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뉴스앤조이> 강도현 대표입니다. 벌써 크리스마스라니 믿기지가 않습니다. 지난주에는 어떤 분께 편지를 쓰다가 올해가 2020년인지 2021년인지 잠시 헷갈렸습니다. 몇 초가 지나서야 2021년 마지막 달이라는 사실에 깜짝 놀랐지 뭐예요. 오늘이 며칠인지, 무슨 요일인지도 아니고 연도를 떠올리는 데 한참이 걸리다니 우습기도 하고 당황스럽기도 했습니다. 아마 제 무의식이 지난 2년의 기억을 통째로 지워 버리고 싶었나 봅니다.

올해면 끝나겠지 기대했지만 아무래도 한참을 더 견디며 지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현실을 마주하기가 참 어려운 시기입니다. 저뿐만 아니라 많은 분이 힘겨운 연말을 보내고 계실 텐데요. 우리 잠시 함께 큰 숨을 들이쉬고 다시 한번 힘내서 걷기로 해요. 아직은 더 보고 싶은 풍경이 있으니까요. 함께 손잡고 걸으면 힘이 나지 않을까요? 힘겨운 시기에 보내는 크리스마스는 더욱 특별합니다. 부유할 때보다 예수님의 모습이 더 명확히 드러나니까요.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암울한 시대에, 전혀 상상할 수 없는 곳으로 오신 예수님을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엄마 아빠의 손길 없이는 생존할 수 없는 아기의 모습으로 오신 하나님을 묵상할수록 신비의 깊이가 더해집니다. 지금도 예수님은 그런 모습으로 우리 가운데 오시지요. 마태복음 25장 40절에서 예수님은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라는 말씀을 주셨지요. 저는 이 말씀을 비유가 아닌 실제로 여깁니다. '첫 번째 크리스마스'는 지극히 작은 자로 우리 가운데 존재하시는 하나님을 정말 실감 나게 보여 줍니다.

아기 예수님, 그리고 마리아와 요셉이 겪어야 했던 고난은 우연한 것이 아니었죠. 제국의 탐욕으로 점철된 국제정치의 결과였고 출신 성분에 따라 잠잘 곳도 차별하는 사회가 빚어낸 고통이었습니다. 지금도 우리의 왕이신 아기 예수님은 첫 번째 크리스마스와 다를 바 없는 곳으로 임재하셨을지 모르겠습니다. 제 고민은 아기 예수님을 만나기 위해서 매일 새벽 노동을 채워야 했던 목동이 되든지, 별을 좇아 사막을 넘는 동방박사가 되든지 해야 하는데 제게 그럴 용기가 없다는 것입니다.

요 며칠 묵상 중에 용기가 부족한 제게 예수님이 살짝 이야기를 건네 오시더라고요. "괜찮으니 가던 길을 계속 가라"고요. 앞으로 크리스마스를 몇 번 더 맞을지 모르지만 언젠가 아기 예수님 앞에 선물을 놓고 엎드릴 날이 오겠지요. 어쩌면 우리는 이미 서쪽 하늘 어디엔가 떠오른 별을 쫓아 걷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 지치지 말고 함께 베들레헴 마굿간에 닿을 때까지 함께 걷기로 해요. 그렇게 걷다 보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도착해 있을 테니까요.

메리 크리스마스!

2021년 12월 24일
강도현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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