받고 어떤 형태라도 도움을 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함께해 주고 계시죠. 문제는 이사회가 주요한 의사 결정에 실질적으로 동참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이사에게 권한이 주어지는 근거가 약하고 책임을 정의하기도 어렵습니다. 이렇게 좋은 분들을 모셨는데 1년에 몇 번 뵙는 정도로 끝나니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뉴스앤조이>의 소유 구조

거버넌스는 소유 구조와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가령 주식회사의 이사회는 주주를 대표합니다. 경영진의 이해관계와 주주의 이해관계가 어긋나지 않도록 균형을 맞추는 역할을 해야 하죠. 비영리 조직의 이사회는 누구를 대표해야 할까요? 비영리 조직 경영에서 이사회는 누군가를 대표한다는 개념이 아니라, 조직의 목표를 이루는 데 도움이 될 만한 혹은 대중에게 어필할 만한 분들을 초청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실질적인 의사 결정과는 무관한 별도의 조직이 되고 맙니다. 저는 비영리 조직의 거버넌스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조직의 소유 구조를 반영하는 이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비영리 단체에 소유 구조라는 말이 좀 어색하기는 합니다. <뉴스앤조이>가 가지고 있는 모든 자산 및 운영권은 한 개인 혹은 특정 집단이 독점할 수 없습니다. 비영리의 가장 기본적인 속성입니다. 가령 <뉴스앤조이>가 오늘이라도 문을 닫는다면, 모든 재산권을 공공적 목적에 부합하게 처리해야 합니다. 제가 말씀드리는 소유 개념은 조직의 존재 목적에 대한 책임의 크기라고 이해하셔도 무방합니다. <뉴스앤조이>의 존재 목적은 정관에 잘 담겨 있습니다.

"본회는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교회 개혁과 사회 변혁, 생명 평화 통일이라는 이념을 추구하는 공익적 활동 수행을 목적으로 한다."

이 목적을 이루기 위해 모인 분들이 회원이고, 그 회원들이 경영진을 꾸려 목적을 이룰 수 있도록 사업을 수행하는 것이지요. 따라서 <뉴스앤조이> 의사 결정 구조의 가장 상위 집단은 회원 총회가 됩니다. 그렇다면 이사회는 회원을 대표하는 조직이어야 합니다. 조직 창립 초기에는 그런 고민을 할 필요가 별로 없습니다. 의기투합하여 모인 분들이 이사로 참여하게 되니까요. <뉴스앤조이>처럼 20년이 넘는 조직에게는 어려운 일입니다. '대표성', '책임', '권한' 모두 하나같이 해석하기 난해한 단어들이지요. 그러나 이사회가 회원의 대표 조직으로서의 명분과 실질을 갖추지 못한다면, 이사회 스스로도 존재 목적을 상실하기 쉬울 뿐만 아니라 본질적으로는 회원들의 생각이 의사 결정에 반영될 통로가 사라지게 됩니다.

<뉴스앤조이> 이사님을 모십니다

저번 편지에서 말씀드린 건강 문제 때문에 대표 자리를 내려놓으면서도 제가 상임이사로서 1년을 더 남기로 한 이유는 이사회를 제대로 구성하기 위함입니다. 앞으로 1년 동안 1700여 후원회원과 60여 교회의 의견을 모으고 경영에 반영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저희 이사장이신 방인성 목사님과 김근주·김대준·김성현·김종일·정신실·최주훈 이사님과 함께 <뉴스앤조이> 3기 이사회를 만들어 갈 새로운 이사님을 저희 후원회원 중에서 모시고자 합니다.

이사회는 <뉴스앤조이> 사역팀과 함께 후원회원 커뮤니티를 만들고, <뉴스앤조이> 편집에 대한 피드백을 정기적으로 수집하는 통로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이사회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뉴스앤조이> 기자와 활동가들이 영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지치지 않도록 돌보는 우산이 되는 것입니다. 매월 진행되는 정기 경건회를 올해부터는 이사회가 진행합니다. 이러한 활동과 사역을 함께 진행하실 이사님을 모시겠습니다.

이사회가 후원회원을 대표하는 조직이 된다는 말은 본질적으로 <뉴스앤조이> 후원회원이 하나의 커뮤니티라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뉴스앤조이> 존재 목적에 동의하고 함께 활동하는 커뮤니티입니다. 이사회를 새롭게 구성하고 기능을 강화하는 것은 동시에 후원회원 커뮤니티를 활성화하는 것입니다. 다음 편지에서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만, 이미 지난해부터 <뉴스앤조이> 커뮤니티를 만들어 가는 모임들이 시작됐습니다. 신앙을 이어 가기 점점 어려워지는 환경에 서로의 어깨를 내어 주는 길벗을 만날 수 있는 커뮤니티가 될 것입니다.

이 새로운 여정에 후원회원으로 함께 동참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저널리즘을 제대로 구현하는 좋은 언론의 가치는 값을 매길 수가 없습니다. 말할 수 없는 이들의 입이 되고, 좁은 길을 걷는 교회의 벗이 되는 언론을 만들어 가는 여정에 함께해 주십시오. 분명 마지막엔 함께 웃으며 박수할 날이 올 것입니다.

주님의 은혜가 임하길 기도합니다.

2023. 1. 9.
강도현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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