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신도시 종교 용지 건축 현황과 문제점을 다룬 '교회와 신도시' 기획 기사를 봤다는 교인이 며칠 전 회사에 전화를 걸어 왔습니다. 경기 성남시 대장동에 사는 이 교인은, 10년 전 판교신도시에 예배당을 지었다가 불과 4년 만에 건물을 되팔고 나간 판교 동산교회(남서호 목사)에 대해 할 말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는 남서호 목사가 너무 괘씸하다며 열변을 토했습니다. 듣자 하니 "판교에 예배당을 지은 후, 몇 년 만에 교회를 되팔았는데, 새로 들어온 교회가 논란이 많다. 교리적으로 이상하다는 소문도 있다. 교회는 빚 때문에 건물을 청산하고 떠났지만 정작 담임목사는 판교에 그대로 거주하고 있다. 그가 사는 집은 30억 원대 호화 빌라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다른 교회에서 설교하면서 자기가 사는 전원주택 단지를 자랑하는 한편, 판교 지역과 교인들을 비하하는 게 괘씸했다"고 합니다.

<뉴스앤조이>가 올해 6월 보도한 대로, 동산교회는 2007년 판교신도시 종교3블럭을 25억 원에 사들이고 이 부지에 지하 3층 지상 7층 연면적 1200평 건물을 지어 2010년 입당했습니다. 하지만 빚을 감당하지 못하게 되자, 60억 원을 받고 순복음서울진주초대교회(전태식 목사)에 건물을 넘기고 지역을 떠났습니다. 이후 동산교회는 서울 양재동의 한 상가 건물을 임차했습니다.

동산교회 남서호 목사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배광식 총회장) 소속으로, 현재 총회 재판국장과 총신대 이사회 감사를 맡은 교단 중진 목사입니다. 한편, 예장합동은 2005년 90회 총회에서 전태식 목사의 구원관·예배관에 문제가 있다며 '집회·예배 참석 금지'를 결의한 바 있습니다. 교단 중진 목사가, 교단이 신학적으로 문제 있다고 결의한 교회에 예배당을 매각한 셈입니다.

판교신도시 순복음서울진주초대교회는 과거 동산교회 건물이었습니다. 150억이 들었지만, 은행 부채를 감당 못하고 결국 매각됐습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판교신도시 순복음서울진주초대교회는 과거 동산교회 건물이었습니다. 150억이 들었지만, 은행 부채를 감당 못하고 결국 매각됐습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교인들 헌금 100억에
장로들은 연대보증까지
"부자들은 예수 안 믿고,
교회에 엄청난 데미지"

사실관계를 확인하던 중 남 목사의 설교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그는 이 예배당을 짓는 데 총 150억 원이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교인 300명 다니는 교회에서 단행한 건축이었습니다. 100억 원은 교인들 헌금과 교회 재산 등으로 충당했습니다. 장로들은 연대보증까지 섰습니다. 은행에서 60억 원의 빚을 내기도 했습니다.

'당첨만 되면 로또 터진다'는 신도시에, 그것도 150억 원이라는 거액을 들여 교회를 지었는데, 그는 왜 실패했을까요? 여기서 잠깐 2015년 남 목사가 한 설교 내용을 소개합니다.

"내가 봐도 이 정도 목사면 괜찮은 줄 알았다. 한 교회에서 30년간 목회했고, 장로가 4명, 교인이 300명이었다. 판교에 예배당 건축을 시작했는데 문제가 나타났다. 판교 개발이 굉장히 늦어졌다. (정부가) 아파트 짓는 일에만 몰두한 나머지, 문화시설이나 교회 시설은 (건축) 허가를 해 주지 않았다. (아파트) 다 짓고 난 다음에 입주할 쯤에 교회 건축 허가를 내줬다. 1년 반 정도 건축하고 나니까 교인들은 이미 다른 교회로 갔다. 소강석 목사(새에덴교회), 김상복 목사(할렐루야교회 원로)가 입주자를 다 데리고 갔다.

 

막상 예배당을 건축하고 나니까 교회 오시는 분이 대체로 어떤 분이냐면, 차 없는 분, 연세 많은 할머니·할아버지, 정신병자들, 이런 사람들만 오니 교회가 큰일 난 거다. 또 다른 문제도 있다. 부자들은 예수를 안 믿는다. 판교는 정말 살기가 좋다. 돈도 있고 이렇게 살기 좋은데 뭐 또 천국이 다른 데가 있겠나. 이러니 교회가 엄청난 데미지가 오기 시작하더라. 우리 집(사택) 바로 뒤에 노소영 관장(아트센터 나비미술관)이 최고로 비싼 연립 빌라를 지었다. 거기 분양했던 집들은 평균이 70억이다. 자기가 살 집은 120억짜리로 지어 놨다. 신세계 부회장 정용진 씨도 우리 동네에 산다. 영화배우들도 산다. 우리가 사는 블록에는 나만 국산 자동차 타고 다닌다. 그만큼 대단한 곳이다."

제보자는 판교 주민(대장동은 판교신도시와 1km 떨어져 있어 남판교로 불리기도 합니다)이자 기독교인으로서, 남 목사가 판교 주민을 '예수 안 믿는 사람'으로 치부해 화가 났다고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자기 교회에 찾아오는 교인을 정신장애인 내지 돈 없는 사람으로 비하하는 것을 참을 수 없다고 했습니다.

아무튼 남 목사 주장대로 헌금 낼 만한 교인이 없었기 때문에 은행 빚을 감당하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 매달 이자만 4000만 원이나 나갔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남 목사는 "강단에 서면 '교인들이 왜 돈을 안 낼까' 싶고 교인들 얼굴이 돈으로 보일 때도 있었다"고 고백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교회 건물이 경매에 나오려 하던 차에 주요 교단이 이단으로 규정한 하나님의교회세계복음선교협회(하나님의교회)가 접근해 왔다고 합니다. 하나님의교회는 막대한 현금 보유력을 앞세워 기성 교회 예배당을 공격적으로 매입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150억 원에 건물을 사겠다는 제안을 받았다고 합니다. 이를 두고 고민이 깊어진 남 목사는 인근 목회자들에게 조언을 구했습니다. 함께 판교에서 목회하던 김 아무개 목사가 "교회는 건물이 아니라 공동체 아니냐. 이단이고 삼단이고 무슨 문제냐"라며 팔라고 권유했지만, 남 목사는 차마 그렇게 못 했다고 합니다. 결국 하나님의교회 제안을 거부하고, 전태식 목사 측에 60억 원을 받고 건물을 팔았다고 합니다.

남 목사가 예배당을 매각한 전태식 목사는, 예장합동이 2005년 '예배 참석 금지'를 결의한 바 있습니다. 2019년에 재검토 청원이 올라왔지만 예장합동은 2005년 결의를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남 목사가 예배당을 매각한 전태식 목사는, 예장합동이 2005년 '예배 참석 금지'를 결의한 바 있습니다. 2019년에 재검토 청원이 올라왔지만 예장합동은 2005년 결의를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150억 털어먹었지만 너무 행복,
자유하고 나니 너무 편안해"

남 목사는 교회 건물을 팔고 후회했을까요? 그의 2015년 설교를 계속 들어 보면 그렇지 않아 보입니다.

"하나님한테 따졌다. 내 꼴이 이렇게 됐는데 하나님은 그렇게 좋으냐고 따졌다. 그런데 하나님이 들려주시는 음성이 있었다. '이제 네가 자유해야 된다'고 그러시더라. '리버티해야 된다' 이 말이다. 집착을 버리니 그다음부터 마음이 너무 편하더라. 150억을 털어먹어도 너무 행복했다. 우리가 (그냥) 준 거지 않나. 줄 수 있으니 얼마나 부유한 사람인가.

 

전에는 150억을 털어먹고 난 목사 얼굴이 꼴이 말이 아니지 않겠나. 그런데 지금 어떤가. 환하지 않나. 뻔뻔해져서 이 얼굴에 150억을 발랐다(웃음). 우리 장로님도 처음에는 속으로 욕했을지 모르지만 똑같이 미쳐 간다. '목사님 맞습니다. 우리 교인들 대단합니다. 300명이 150억 건물을 공짜로 갖다 바치고 새로운 일을 도모하고 있으니 보통 교인들이 아닙니다' 한다. 자유하고 나니 얼마나 편한지 알 수 없다."

예배당은 팔렸지만, 남 목사는 아직 판교에 삽니다. 그가 거주하는 전원주택은 시세 30억 원대로 추정됩니다. 일대에는 부자들이 즐비하다고 합니다. 카카오맵 갈무리
예배당은 팔렸지만, 남 목사는 아직 판교에 삽니다. 그가 거주하는 전원주택은 시세 30억 원대로 추정됩니다. 일대에는 부자들이 즐비하다고 합니다. 카카오맵 갈무리

남서호 목사는 지금도 판교에 살고 있습니다. 그가 사는 전원주택은 판교에서도 부자들만 산다는 부촌입니다. 빌라 하나에 30억 원을 호가하는데, 이름난 부촌이어서 매물이 잘 나오지도 않는다고 합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를 조회해 봐도 올해 실거래는 10건 남짓했고, 거래는 대부분 30억 원 내외로 이뤄졌습니다. 교회는 엄청난 부채를 감당할 수 없어 건물을 팔고 상가를 전전하는데, 담임목사는 최고의 부촌 판교 전원주택단지에 살고 있는 게 의아할 따름입니다.

11월 18일 총신대학교 이사회에 참석하기 위해 학교를 찾은 남 목사를 만났습니다. 총회 재판국장과 총신대 감사 등을 맡은 교단 중진 목사로서 교단이 참여 금지 결의를 한 전태식 목사에게 예배당을 판 것은 부적절하지 않은지, 교회는 부채로 어려움을 겪는데 담임목사가 부촌 전원주택에 사는 게 합당한지, 무리하게 예배당 건축을 추진한 걸 후회하지 않는지 물었습니다.

우선 남 목사는 어쩔 수 없이 전태식 목사 측에 건물을 넘긴 것이라고 했습니다. "우리 교단 목사들한테 넘기려 노력해 봤지만 안 오더라. 오히려 예배당이 경매에 나오면 더 싸게 사려고 목사들이 줄을 서 있더라. 그중에는 우리 교단 목사도 둘이나 있었다. 괘씸했다. 추가 대출을 받아서 버티려면 버틸 수 있었지만 빚을 더 내지 않으려 했다. 그래서 전태식 목사에게 팔았다"고 말했습니다.

사택은 '안 팔려서' 지내는 것이라고 항변했습니다. 설교 때 홍익대 교수를 불러다 설계한 집이라고 자랑했던 집입니다. 남 목사는 "30억 원대 시세는 맞지만, 내가 거기 계속 살고 싶어 사는 게 아니라 집이 안 팔린다. 껍데기만 좋은 집이다. 10억 대출을 받아 예배당 짓는 데 보탰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지만 그 이자도 내가 내고 산다"고 주장했습니다. 주택이 팔리면 다시 교회가 있는 양재동으로 되돌아가겠다고 했습니다.

다른 교회에 넘기기는 했지만 예배당 건축을 후회하지는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나는 만족하고 감사한다. 교인들이 모든 신앙을 다 쏟아부어서 하나님의 성전을 지은 것만으로도 만족한다. 물론 전태식 같은 사람이 안 오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도 처음에는 했다. 그러나 아무도 안 오니까. 그때 은행 이율이 9%였는데 도무지 감당을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는 이 말을 마치고 자리를 떠났습니다.

남 목사 이야기를 들으며 '교회와 신도시' 기사를 취재하던 때가 떠올랐습니다. 많은 교회가 신도시에 수십억~수백억 원을 들여 무리하게 예배당을 지었고, 종국에는 헐값에 팔려 나간 것을 확인했습니다. 교인들이 낸 헌금은 공중분해가 됐지만, 이 과정에서 목회자 개인이 손해를 보는 경우는 찾기 어려웠습니다.

판교 동산교회도 마찬가지입니다. 교인들이 바친 헌금 100억여 원이 증발한 셈이 됐지만, 남 목사는 고급 주택에 살고 교단 요직을 맡으며 잘 지내고 있습니다. 남 목사는 '하나님 성전을 지은 것에 만족한다'고 눙쳤는데, 과연 하나님이 기뻐 받으실지 모르겠습니다. 독자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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