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껍아 두껍아, 헌금 낼게 전별금 다오

지난 5월 첫째 주에는 오랜만에 상경하신 어머니와 좋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서울에 오신 김에 저희 사무실도 구경하게 해 드렸고요(어머니는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아버쥐…" 하며 가만히 기도를 올리셨습니다…). 평생을 예장합동의 딸로 독실하게 신앙생활 해 오신 어머니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자연스럽게 교회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아쉽게도 좋은 얘기는 별로 나오지 않았고요.

어머니도 씁쓸한 표정으로 제가 처음 듣는 '썰'을 하나 푸시더군요. 어머니는 제 고향 교회이기도 한 작은 교회를 오래도록 섬기셨는데요. 어느 날 공동의회에서 은퇴를 앞둔 담임목사님이 이렇게 말했답니다. "요즘 교회들 트렌드(?)는 담임목사님이 목회하면서 낸 주정 헌금, 감사 헌금, 십일조 등을 모두 합산해서 은퇴할 때 '전별금' 조로 돌려주는 것"이라고요‍.

없는 형편에도 착실히 헌금 생활을 하며 교회를 섬겨 오신 어머니는, 그 말에 꽤나 큰 충격을 받으셨다고 해요. '그러면 목사님이 그동안 하나님 앞에 드린 헌금은 다 뭔가. 헌금이 무슨 연금보험도 아니고, 이건 돈 넣고 돈 먹기와 다름없지 않나' 하고 말이지요. 어머니는 여차여차해서 그 교회를 떠나, 지금은 목사님 부부를 포함해 대여섯 명이 모이는 아주 작은 교회를 섬기고 계십니다.

공교롭게도 이번 어버이주일, 어머니와 함께 출석한 교회에서 들은 설교 제목은 "헌금과 생활비"였습니다. 종교적 권위를 등에 업고 가난한 자들의 고혈을 빨아먹는 종교 지도자들을 비판하는 내용이 담긴 설교였는데요. 가난한 여인의 생활비 전부를 몽땅 털어 넣게 만들고, 정작 자신들은 호의호식했던 당시 성전 체계가 오늘날 한국교회 모습과 오버랩되면서 등골이 다 오싹해지더군요.

글쎄요. 위 목사님 말처럼 담임목사들의 '연금보험식 전별금 회수'가 실제 요즘 교회 '트렌드'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일반 상식을 과하게 뛰어넘는 목사 전별금 문제나 재정 전횡으로 단박에 휘청이는 교회가 많은 건 사실이지요(그것도 대부분의 신자들이 모르는 사이에 말이에요). 교회가 조금 더 교회다워지려면 '트렌드'보다는 '상식'을 갖추는 게 먼저이지 않을까요. 순수한 마음으로 교회를 위해 헌신해 온 신자들이 실족하는 일이 없도록 말입니다.

편집국 운송

친절한 뉴스B

시골 목사님들 응원합니다

'깡시골'을 다녀왔습니다. 충남 예산군 신안면에 위치한 '안골'에서 안골교회를 섬기는 김진희 목사님을 만나고 왔지요. 사전에 인터뷰 요청 차 전화를 드리자, 김 목사님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김 목사님: 자가용으로 오세요?
요셉: 아니요, 기차 타고요.
김 목사님: 대중교통은 힘들 텐데요….
요셉: 지방 많이 다녀 봐서 괜찮습니다. ^^

자신 있게 전화를 끊었는데 웬걸, 역에서 마을로 들어가는 버스가 하루에 1~2대밖에 없더군요. 결국 택시를 타고 한참 들어갔습니다(택시비가…).

김진희 목사는 남편 서영수 목사와 함께 20년 전 안골교회를 세웠습니다. 서 목사는 중증 장애를 갖고 있어 몸의 절반을 쓰지 못합니다. 김진희 목사가 교직에 종사하며 생계를 책임져 왔죠. 하지만 교회 개척이 꿈이었던 남편의 권유를 끝내 거절하지 못하고, 아무 연고 없는 안골에 정착하게 됐습니다.

김 목사는 얼마 전, 20년간 기록해 온 '교회 개척기' <산 너머 안골에는 누가 살길래>(북인더갭)를 출간했습니다. 어느 날 잠이 안 와서 책을 펼쳐 봤는데 새벽까지 단숨에 읽었습니다. 감동적이고 인상적인 내용이 아주 많더라고요. 쥐와 벌레와의 동거, 마을 어르신들에게 한글을 가르친 일, 자연에서 경험하는 하나님의 신비 등. 늦은 밤 혼자 방에서 낄낄거리기도 하고, 코끝이 찡해져 훌쩍이기도 하며 아주 궁상을 떨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비단 김 목사님만의 것이 아닐 겁니다. 지금도 이름 없이 빛도 없이 '소명' 하나만을 바라보며 지역 주민들과 함께 하나님나라를 일구는 사역자분들이 곳곳에 많을 테니까요. 그분들에게 이 기사가 조금이나마 위로와 소망이 됐으면 좋겠습니다(대전에 교회를 개척한 제 작은누나 부부에게도요). 

사역기획국 요셉


<퀴어 성서 주석> 소개 기사를 쓴 이유

<퀴어 성서 주석 Queer Bible Commentary·QBC>(무지개신학연구소)은 한국교회 주요 교단에서 '금서'로 지정한 책이에요. 성경이 금하는 동성애를 옹호하고, 차별금지법 제정 찬성에 활용된다는 게 이유였죠. 그런데 이 결의가 나온 것은 QBC가 출간되기도 전인 2017년이었어요. 어처구니없게도 책 내용은 살피지도 않고 제목에 '퀴어'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반대했던 거예요.

QBC는 지난해 4월과 올해 2월, '히브리성서 편'과 '신약성서 편'으로 나뉘어 출간됐어요. 주요 교단의 '금서' 지정이 무색하게, 교계 안팎에서 주문이 쇄도했죠. QBC를 주제로 한 강의도 여러 번 열렸어요. <뉴스앤조이>는 한신대학교 이영미 교수와 한국퀴어신학아카데미(퀴신아)가 진행한 강의에 직접 참석해 해당 내용을 기사로 쓰기도 했는데요. 신학 주석에 담긴 전문적인 내용을 다 파악하기는 쉽지 않았지만, 성서가 이토록 무궁무진하게 해석될 수 있는 책이라는 것을 새삼 느낀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책을 읽지 않고 평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QBC와 퀴어신학에 관한 논의가 한 단계 진전되려면, 2017년 주요 교단이 행했던 일은 되풀이하지 않아야 합니다. 비판도 내용의 맥락과 취지를 제대로 알고 할 때라야 설득력이 있으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QBC 번역·출판 과정에 참여하고 강의도 이끈 퀴신아 유연희 회장, 변영권·정혜진 운영위원과 함께한 이번 <뉴스앤조이> 좌담은, QBC를 이미 접하신 분뿐만 아니라 아직 접하지 못한 분들에게도 좋은 길잡이가 되어 줄 거라고 생각합니다. QBC가 너무 급진적이라거나 '억지 해석'을 한다는 오해를 해소하고 싶은 분들, 왜 지금 QBC를 읽어야 하는지 알고 싶은 분들께 이 좌담 기사를 추천합니다.

편집국 수진


은혜 받아서 대형 교회 목사 설교 따라했다면서 '표절'은 아니라고?

세습 제보는 <뉴스앤조이>에 단골로 들어오는 제보 유형 중 하나인데요. 이 분야에서 단연 독보적인 교단은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입니다. 하도 세습으로 논란이 되니 직계 세습을 금지하는 법을 만들었는데, 그러자 담임목사 두 명이 서로의 아들을 맞바꿔 청빙하는 '교차 세습' 유형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참 신박하죠?).⛪️

4월 초 <뉴스앤조이>가 보도했던 대전 ㅅ교회와 청주 ㅎ교회의 사례도 '교차 세습'입니다. 목원대 신학과 동기 목사 두 명이 서로의 아들을 자기 교회 후임자로 맞바꿔 청빙한 것이죠. 이들은 '대형 교회 출신이라', '영어 잘해서' 청빙했다는 이유를 대면서 교차 세습을 정당화했죠.

그런데 그 '대형 교회 출신' 목사는 부임 직후부터 자신이 몸담았던 대형 교회 담임목사의 설교를 표절하기 시작했어요. 확인한 것만 5번이었습니다. 감리회에서 유명한 만나교회 김병삼 목사의 설교였는데요. 6년 전 사순절에 예수님의 열두제자를 주제로 한 시리즈 설교를 그대로 반복한 것이죠. 아무리 그래도 갓 부임한 목사의 설교를 기대할 교인들에게 '표절 설교'라니요….

더 황당한 것은 해당 목사의 반응이었습니다. 자신은 표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어요. 6년 전 부목사로 있으면서 은혜 받았던 부분을 교인들과 나누는 게 뭐가 문제냐는 것이죠. "세상에 독창적인 설교라는 게 존재하긴 하냐"면서 이 내용을 꼭 써 달라고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김병삼 목사 설교에서 '영감'을 받았다기에는, 주제뿐 아니라 예화와 구성 전개까지 유사해서 아무리 봐도 '표절'이라고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차라리 만나교회 예배 실황을 유튜브로 틀지 왜 굳이 그걸 베껴서 설교할까 하는 생각이 드는, 씁쓸한 취재였습니다.

편집국 승현

※ 교회 개혁과 회복을 꿈꾸는 뉴스레터 처치독은 매주 금요일 오후 6시 찾아갑니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