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인적 신뢰 관계'의 유형에 '신도'를 명시했다. 목회자가 지위와 신뢰 관계를 이용해 성범죄를 저지른 경우, 가중 요소로 고려될 수 있다. 양형위원회 홈페이지 갈무리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인적 신뢰 관계'의 유형에 '신도'를 명시했다. 목회자가 지위와 신뢰 관계를 이용해 성범죄를 저지른 경우, 가중 요소로 고려될 수 있다. 양형위원회 홈페이지 갈무리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대법원 양형위원회(김영란 위원장)가 '인적 신뢰 관계'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 피해자 유형에 '신도'를 추가하고, 이를 양형 가중 요소로 고려하기로 했다. 종교 기관에서 교인을 대상으로 성폭력이 발생할 때 가해를 저지른 종교인에게 더 무거운 형이 부과될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명시한 것이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7월 4일 회의에서 위와 같은 내용이 담긴 성범죄 양형 기준 수정안을 의결했다. 법원은 선고형을 결정할 때, 양형위원회가 세운 기준표를 참고하게 돼 있다. 범죄행위가 다수의 피해자에게 반복적이고 지속적으로 이뤄지는 경우 특별 가중 요소로 반영돼 형량의 기본 범위가 높아지고, 자수하거나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 경우 감경 요소로 작용하는 등 구체적인 표가 마련돼 있다.

양형위원회는 '인적 신뢰 관계를 이용해 범행을 저지른 부분'에서 피해자 유형에 '신도'를 포함했다. 현행 양형 기준은 '인적 신뢰 관계' 이용의 세부 예시를 '제자'와 '지인의 자녀', '그 밖에 이에 준하는 경우'만을 언급했다. 그동안은 목회자와 교인 간 관계가 '인적 신뢰 관계'에 해당하는지는 각 재판부의 재량에 달려 있었던 셈이다.

그러나 지난 6월 양형위원회 116차 회의에서 '사제와 신도' 관계도 예시에 포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대두되면서 이번 개정안에 '신도'가 추가됐다. 양형위원회는 "'그 밖에 이에 준하는 경우'라는 표현만으로는 다수의 '인적 신뢰 관계 이용' 사건을 제대로 포섭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어, 제자 및 지인의 자녀 외에 실제 다수 발생하고 있는 사례를 이에 준하는 가중적 요소의 예시로 추가할 필요가 있다"고 개정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따라, 향후 성범죄 사건에서 신도 대상 범죄행위는 '일반 양형 인자'의 가중 요소 중 하나로 고려된다. 일반 양형 인자는 특별 양형 인자와 달리 선고형의 범위 자체를 높이지는 못하지만, 범위 내에서 좀 더 무거운 형을 내릴 수 있게 한다. 예를 들어 목회자 등 종교인이 신뢰 관계를 이용해 교인에게 성폭력을 저질러 기소된 사건의 선고형 범위가 징역 4~7년이라면, 이 범위 안에서 형량을 높게 선고할 수 있게 된다.

성범죄 양형 기준은 특별 양형 인자와 일반 양형 인자로 구분된다. 범죄 유형에 따라 세부 내용은 조금씩 다르나, 특별 양형 인자는 선고형의 범위를 결정하는 데 활용하고, 일반 양형 인자는 결정된 범위 내에서 선고형을 결정할 때 고려한다. '인적 신뢰 관계 이용'은 일반 가중 인자에 해당한다. 양형위원회 홈페이지 갈무리
성범죄 양형 기준은 특별 양형 인자와 일반 양형 인자로 구분된다. 범죄 유형에 따라 세부 기준은 조금씩 다르나, 특별 양형 인자는 선고형의 범위를 결정하는 데 활용하고, 일반 양형 인자는 결정된 범위 내에서 선고형을 결정할 때 고려한다. '인적 신뢰 관계 이용'은 일반 가중 인자에 해당한다. 양형위원회 홈페이지 갈무리

양형위원회는 이 밖에도 일부 성범죄에 관한 권고 형량을 늘리고, 아동복지시설 종사자 등 아동 학대 신고 의무자의 성범죄는 특별 가중 인자로 반영하는 등 규정을 강화했다. 특히 2차 피해를 야기하는 경우 일반 양형 인자의 가중 인자로 반영하고, 집행유예 여부를 결정할 때도 참작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양형위원회는 △합의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피해자를 지속적으로 괴롭힘  △합의 거절에 대한 유·무형의 불이익을 암시하는 등 부당한 압력 행사 △피해자 인적 사항 공개 △신고에 대한 불이익 조치 △피해자에 대한 모욕적 발언 △집단 따돌림 등을 한 경우를 명시했다. 이 기준에 따르면 예배 시간 피해자를 공개 비난하는 등의 행위 역시 '2차 피해 야기'에 포함돼 더 무거운 형을 선고받을 가능성이 있다.

한편, 특별 가중 인자 중 하나인 '성적 수치심' 용어는 '성적 불쾌감'으로 수정하기로 했다. 양형위원회는 "성적 수치심이라는 용어는 과거의 정조 관념에 바탕을 두고 있고, 마치 성범죄의 피해자가 부끄럽고 창피한 마음을 가져야만 한다는 잘못된 인식을 줄 수 있어 적절하지 않다"고 이유를 밝혔다.

이번에 개정된 양형 기준은 2022년 10월 1일 공소 제기되는 사건부터 적용된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