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트다 활동가들이 <뉴스앤조이>에 '여성주의 예배'를 주제로 연재를 시작한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움트다 활동가들이 <뉴스앤조이>에 '여성주의 예배'를 주제로 연재를 시작한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뉴스앤조이-여운송 기자] '안전한 공간, 느슨한 연대'를 지향하는 '여성들을 위한 성장 플랫폼' 움트다(WUMTDA·전수희 대표) 활동가들이 '여성주의 예배'를 주제로 <뉴스앤조이>에 연재를 진행한다. 제목은 '예배, 여성과 움트다'. 6월 중순부터 격주로 발행하는 이번 연재에는 빡치움·빛움·규움·하하움·美움·애덕움·재이움·채움 등 8명의 '움(활동가들이 서로를 부르는 호칭 - 기자 주)'이 필진으로 나선다. 지금까지 연구해 온 여성주의 예배 이론을 소개하고, 다양한 현장에서 연대하며 직접 기획·참여한 여성주의 예배 경험을 나눈다.

2019년 결성된 움트다는 지난 3년간 반기마다 1회씩 여성주의 예배를 기획·진행하고 워크숍을 열어 왔다. 뿐만 아니라 여성주의 기치를 내걸고 미얀마·우크라이나·난민·기후 등 교회 안팎의 다양한 사회 이슈에 연대해 왔다. '세련된 자매애'와 연대의 정신을 구현한 움트다의 '여성주의 예배'를 통해, 참가한 많은 이가 위로와 용기를 얻었다.

한국교회의 통상적·전형적 예배에서 여성의 모습은 잘 보이지 않는다. 강대상은 온통 남성이 점령하고 있으며, 여성은 여전히 보조적인 역할에 머물러 있거나 침묵을 강요당한다. "예배는 한 교회의 신학과 역사의 총합"이라는 명제가 옳다면, 한국교회가 얼마나 가부장적이고 남성 중심적인 신학·역사를 구가해 왔는지 '예배'만 봐도 여실히 알 수 있다. 한국교회 신학과 역사에 제대로 된 균형추를 놓기 위해서는 더 많은 '예배하는 여성', 더 많은 '여성의 예배'가 필요하다. 움들이 바쁜 일상 속에서도 <뉴스앤조이> 연재를 위해 하얀 모니터 화면과 깜빡이는 커서 앞에 기꺼이 앉기로 한 이유다.

움트다는 어떤 마음으로 여성주의 예배 기획을 시작했을까. 그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무엇이며, 또 연재를 통해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싶을까. 강남역 여성 혐오 범죄 6주기 여성주의 연합 예배가 있었던 5월 24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3명의 움(규움·빡치움·채움)을 만나 연재 사전 인터뷰를 진행했다.

여성들과 함께 움트자
막혀 있는 현실에 길을 트자

- 세 분이 움트다 활동가분들을 대표해서 나오셨습니다. 각자 자기소개를 부탁드려요.

채움 / 저는 채움이라고 해요. 오랫동안 교단 내 여성 단체에서 일했어요. 그러다 보니 한국교회 여성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고요. 움트다 창립 멤버로 지금까지 함께해 왔고, 움트다연구소에서 여성주의 예배와 워크숍을 기획하고 있어요.

규움 / 규움이라고 하고요. ENFP예요.(웃음) 한마디로 얘기하면 무식해서 용감한 스타일인데요. 뭔가를 배우면 시행착오를 여러 번 겪으면서도 직접 부딪혀 보고 살아 내려고 해 왔던 것 같아요. 지금은 주중에 교계 연합 기관에서 사역을 하고, 주말에는 작은 교회를 담임하고 있어요.

빡치움 / 움트다 활동가들은 대부분 여성 목회자인데요. 저는 여기서 지역 교회 평신도 청년의 시각과 목소리를 담당하고 있어요. 사실 그렇게 많은 걸 하고 있지는 않은 것 같긴 한데요.(웃음) 이렇게 함께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내 역할을 다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어요.

- 연재 제목을 '예배, 여성과 움트다'로 정하셨는데요. 어떤 의미를 담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채움 / 제목은 애덕움의 아이디어였고요. 정확히 어떤 의도로 이야기를 꺼냈는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해석하기로는 이래요. 예배는 성별·인종·계급 같은 것에 상관없이 누구나 드리는 건데, 실제 교회 예배는 굉장히 남성 중심적이잖아요. 여성의 목소리는 배제돼 있고요. 그런 현실을 딛고 예배가 여성들과 함께 새롭게 움텄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제목에 담은 게 아닐까 싶어요.

빡치움 / 저희는 '움트다'라는 말을 굉장히 중의적인 의미로 사용하고 있어요. 저는 여기에 '길을 튼다'는 의미도 들어 있다고 생각하고요. 그래서 막혀 있는 한국교회 현실에 길을 트는 예배를 여성들과 함께 가꿔 나가자는 의미도 있지 않을까…라고 혼자 생각해 봤습니다.(웃음)

- 3년간 여성주의 예배·워크숍을 기획하고 실행해 오셨는데요. 계기가 있었을 것 같습니다.

규움 / 우리가 보통 드리는 예배의 모습에 가시적인 변화가 필요하겠다는 분명한 문제의식이 있었어요. 다른 것도 마찬가지지만 일단 개신교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설교'부터 남성 성직자들이 독점하고 있잖아요. 하나님 말씀이 여성의 목소리를 통해서는 전해지지 않고 있어요. 설교 방향도 목회자가 평신도에게 욱여넣듯 일방적이고요. 그래서 이런 관행을 벗어나 다양한 형태와 새로운 의미를 담은 예배를 함께 상상하고 실행해 보게 된 거죠. 저는 이런 시도가 되게 가치 있다고 생각해요.

규움은 남성 중심적이고 목회자 중심적인 예배를 벗어나 새로운 형태의 예배를 시도하는 것은 가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규움은 남성 중심적이고 목회자 중심적인 예배를 벗어나 새로운 형태의 예배를 시도하는 것은 가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빡치움 / 태어나면서부터 지금까지 30년 넘게 한 교회를 다니고 있는데요. 교회에 여성 장로님이나 여성 전임 사역자가 계셨던 적이 한 번도 없어요. 그러니까 예배를 드리면 항상 강대상에 남성 목사님·장로님만 서 계신 걸 봐 왔던 거죠. '왜 남성만 강대상 위에 올라갈 수 있지?'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제가 움트다와 함께 드린 여성주의 예배는 굉장히 다양한 분이 각자 역할을 담당했어요. 예배 공간을 꾸미고, 기도하고, 말씀을 전하고, 성찬을 집례하는 모든 과정에서 배제되는 사람 없이 다 같이 참여했던 게 좋았어요.

채움 / 저는 좀 특이한 경우인데요. 전국을 돌아다니는 기관 목사로 섬기면서 말씀을 전하고 성찬을 집례할 기회가 많았어요. 특히 여전도회전국연합회 총회나 지역 교회 여전도회 헌신 예배 같은 자리에서 여성 회중들을 대상으로 설교할 기회가 많았는데요. 그러다 보니 '여성주의 예배는 어떤 것이다'라는 인식 이전에 여성들과 함께 예배하는 소중한 경험이 많이 쌓였어요. 어떻게 하면 이런 기쁨을 좀 더 젊은 여성들과 나눌 수 있을지 고민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여성주의 예배를 접하게 됐고요. 처음에는 아는 게 너무 없어서 배우면서 했어요. 3년째인 지금도 계속 배우고 있고요. 이런 경험 하나하나가 너무 소중해요. 새로운 경험들을 더 많은 젊은 여성과 함께 만들어 나가고 싶어요.

실패할 기회조차 빼앗긴 여성들
여성주의 예배는 '성장'의 기회

- 움트다의 소개 문구 중 하나는 '여성들을 위한 성장 플랫폼'인데요. '여성들의 성장'과 '예배'에는 어떤 연결 고리가 있을까요.

채움 / 저는 예외적이었지만, 여성 목사 99.9%가 안수를 받고 교회에서 사역을 해도 설교할 기회가 없어요. 성찬 집례도, 장례식 집례도, 결혼식 주례도 할 기회가 없고요. 그런데 저번에 어느 여성 목사님이 안수를 받자마자 저희 움트다 여성주의 예배에서 첫 성찬 집례를 했어요. 저희에게도 정말 큰 의미가 있는 일이었어요. 여성 목사가 설교하고 집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는 것 자체가, 그것을 다른 여성 교인·목회자가 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성장이죠.

저희 수움이 장로회신학대학교 학보사 <신학춘추>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어요. "여성들은 실패할 기회조차 얻지 못한다"고요. 성장을 하려면 실수도 해 보고 실패도 해 보면서 배워야 하는데, (여성들에게는) 애초에 그런 기회 자체가 차단돼 있잖아요. 여성주의 예배는 그런 성장의 기회를 준다고 생각해요.

채움은 여성주의 예배가 기회를 빼앗긴 여성들이 경험을 쌓는 성장의 터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채움은 여성주의 예배가 기회를 빼앗긴 여성들이 경험을 쌓는 성장의 터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규움 / 저 같은 경우도 담임 목회를 한 지 2년이 지났는데, 여러 활동을 하다 보니 기회를 갖는 것 자체가 성장에 정말 도움이 된다는 걸 느꼈어요. 사실 이전에도 10년간 남편 목회를 도우면서 사역해 왔는데, 막상 담임 목회를 시작하니 파트 사역 때와는 차원이 다른 책임감이 주어지고 매주 설교 준비하는 것도 어렵더라고요.

이 과정에서 반성을 많이 했어요. 돌아보니 자연스럽게 서포트하는 역할만 해 왔더라고요. 이름만 붙이면 '공동 목회'라고 할 수도 있었는데 그러지 않았고요. 애초에 여성에게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가부장적 구조하에 있다 보니, 주체적으로 목회할 생각이 안 들었던 거예요. 담임목사가 느끼는 책임감·무게감 같은 것을 나도 경험해 봐야 한다는 생각 자체를 못 했던 거죠. 폐쇄적인 구조에 길들여지니 기회뿐 아니라 경험해야겠다는 생각과 상상력까지 제한되더라고요. 그런 의미에서 여성들이 예배를 통해 다양한 역할을 맡아 보는 것이 성장에 큰 도움이 될 거라고 봐요.

빡치움 / 여성주의 예배를 함께 준비하고 또 드리다 보면, 공간부터 시작해서 예배 순서나 사용하는 용어 등 곳곳에 여성성이 배어드는 것 같아요. 주로 성서 속 여성 인물의 서사를 주제로 다루다 보니, 평소에 찾아보지 않으면 알 수 없었던 내용을 듣고 묵상하는 계기가 되고요. 늘 남성 목회자가 주도하는 예배만 해 왔으니까, 신학을 하지 않은 지역 교회 평신도들은 이런 내용을 접할 길이 없거든요. 이렇게 색다른 예배를 통해 시야가 넓어지는 것 자체가 여성 성장의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 '여성주의 예배'라고 하면 오해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은데요. 움트다가 연대해 온 다양한 이슈들을 보면 이 예배가 꼭 '여성'만을 위한 건 아닌 것 같거든요. 오해를 좀 풀어 주신다면요.

규움 / 물론 교회 내 여성들에게 일차적인 관심을 갖고 있긴 하지만, 여성주의의 관심은 거기에만 머무르지 않아요. 그 여성들이 노동자일 수도 있고, 장애인일 수도 있고, 또 다른 사회적 여건에 처해 있을 수 있잖아요. 그러니까 여러 사회 이슈를 포괄할 수 있는 거죠. 더 나아가 여성과 인간을 넘어 생명을 가진 모든 존재, 피조물까지도 관심 영역을 확장할 수 있어요.

채움 / 일단 여성주의 자체가 스펙트럼이 넓어요. 움트다 내에도 다양한 결이 있고요. 그런데 저희는 이걸 굳이 하나로 통합하려고 하지 않아요. 다르다고 해도 용납할 수 있죠. 우리 밖에 있는 우리가 아닌 다른 존재들을 바라보는 따뜻한 마음들이 여성주의적 관점에서 너무 자연스러운 일인 것 같아요. 그게 움트다의 강점이기도 하고요.

빡치움 / 여성은 교회 내에서 약자 입장에 놓여 있잖아요. 저는 그렇기 때문에 또 다른 사회적 약자들과 세계 곳곳에 관심을 갖고 연대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고아와 과부와 나그네를 섬기라고 했던 말씀을 따라서, 우리도 약자지만 더 힘든 이들을 위해 기도하고 함께 연대하는 게 저희가 지향하는 여성주의 예배의 방향이라고 생각해요.

채움 / 움트다가 예배를 비롯해서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마다 들어오는 문의가 있어요. "남성들은 가면 안 되냐"는 거예요. 이렇게 저희 활동에 관심을 갖고 있는 남성분들이 있고, 저희도 실제로 논의를 하고 있어요. 장기적으로 봤을 때 남성들에게도 오픈할 계획이 없는 건 아니에요. 그러나 지금으로서는 여성들에게 안전한 공간을 제공하고 여성들의 목소리가 많이 들리도록 하는 게 우선 과제라고 생각해요.

- 직접 기획하신 여성주의 예배에 대한 주변 피드백이 궁금하네요.

채움 / 최근에 여러 여성 단위가 모여서 각자가 진행해 온 여성주의 예배를 소개하는 시간이 있었는데요. 제가 움트다 여성주의 예배 관련 내용을 발표하니까 다들 놀라면서 "굳이 왜 저렇게까지 해?" 하는 반응이었어요.(웃음) 저희가 예배 준비를 정말 진심으로 했거든요. 가상 합창단 영상도 만들고, 찬양 개사해서 율동도 만들고, 온라인 성찬 예배 키트도 개별 포장해서 다 발송하고 그랬으니까요. 솔직히 정말 힘들었는데, 그 피드백을 듣고 좀 반성했어요. '살살해도 됐는데 왜 그렇게 열심히 했을까'.(웃음)

그 외에도 다양한 피드백이 있었는데요. 저희가 예배 참석자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했을 때 전원이 "다음번 예배에도 참석할 의사가 있다"고 하셨고요. "이곳에서 다시 예배자로 서게 됐고 소명대로 살아갈 힘을 얻게 됐다"고 써 주신 분도 계셨어요. 저희 키트를 받고 언박싱 영상 찍어 올린 분도 계셨거든요.(웃음) 정말 뿌듯했죠. 무엇보다 어떠한 대가도 바라지 않고 함께 마음을 담아 예배를 준비할 수 있었다는 것 자체로 정말 기뻤어요.

한 예배 참가자는 움트다 활동가들이 정성스레 만든 '온라인 여성주의 예배 키트'의 언박싱 영상을 제작해 보내오기도 했다. 사진 제공 움트다
한 예배 참가자는 움트다 활동가들이 정성스레 만든 '온라인 여성주의 예배 키트'의 언박싱 영상을 제작해 보내오기도 했다. 사진 제공 움트다

규움 / 이건 제가 참가자로 함께했을 때 느낀 점인데요. 움트다 여성주의 예배를 보면, 요소 하나하나마다 얼마나 많이 회의하고 고민했을까, 얼마나 수고했을까 하는 게 다 드러나요. 저도 그 키트를 받아서 개봉했을 때가 기억나는데요. 그 자체로 사랑과 정성이 느껴지더라고요. 아주 특별한 선물을 받고 귀한 손님으로 초대받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 이번에 각자 어떤 내용들을 글로 쓰실 예정인가요.

빡치움 / 저는 평신도 청년으로서 그동안 드려온 남성 중심적 예배에서 느낀 문제점을 진단하고, 또 제가 여성이기 때문에 겪어야 했던 경험들을 솔직하게 담아 보려고 해요. 그러면 제 뒤를 이어서 일곱 분의 필진이 어떤 대안적인 예배가 있는지 다양한 경험을 나눠 주실 거예요.

규움 / 저는 여성 담임목사로서 대안적이고 실험적인 목회를 하고 있는데요. 교회가 공간을 소유하지도 않고, 제가 교회로부터 생계를 의존하지도 않고, 그 외에도 다양한 시도를 겸하고 있어요. 얼마 전 '배움트다'에서 ESG(Environment, Social, Governance)에 대한 강의를 들었는데, 너무 우리 교회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미리 다 말하면 스포일러가 되니까 자세한 내용은 글을 통해 나눌게요.(웃음)

채움 / 저는 움트다 예배 경험을 전반적으로 정리하고, 온라인·메타버스를 기반으로 하는 교회·예배에 대한 여성주의적 대안을 제시해 보려고 해요. 사실 좀 먼 얘기라고 느꼈는데, 코로나19 이후에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실현 가능한 얘기로 다가왔거든요. 그 가능성을 모색하는 글을 써 보려 합니다.

한바탕 잔치를 여는 심정으로

- 다양한 내용으로 글을 써 주실 텐데, 이 모든 예배 경험이 결국 '여성주의'라는 이름 아래 자연스레 모이는데요. 이렇게 모든 걸 아우르는 여성주의 예배의 본질적인 요소가 있다면 뭐라고 보시나요.

빡치움 / '환대'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세심하게 고민하고 정성스레 준비해 놓은 예배의 장소에 초청되어 환대받는 경험이 참여자를 다시 발걸음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모든 다양성을 아울러서 '그때 예배 참 좋았는데', '다시 한번 그렇게 예배하고 싶다'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건 여성주의 예배가 추구하는 환대의 정신이라고 봐요.

움트다에서 평신도 청년으로 활동 중인 빡치움은 '환대'가 여성주의 예배의 중요한 가치 중 하나라고 했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움트다에서 평신도 청년으로 활동 중인 빡치움은 '환대'가 여성주의 예배의 중요한 가치 중 하나라고 했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채움 / 오케이. 저는 환대 받고, '여성의 주체성'이요. 지금 우리가 드리는 예배에서는 여성이 보이지 않거나 아주 수동적인 역할에 머물러 있어요. 제 친구 중 하나가 그런 말을 했어요. "하나님을 만나고 싶어서 교회를 갔는데, 예배의 그 어떤 순간에도 내가 없었다"라고요. 이 친구는 학벌로 보나, 연봉으로 보나, 다른 무엇으로 보나, 아주 똑똑하고 잘나가는 여성인데, 교회에서는 자기를 남편 뒷바라지나 하고 아이 낳아 잘 키우는 역할 정도로 정형화했으니까요. 여성에게는 그런 것 외에 아무런 역할도 부여하지 않으니까 "여기엔 내가 없다"고 한 거예요. 여성주의 예배에서는 여성이 주체가 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규움 / 저는 '평등'과 이를 구현하는 방식으로서 '열린 대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대부분의 예배가 남성, 성직자, 비장애인, 성인 중심이잖아요. 그러니까 여성, 평신도, 장애인, 어린아이가 보이질 않아요. 평등하지 않은 거죠. 예배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 사이에 위계가 사라져야 한다고 봐요. 그러려면 일방적이지 않은, 열린 대화가 필요하고요. 앞서 빡치움과 채움이 말한 '환대'와 '주체성'과도 연결돼 있는 이야기예요.

- 연재를 통해 기대하시는 바가 있다면요.

빡치움 / 저희가 소셜미디어나 유튜브 채널을 통해 활동 내용을 홍보하고 있기는 하지만, 움트다를 아는 분들은 대부분 사역자거나 주변에서 소개받은 지인들 정도예요. 저희가 지향하고 활동하는 영역에 대한 갈증이 있는데도 아직까지 저희 활동 내용을 잘 모르는 분들이 많이 계실 거예요. 이번 연재가 그런 분들에게 움트다와 다양한 여성주의 예배 경험을 소개하는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규움 / 저는 글을 통해 특수한 목회 형태를 소개하는 셈인데요. 저희 교회가 대중적인 교회 모델이 될 수는 없겠지만, 다양성과 가능성을 보여 주는 차원에서 하나의 사례를 보여 드릴 수는 있을 것 같아요. 꽃 하나 들풀 하나 다 아름답고 각자의 역할이 있는 거잖아요? 교회도 마찬가지라고 봐요. 꽃 같은 교회, 들풀 같은 교회 모두 살아남을 수 있는 생태계를 제시하는 데 이번 연재가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채움 / 움트다를 시작했던 여러 목적 중 하나는, 제 뒤에 오는 젊은 여성 목회자들이 자기 재능을 살려서 목회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하는 거였어요. 그러려면 여성들에게 더 많은 경험이 필요해요. 저는 이런 경험이 기록되고 공유될 때, 움트다 예배에 직접 참여하는 사람뿐 아니라 다른 여성에게도 분명 직간접적으로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이 경험을 공유하면서 새로운 대안적인 교회가 많이 생기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어요.

어떻게 보면 움트다가 지금까지 함께해 온 여러 예배와 활동들은 하나의 '잔치' 같은 거였어요. 그동안 이 잔치를 '움트다' 내부에 터를 두고 열었다고 한다면, 이번 연재는 글이라는 매체를 통해 좀 더 확장된 터에서 잔치를 열어 볼 수 있는 기회인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기대가 돼요.

사실 지난번에 '부름받아 나선 이년'을 연재했던 감리교여성지도력개발원 2030 연구원분들이 글을 너무 잘 쓰셔서 비교가 될까 걱정이 되긴 하는데요.(웃음) 저희 움트다만의 색깔과 결이 있으니 이번에도 '한바탕 잔치한다' 생각하고 잘 써 보려 해요. 잔치를 열 수 있도록 판을 깔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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