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경기도 수원시에 있는 오목천교회 김철한 담임목사의 아들 김명우 부목사가 충청남도 당진시에 있는 기지시교회 담임으로 청빙되고, 동시에 기지시교회 담임 김대희 목사는 오목천교회 김철한 목사 후임자로 청빙된 사실이 확인됐다. 두 교회 모두 지역 중·대형 교회라 변칙 세습의 일종인 '교차 세습'이 아니냐는 눈총을 받고 있다.

두 교회가 소속한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이철 감독회장)는 담임목사 은퇴 10년 이내에 자녀나 자녀의 배우자를 청빙하지 못하도록 하는 세습금지법을 시행 중이다. 하지만 A교회 담임목사 자녀를 B교회 담임으로 보내고, B교회 담임목사가 A교회 후임자로 오는 '트레이드'를 막을 수 있는 조항은 없다. 세습의 근본 문제는 '특권'이기 때문에 이런 방식의 트레이드를 교차 세습이라고 한다.

오목천교회와 기지시교회 목사들은 시기가 겹쳤을 뿐 대가성 트레이드가 아니라고 했다. 다음 지도 로드뷰 갈무리
오목천교회와 기지시교회 목사들은 시기가 겹쳤을 뿐 대가성 트레이드가 아니라고 했다. 다음 지도 로드뷰 갈무리

하지만 오목천교회와 기지시교회 목사들은 모두 교차 세습을 부인했다. 김철한 목사는 12월 1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담임자 청빙은 장로들이 주축이 돼 결정하게 된다. 김대희 목사를 후임자로 데려온 것도 우리 교회 장로들이 한 일이고, 김명우 목사가 기지시교회에 청빙된 것도 그 교회 장로들이 결정한 일이다. 나는 기지시교회 장로들을 잘 알지도 못한다"라고 말했다.

충분히 교차 세습이라고 할 만한 상황 아니냐고 묻자, 그는 "오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인정한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죄송하다는 말씀밖에 드릴 수 없다. 하지만 이것이 교리와장정상 불법도 아니고, 내가 기지시교회에 '무슨 방법이 없겠느냐'는 식으로 접근한 것도 절대 아니다. 그게 맘대로 되는 일이 아니다. 나는 목회가 하나님이 길을 열어 주셔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우리 교회는 다른 부목사도 담임 자리가 나면 보내곤 했다"고 말했다.

한편, 경기연회 감독을 역임했던 김철한 목사는 세습금지법을 찬성해 온 사람이다. 그는 아들 김명우 목사가 미국 유학을 마치고 2021년 1월 오목천교회 부목사로 부임했을 때, 예배에서 "어떤 분들은 '아들을 담임목사 시키려고 데려왔나' 그러는데 우리 감리교회는 법으로 절대 절대 안 된다. 그 법을 만든 사람이 나다. 목회는 하나님이 도와주셔서 길이 열려야 하는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아들 김명우 목사 또한 세습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오목천교회가 김대희 목사를 먼저 청빙했다. 그러면 담임 자리가 비지 않나. 마침 기지시교회에서는 젊은 40대 목사를 찾고 있더라. 그래서 내가 추천됐고 기지시교회 장로들이 결정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 "내부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이 '세습'이라는 프레임을 씌우는 것은 좋지 않다고 본다. 교차 세습이라는 말을 듣는 것도 불쾌하다. 언론이 오해를 증폭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기지시교회 김대희 목사도 선을 그었다. 그는 "기지시교회는 40대 젊은 목사가 10여 년간 담임으로 목회하다가 다른 교회로 가는 경우가 벌써 대여섯 번째다. 어찌 보면 기지시교회 전통이라고 볼 수 있다. 장로들도 젊은 목사를 데려와 더 큰 목회를 할 수 있도록 키워 주는 것을 프라이드로 생각한다. 기지시교회 입장에서는 김명우 목사만큼 젊고 학력 좋고 목회 잘하는 사람을 찾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 또한 이번 청빙 과정에서 모종의 거래가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김대희 목사는 "전에도 오목천교회에서 나를 불렀는데 당시 교회 사정이 있어서 못 갔다. 그런데 이번에 또 불러 주셨고, 나도 고민하다 가게 된 것뿐이다. 김명우 목사가 기지시교회 담임으로 오는 것이 대가성인 것은 절대 아니다. 내가 무슨 대가가 있어야 오목천교회로 갈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시선은 불쾌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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