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치독 본문

<뉴스앤조이> 기자라서 좋은 점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근무 시간에 합법적(?)으로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건데요. 저는 작년부터 <퀴어 성서 주석 Queer Bible Commentary·QBC>히브리·신약 성서 편을 공부하면서 강좌에 대한 기사를 쓰고 있어요. 공부라고 해서 무언가 대단한 걸 하는 것은 아니고 잠시 시간을 내어 본문을 미리 읽는 정도입니다만, 일회성이 아니라 꾸준히 강좌를 따라가다 보니 학생 시절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이 드네요. 지금껏 이렇게까지 성서를 깊이 읽어 본 적이 있었나 싶기도 하고요.

QBC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퀴어 시각에서 본 성서 해설서'라고 할 수 있는데요. 그동안의 성서 해석이 이성애·비퀴어 중심이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해요. 기존의 보수적인 한국교회가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데 사용했던 성서 속 근거 구절을 비판적으로 재해석하는 것뿐만 아니라, 성소수자를 공격하지도 옹호하지도 않는 구절들을 퀴어 시각에서 새롭게 읽어 낼 수 있다는 것이 몹시 흥미롭더라고요. 성서는 보는 이의 관점과 경험에 따라 해석이 무궁무진해질 수 있고, 그렇기에 영원토록 살아 있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새삼 들었습니다.

QBC 신약 편 강의는 한 주만을 남겨 두고 있습니다. 매주 한 번씩 머리를 쥐어뜯으며 공부하던 시간도 이제 곧 매듭을 짓겠네요. 더 많은 독자님이 QBC의 매력에 빠지고, 무조건적 비판보다는 건설적인 공론장이 마련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사를 작성했는데, 그동안 어떻게 읽으셨는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특히 고난주간을 지나고 있는 지금, 각자 어떤 처지와 상황에서 성서를 묵상하고 계신지도 듣고 싶네요.

마지막으로, 얼마 전 읽은 QBC 속 한 구절을 독자님들께도 전합니다. 어둡고 기나긴 고난의 밤을 지나, 기쁜 부활절 아침을 맞이하시길 바랍니다.

"메시아의 지위는 지나치게 풍성해서 넘쳐 나는 지위로 선포되었다. 그는 당시의 사회질서가 불결하다고 따돌린 사람들 가운데 계셨던 이상한 퀴어 하나님을 알린 메시아였다. 말로 표현할 수 있는 것 이상의 하나님, 기존 개념의 범주와 통제를 넘어선 하나님은 참으로 퀴어한 하나님이시다. (중략)
 

그런데 퀴어 예수는 부활할까? 나는 '그렇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퀴어 하나님의 부활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이미 현실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공동체에 속해 있다. 하나님은 성적이며 정치적인 이데올로기의 좁은 한계를 넘어서, 소외된 사람들 가운데 온전히 현존한다고 여전히 담대하게 믿는 모든 그룹과 개인과 함께하신다." (117~118쪽).

편집국 수진

친절한 뉴스B

다시 생각하는 이동권

"안내 말씀 드립니다. 명동역 엘리베이터 설치 공사 관계로 휠체어를 이용하시는 분들께서는 전 역 충무로역이나 다음 역 회현역을 이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경기 북부에 살고 <뉴스앤조이> 사무실은 충무로역이라 바로 다음 역인 명동역까지 갈 일이 별로 없었는데요. 이번 주에는 사당역에서 취재가 있어서 4호선을 타고 죽 내려갔습니다. 충무로역을 지나 명동역으로 갈 때 안내 방송이 나오더라고요. 유동 인구가 많은 명동역에 아직도 엘리베이터가 없다는 사실도 작은 충격이었지만, '저렇게 안내할 거면 충무로역에 가기 전에 방송을 해 줘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취재를 마치고 4호선 상행을 타고 가면서도 회현역에서 명동역으로 가는 사이 안내 방송이 나오더군요.

저는 휠체어를 타지 않지만, 가끔 아이를 유아차에 태우고 다닐 때면 엘리베이터가 없는 건물이 얼마나 불편한지 깨닫습니다. 간혹 그런 경험을 해도 짜증이 밀려오는데, 휠체어를 타고 생활해야 하는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은 어떨까요? 명동역에 내리지 못하는 것도 불편한데, 안내 방송도 뒤늦게 나오는 현실. 누군가는 이런 불편함이 일상이었다는 사실에 왠지 모를 부채감이 들었습니다.

안내 방송이 나올 때도 열차 안의 사람들은 그저 무심한 얼굴로 휴대폰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 열차 안에는 휠체어를 탄 사람이 아무도 없었거든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출근길 지하철 타기 투쟁이 이슈가 되고, 탈시설 운동을 해 온 김정하 활동가를 인터뷰하지 않았다면, 저 또한 그런 방송이 나오는지도 몰랐을 것입니다. 누구는 전장연의 투쟁이 "수백만 서울시민을 볼모로 잡고 있다"고 했던데, 사실은 비장애인들이 장애인들을 볼모 삼아 속도와 안락을 누리고 있었던 게 아닐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편집국 권효


"친구 아들에게 속았다"
작은 교회 목사들 빚더미에 나앉은 사연

"수입 중고차를 구매하면 비싼 값에 되팔아 수익을 내 주겠다"며 접근한 친구 임 아무개 목사의 아들 임 씨. 목사들은 40년간 알고 지낸 친구 아들을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임 목사 아들의 사업을 친구들에게 권유하기도 했기에 더욱 그랬죠. 목사들은 캐피탈에서 대출을 받아 차량을 구입해 임 씨에게 넘겼습니다. 그러나 곧 처분해 준다던 차는 어디 있는지 행방불명이고, 캐피탈에서는 할부금을 갚으라며 독촉 전화가 날아오기 시작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한 대는 밀수출 직전 부산항에서 적발되기도 했습니다.

피해를 입은 목회자들은 대부분 작은 교회를 담임하고 있습니다. 매달 수백만 원씩 날아오는 할부금을 갚을 여력이 없습니다. 일부는 회생 절차를 신청했지만, 조건이 안 맞는 목회자들은 집을 파는 등 하루아침에 길거리로 내몰릴 판이 되었습니다.

알고 보니 임 씨는 파주와 논산에서도 동업 또는 자동차 중고 재판매 등을 제안했다가, 돈을 갚지 않아 고소된 상황이었습니다. 드러난 피해자만 30명에 이르고, 액수도 30억 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보입니다. 게다가 그는 과거에도 사기죄로만 전과 5회를 기록해, 교도소를 들락날락하기도 했고요. 피해자들은 "추가 피해를 막고, 임 씨가 도주하지 못하도록 신병을 확보해 달라"고 경찰에 요청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임 씨를 곧 불러 조사할 예정입니다.

편집국 승현


벚꽃 노래 한 곡 들어 보실래요?

저희 사무실이 있는 서울 중구 필동은 이번 주가 벚꽃 피크였는데요. 충무로역부터 회사까지 펼쳐진 벚나무 길이 아주 절경이었답니다. 나무 아래서 끼리끼리 사진을 찍는 가족·친구·연인들을 보며 '이제 정말 봄이 왔구나'를 실감했습니다. 특히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이어지다 보니, 제대로 된 봄을 맞이하는 게 더욱 오랜만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루는 벚꽃 길을 걸으며 얼마 전 처음 듣게 된 노래 한 곡을 떠올렸습니다. 그 노래에는 이런 가사가 나옵니다. "우리 4월에 말야, 벚꽃 보러 갔을 때 수근거리던 애들 기억나? 쟤넨 남자 둘이서 여자 친구도 없이 칙칙하게 놀러 나왔다고. 모르나 봐, 봄꽃보다 빛나는 네가 내 남자란 걸. 어디서든 종로 골목 같을 거란 말, 이뤄 줄 거야." 지난 4월 1일 LGBTQ 보컬 그룹 '라이오네시스(Lionesses)'가 발표한 'Will You Be My Groom?'라는 곡인데요. 여느 사랑 고백과 다를 바 없는 이야기지만, 차별의 시선을 견뎌야 했던 이들의 자전적인 가사가 좀처럼 쉽게 잊혀지지 않더라고요.

라이오네시스 멤버 말랑은 성소수자들에게 "숨어서 사랑하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코로나19 자가 격리의 경험을 떠올려야 한다고 말해요. 일주일뿐인 자가 격리만 겪어도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서 몸이 근질거리는데, 평생 성 정체성을 숨기고 지내야 하는 성소수자들은 오죽하겠느냐고요. 특히, 앞서 걸을테니 다음 세대의 성소수자들은 좀 덜 아프길 바란다는 이들의 이야기가 제겐 커다란 울림으로 다가오더라고요. 이들이 K-POP에 새기는 '최초'의 발자국을 한껏 응원해 주고 싶네요.

편집국 수진

※ 교회 개혁과 회복을 꿈꾸는 뉴스레터 처치독은 매주 금요일 오후 6시 찾아갑니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