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과 예장통합을 구분하지 못했던 제가 어느덧 교단 총회를 다닌 지 7년째가 됐습니다.

매년 총회가 열리는 9월 셋째 주 월요일이 다가오면 마음이 이상해져요. 처음 참석해 본 총회가 2015년 대구에서 열린 예장합동 100회 총회였는데요. 충격과 공포였어요. 남자 목사+장로 1600명이 가득한 예배당에서 서로 소리 지르고, 멱살 잡고 흔들면서 '성총회'라고 자화자찬하는 인지부조화적인 모습이 기억에 선합니다. 총회 다녀와서는 한동안 "허락이오"가 입에 붙었습니다.

보고하는 안건 하나하나 전부 기가 막혔는데요. 2010년 아이티에 대지진이 나자, 교단에서 어려운 사람들을 돕자며 헌금 21억 원을 걷은 일이 있었는데요. 이 돈이 공중분해돼 5년째 책임자를 처벌하라고 싸우고 있더라고요….

어떤 총대는, 목사들 노후 대책 세우자며 만든 은급재단에 '납골당 사업'으로 뇌물 받은 사람이 있다며, 총회 석상에서 5만 원권 100장 뭉치 네 개 2000만 원을 흔들어 경악을 했죠. 

시간이 지나면서 예장합동은 점점 점잖아지고(?) 이제는 그런 장면을 별로 볼 수 없게 됐습니다. 그리운 건 전혀 아니고요…. 총회 모습이 점잖아졌다고 회의 내용까지 건설적으로 바뀐 건 아니라는 게 아쉽습니다. 올해도 진지한 토론조차 없었던 여성 안수 문제, 목회자 윤리 강령 문제 등을 보면, 내년 108번째 열리는 총회도 별로 기대되지 않는 건 마찬가지네요.

편집국 승현

친절한 뉴스B

규정과 절차는 '스킵'
명성교회 헌의안 '폐지'한 예장통합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이순창 총회장) 정기총회가 1박 2일 일정으로 짧고 굵게 마무리됐어요. 이번 총회 이슈는 '명성교회 부자 세습'이었어요.⛪️

6개 노회가 세습 문제를 바로잡아 달라고 헌의안을 올렸기에 어느 정도 공방이 예상됐는데요. 총회 회무 시작과 함께 명성교회를 지지하는 세력(친명성)이 선수를 치더군요.

보통 헌의안이 올라오면, 정치부나 규칙부처럼 이를 다루는 소관 부서로 보내 논의하게 하는데요. 친명성은 이미 끝난 사안이니 부서로 보낼 것도 없이 그냥 6개 헌의안을 '폐지'하자고 제안했어요.

규정과 절차를 스킵(?)하려는 행태는 여전하더군요. 회무를 주재하는 사회자가 중심을 바로잡아야 하는데, 명성교회를 끔찍이도 아끼고 사랑하는 부총회장 김의식 목사(치유하는교회)가 친명성의 제안을 받는 방향으로 이끌었어요.

오죽했으면 평소 명성교회를 지지해 온 목사 총대마저도 "규정과 절차에 맞지 않으니 소관 부서로 넘겨 논의하게 해서 올라오게 하는 게 맞다"며 반대했을까요. 그러거나 말거나 투표는 진행됐고, 표심을 쥐고 있는 친명성의 바람대로 6개 헌의안은 폐지됐어요. 친명성은 "총대들이 훌륭한 결정을 내렸다"며 추어올렸어요.

이 소식은 빠르게 전해졌고, 사람들은 "총회가 그럴 줄 알았다", "예장통합이 저물어 가고 있다"며 탄식했어요.

편집국 용필


'성폭력 매뉴얼' 1년간
연구하겠다는 교단✍️

예장합동 총회에 올라온 헌의안을 살펴봤어요. 단일 안건으로 가장 많이 올라온 내용은, '목회자 정년 연장 건', '총회 임원 선거제도 변경 건', '사무총장 제도 폐지' 건이었어요. 여성 안수 제도에 관한 안건은 전무하더군요. 총대 목사·장로님들의 관심이 어디에 쏠려 있는지 알 수 있겠더라고요. 

그나마 '기후 환경 위기 대응을 위한 특별위원회 설치 건(기후위기위원회 건)'과 '교회 성폭력 대응을 위한 매뉴얼 수립 건(성폭력 대응 매뉴얼 건)'이 눈에 띄었는데요.

기후위기위원회 건은 설치하되 총회 임원회에 맡기고, 성폭력 대응 매뉴얼 건은 대사회문제대응위원회로 넘겨 1년간 다루기로 했어요. 정년 연장 문제를 두고 목에 핏대를 세우며 격론을 펼치던 총대 목사·장로님들은 이 안건들에 대해서는 별다른 의견 없이 "허락이오"를 외치더군요.

수년째 교회 성폭력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는 상황에서, 하루라도 빨리 대책을 마련해야 할 교단이 내년 총회에서 결과를 보고하겠다니. 이게 1년간 연구할 일인가요.

게다가 예장합동은 목회자 윤리 강령 제정에도 8번이나 실패한 전력이 있어요. "성경보다 더한 윤리 강령은 없다"면서요.

편집국 수진


성소수자가 갈 곳은 어디에️‍

"우리 교단이 동성애 반대를 천명하지 않으면, 그 피해는 개교회와 교인들이 지게 됩니다!"

이번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107회 총회에서 한 총대가 목에 핏대를 세우며 발언했습니다. 저는 이 말을 듣고 '아, 한국교회는 확실히 반동성애 독재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나는 동성애를 반대한다"고 말하지 않으면 피해를 당한다니, 이것이야말로 반동성애 독재 시대 아니겠습니까.

한국교회 대부분을 차지하는 보수 교단들은 이미 수년 전부터 '반동성애'를 교단 입장으로 거듭 선언하고 있습니다. 성소수자들이 교회에 피해를 준 것도 없고 어떤 요구를 한 것도 없는데, 동성애자들의 결혼 주례를 거부할 수 있도록, 동성애자들을 교회에서 추방할 수 있도록 헌법까지 바꾸며 설레발쳤습니다.

이제 그 광풍이 그나마 진보적이라고 평가받는 기장에까지 온 모양입니다. 총회 현장에서 느낀 분위기는 '어서 반동성애라고 선언해!'였습니다. 이를 막고자 하는 소수가 있을 뿐이었죠. 성소수자목회연구위원회가 4년 만에 사라진 것도 그 일환입니다. 기장마저 이 광풍에 휩쓸려 간다면, 이제 성소수자 크리스천들이 갈 곳은 어디일까요.️‍

편집국 권효

※ 교회 개혁과 회복을 꿈꾸는 뉴스레터 처치독은 매주 금요일 오후 6시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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