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아이가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처음으로 투표권을 행사했습니다. 지난 총선에서는 생일이 늦어 친구들과 달리 투표를 못 했거든요. 그래서인지 이번에는 사전 투표 첫날부터 투표장에 달려가더군요. 누구를 찍었는지 몹시 궁금했지만 묻지 않았습니다. 비밀선거 원칙을 가정에서도 지켜야겠죠?

제 아들은 '이대남'입니다. 아들이 정치나 사회에 대해 이야기할 때 '이게 세대 차이인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습니다. 지난 몇 달 아들과 함께 뉴스를 볼 때면 저희 집 거실은 세대 갈등, 젠더 갈등의 축소판이 됐습니다. 중간에 낀 딸은 제발 좀 그만하라고 짜증을 냅니다. "밥 좀 편하게 먹자"고요. 딸은 선거가 빨리 끝나길 기다렸습니다.

생각해 보면, 저도 부모님과 정치 이야기를 나눌 때마다 큰 벽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제발 **** 채널 좀 그만 보시라"고요. 수없이 이야기했죠. 하지만 여전히 집에 가면 그 채널만 보고 계십니다. 아버지 휴대전화 메시지에는 유언비어, 허위 정보라고밖에 생각이 안 되는 온갖 글들이 가득합니다. 지인분들이 정성껏 보내 주신 결과겠죠. 요즘은 유튜브 링크도 보내시는 것 같습니다. 

선거가 끝났고 당선자도 정해졌습니다. 저희 집에는 평화가 찾아왔습니다. 일상으로 돌아온 것 같습니다. 선거 결과에 만족하지 못하는 분도 많이 계시겠지만, 모두 고생하셨습니다. 갈등과 분열을 봉합하고 더 나은 세상, 살기 좋은 사회를 함께 만들어 갔으면 좋겠습니다.

사역기획국 승연

처치독 리포트

성폭력으로부터 안전한 공동체를 만들고 싶다면

기독교반성폭력센터(기반센)가 발표한 2021년 상담 통계 자료를 보다가 입에서 한숨이 새어 나왔습니다. 지난해 기반센에 접수된 교회 내 성폭력 사건은 45건입니다. 전년도에는 43건이었으니, 조금 증가한 셈이죠. 배경은 복합적이겠지만, 코로나19로 교회에 모이지 못하던 시기에도 교회 내 성폭력은 끊이지 않고 발생했습니다.

제게 또 다른 고민을 안겨 준 건, 가해자의 직분이었어요. 기반센 자료에 따르면, 담임목사를 비롯해 부목사, 선교 단체 리더, 신학대학교 교수 등 '리더 그룹'이 가해자의 66%를 차지했거든요.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 역시 목회자와 일반 교인 사이가 47%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습니다.

목회자는 교회에서 차지하는 권력과 영향력이 적지 않아요. 그만큼 성폭력을 저질렀을 때 피해자와 공동체에 미칠 악영향도 크죠. 그루밍을 통해 여러 명의 피해자를 발생시키고, 2차 가해를 하거나 아무 일이 없었다는 듯 교회로 복귀하는 사례도 왕왕 있었어요.

성폭력은 교단을 불문하고 발생했어요. 기반센 자료에 따르면, 주요 교단에서 발생한 성폭력이 과반을 차지했어요. 선교 단체, 신학대학교 등 교단 밖에서 일어나는 성폭력도 있었고요.

한편, 이번 상담 통계는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이야기해 주기도 합니다. 한국교회 교인들의 성 인지 감수성이 높아지고, 폭력적인 교회 문화와 구조를 드러내고 변화해 나가려는 시도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요.

특히 이번 자료를 보면, 40대 이상 피해자가 지난해보다 큰 폭으로 늘어났습니다. 이는 그동안 가부장적이고 목사 중심적인 교회 문화 속에서 성폭력 피해를 자신의 책임으로 돌리거나 개인화하던 이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것을 보여 줍니다.

그렇다면 교회 공동체가 성폭력으로부터 안전한 공간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기반센 박신원 실장은 피해자와 연대하려는 태도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 성범죄 목회자를 제대로 치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 공동체에서 피해 경험을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 연대감을 누릴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요.

그래야 사건 해결 이후에도 피해자가 배제되지 않는 공동체를 꾸려 나갈 수 있기 때문이죠. 한국교회가 더 늦지 않게 목회자의 성폭력부터 피해자의 회복 문제까지 고민하고 대안을 모색하면 좋겠습니다.

편집국 수진

※ 교회 개혁과 회복을 꿈꾸는 뉴스레터 처치독은 매주 금요일 오후 6시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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