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스타로 오신 예수 - 커피 마시며 음미해 본 신앙 이야기> / 석용욱 지음 / IVP 펴냄 / 180쪽 / 1만 3000원
<바리스타로 오신 예수 - 커피 마시며 음미해 본 신앙 이야기> / 석용욱 지음 / IVP 펴냄 / 180쪽 / 1만 3000원

[뉴스앤조이-김은석 사역기획국장] "예수님이 목수가 아닌 바리스타로 오신다면 어떨까? 어떤 마음으로 손님을 맞이하시고 커피를 내리실까?"(9쪽)라는 상상이 빚어낸 책. <빛과 먹선 이야기>(GTM), <환승역>(홍성사) 등 그림 묵상집을 펴낸 바 있는 석용욱 작가가 개성 있는 그림과 커피를 매개로 일상과 신앙을 성찰한 단편들을 엮은 드로잉 에세이다. 저자는 뉴질랜드의 한 대학 카페에서 가난한 유학생들을 위해 5달러짜리 커피와 머핀 세트를 판매하는 교포 부부를 만났을 때, 우리 곁에서 커피를 내리는 예수님의 모습을 떠올렸다. 이 책을 쓰기로 결심하고 일터에서 작은 예수로 치열하게 살아가는 평범한 이들에게 마음을 포개기 시작한 것도 그때부터다. 보수적인 교회에서 자라 선교 단체에서 10년간 간사로 일한 저자가 불안정한 전업 작가의 삶에 뛰어든 뒤, 낮은 곳에서 다양한 사람을 품으시는 예수님을 발견하고 깨달은 내용들을 따듯하고 유쾌한 필치로 풀어놓았다. 일상을 사는 평범한 현대인들 곁에서 커피를 내려 건네는 예수님의 모습을 재치 있게 그려 낸 다양한 그림을 감상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간간히 소개하는 커피 관련 상식은 덤이다.

"핸드 드립의 목적은 최대한 걸러내는 것이다. 천천히 물을 붓고 뜸을 들여 커피를 우려낸 후 그 우려낸 물을 여과지에 통과시키면 단순 찌꺼기뿐 아니라 불순물과 기름 등도 깔끔하게 제거된다. 그렇게 여과된 커피에는 원두 본연의 맑고 깨끗한 맛과 향만 남는다. (중략)
 

나는 이 부분을 너무 단순하게 생각했다. 스펙이나 경력을 쌓듯 자꾸 무언가를 더하면 영적으로 성장하는 것으로 착각했다. 그래서 지식을 쌓고자 더 공부에 매진했고 경험을 쌓고자 일을 찾아 나섰다. 그런데 이상했다. 그럴수록 오히려 교만해지는 나를 발견했다. 지식이 쌓일수록 상대방의 수준을 낮게 여겼고 경험이 쌓일수록 동료들을 쉽게 내쳤다. 겸손한 마음으로 낮은 자리에 서는 일이 좀처럼 쉽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기다렸다는 듯이 위기가 찾아왔고 그 위기를 힘겹게 통과하며 깨달았다. 기독교 영성의 성장은 더함이 아닌 덜어 냄, 즉 '걸러짐'에 까깝다는 사실을. 오직 예수만 남기는 것 말이다." (9장 '핸드 드립의 매력', 90~91쪽)

"남편을 다섯이나 갈아 치운(?) 사마리아 여자가 오른편에 앉아 있다. 어른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팔자 드센 여자'다. 대단하다! 남편 하나 키우기(?)도 큰일인데 다섯이나 바꾸다니. 그래서일까? 나는 이 여자를 약간 '센 언니'로 표현하고 싶었다. 산전수전 다 겪은 만만치 않은 캐릭터로. 반면 예수님은 미소 지으며 그 센 언니를 바라보신다. 에스프레소 포터 필터(portafilter)를 손에 드신 채. 순간 이어지는 이 언니의 도발, '당신이 야곱보다 큽니까?' 하지만 예수님의 미소에는 흔들림이 없다. '네 마음을 안다. 오래전에 이미 이해했다. 아니 본디 사람이 그렇다'고 이야기하는 듯한 그분의 미소. 그래, 인간의 목마름이 예수님에게는 그리 새로운 일도 아닐 터이다." (13장 '사마리아 여자의 목마름', 13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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