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평화 

최근 친정에 고민이 하나 생겼습니다. 부모님께서 매주 교회에 가십니다. 자녀들이 사회적 거리 두기 4단계이기 때문에 안 된다고 극구 말리는데 말입니다. 저도 종종 전화를 드려 아직까지 대면 예배는 자제했으면 좋겠다고 말씀을 드리는데요.

어머니와 아버지는 자녀들 몰래 기어코 교회에 가십니다.‍ 교회 전도사님이 두 분께 전화를 드려 예배에 나오라고 한다네요. 아무리 백신을 맞으셨다고 하지만 아직 안심하기 이른데도, 그저 "모이기에 힘쓰라"는 말씀에 순종하는 부모님이 걱정됩니다. 나이 든 교인들에게 교회 출석을 재촉하는 교회도 원망스러웠고요.

그 교회는 원로목사님이 주로 설교를 하고 담임목사인 아들은 미국에 유학을 가 있습니다. 나이 든 목사님은 비대면 예배를 진행할 줄 모릅니다. 젊은 교인이 거의 없어 줌이나 유튜브로 하는 예배를 생각하기 어려운 상황이고요. 그 바람에 평화로워야 할 주일이 부모님과의 대립으로 냉랭하기 그지없게 되었네요.

어서 빨리 코로나19가 종식됐으면 좋겠습니다. 교회에 부모님을 안심하고 보내 드릴 수 있도록요. 그리고 가정의 평화을 위해서도 말입니다.

사역기획국 승연

처치독 리포트

폭력적 교단 결정에 '민주적'으로 응답한 교회

일산은혜교회 소식을 처음 들은 건 올해 4월입니다. 교회가 속한 대한예수교장로회 합신(예장합신) 경기북노회에서 갑자기 일산은혜교회 부교역자를 연말까지 내보내라고 했더군요. 교단이 추구하는 신학 방향(?)과 맞지 않다는 이유였어요…‼️

당사자는 김근주 교수(기독연구원느헤미야)와 여성 교역자인 한선영 목사. 이들은 짧게는 6년 길게는 16년간 일산은혜교회와 함께한 목사들이에요.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교단 신학과 맞지 않다는 이유로 이들을 떠나보내라고 하다니;

일산은혜교회는 여느 교회와 다른 길을 선택해요. 이 문제를 당회가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게 아니라 전 교인의 의견을 수렴하기로 하고 특별위원회를 구성했어요.‍‍‍ 연령·성별·직분을 초월한 특별위원회는 최대한 교인들의 의견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노력했지요. 오랜 논의 끝에 일산은혜교회는 '교단 탈퇴'를 결정해요. 교인 2/3 이상이 오랫동안 함께해 온 두 목사를 내보낼 수 없다고 결정한 것이죠. 

일각에서는 "교회가 동성애를 찬성해서" 탈퇴했다고 호도하는데, 본질은 동성애가 아니에요. 동성애를 바라보는 교인들 시각은 저마다 다르거든요. 성소수자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가 하면 아예 관심이 없거나 심지어 반대하는 사람도 있죠. 교인들이 교단 탈퇴라는 큰 결정을 내리게 된 진짜 이유는 교단의 일방적인 결정과 '폭력적' 태도예요. 

아래는 관련 설명회에서 노회 목사들과 교인들이 나눈 일부 대화 내용이에요.

 - 교인들: 김근주·한선영 목사는 전 담임목사인 강경민 목사님 계실 때부터 있었는데 왜 이제 와서 노회가 문제를 제기하나요?

 - 노회장 출신 A 목사 : 강 목사님은 우리 합신 선배님이기도 하고, 이미 노회장을 지내신 분이기도 하고 그래서 강 목사님의 목회와 이런저런 사안에 대해 말씀드리기가 매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는 걸 여러분이 생각해 주시기 바랍니다. 

 - 교인들: ? 

한마디로 교단 어른인 강경민 목사가 시무할 때는 차마 문제 삼기 어려웠다는 건데요. 이 이야기를 들은 교인들은 '어? 우리 목사님이 합신 출신이 아니고 힘이 없어서 교단이 지금 이렇게 나오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해요. 현재 담임인 이광하 목사는 총신대 출신으로 예장합동에서 목사 안수를 받았거든요. 

이뿐만이 아니에요. 여성 목회자와 관련한 노회 목사들의 시대착오적인 발언은 많은 교인을 '뜨악'하게 만들었어요(자세한 내용은 기사를 참고해 주세요). 당초 갈등을 좁히기 위해 마련한 노회 목사들과의 대화는 오히려 중립적이었던 교인들마저 '교단 탈퇴'로 마음을 굳히는 계기가 되었어요.

이번 일을 지켜본 많은 그리스도인은 일산은혜교회 결정에 동의하면서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 왔어요. 반면 교단의 권고를 인내와 포용으로 수용하지 못한 교회의 결정이 비극이라는 지적도 있었어요. 하지만 저는 전후 사정을 잘 모르고 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교인 개개인이 오랜 시간 눈물과 기도로 내린 결정을 가벼이 여기는 게 아닐까요. 그리고 무엇보다 폭력적인 교단의 권고를 무조건 받아들일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하고요. 

일산은혜교회 결정을 보면서 성숙한 신앙인에 대해 생각해 봤어요. 보통의 한국교회 교인들은 담임목사 결정에, 당회 결정에, 교단 결정에 "왜?"라고 묻지 않아 왔어요. 부당한 일이라고 생각해도 '권위에 대한 순종'이라는 이름으로 따르는 경우가 많았죠. 

일산은혜교회 교인들은 힘을 가진 교단의 일방적인 결정에 "왜?"라는 질문을 용기 있게 던졌어요. 성숙한 신앙인은 무조건 시키는 대로 하는 게 아니라, 질문하면서 지금보다 더 나은 신앙·교회를 이루어 간다고 생각해요.‍♀️ 많은 교회가 이번 일산은혜교회 사례를 보며 능동적으로 자신들의 미래를 개척해 나갔으면 해요. 그렇다고 모두 교단을 탈퇴하라는 얘기는 아니고요.(오.해.금.지.‍)

편집국 은혜

경제학을 대하는 자세

 지난 화요일에 있었던 <뉴스앤조이> 후원회원 경제 공부 모임에서는 리카르도와 맬서스를 공부했습니다. 애덤 스미스와 함께 고전학파(Classical Political Economists)로 분류되는 인물들입니다. 보통 영국에서는 존 스튜어트 밀까지 고전학파로 부릅니다. 흔히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에서 경제학(economics)이 시작되었다고 하지만 더 정확히 말하자면 '정치경제학(Political Economy)'이 시작되었다고 해야 맞습니다. 당시에는 경제가 별도의 분야로 취급되지 않았거든요. 당대 학자들이 저술한 책들의 제목도 대체로 경제정치학이 많았습니다. 경제학이 별도의 학문으로 취급되기 시작한 때는 19세기 말, 20세기 초입니다. 고전학파들에게 경제와 정치는 별도의 분야가 아니었던 것이지요.

경제학사가들은 애덤 스미스를 계기로 '경제'라는 개념이 등장했고, 고전학파 시대에는 정치와 경제를 결합된 형태로 이해하다가, 20세기를 지나면서 경제가 정치로부터 분리되는 과정을 경제학의 발전으로 그리기도 합니다. 자연스럽게 현대 경제학 이론을 발전 과정의 결과로 받아들이게 되지요. 그러나 리카르도와 맬서스의 이론, 그리고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그들은 단순히 경제학 원리를 발견하기 위해 연구에 매진한 것이 아닙니다. 경제 현상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정치와 경제를 함께 생각한 것이 아니라 당시 만연한 사회문제들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자신들의 이론을 전개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정치와 경제를 함께 결합해 생각한 것입니다.

요즘에도 가끔씩 애덤 스미스나 맬서스, 리카르도 같은 고전학파 경제학자들이 종종 소환되곤 합니다. 특히 애덤 스미스는 여전히 경제 관련 사설에 심심찮게 등장하더군요. 그런데 애덤 스미스가 해결하고자 했던 당시 사회문제들은 쏙 빠지고 그가 했던 '말'만 주워서 자신의 주장에 끼워 넣는 경우도 있습니다.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을 썼을 당시 주류 체제를 중상주의라고 합니다. 식민지와의 거래를 통해 싼 가격에 원료를 수입해서 비싼 가격에 내다 팔아 국고에 금을 쌓는 것이 국가의 부를 증진하는 것이라 믿었던 시대입니다.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을 통해 국부의 원천이 식민지 무역이 아니라 생산성 증대라고 주장했습니다. 중상주의 시스템은 식민지 확보가 중요했기 때문에 무역을 국가가 독점하다시피 했습니다. 무역뿐이겠습니까 경제 전체를 국가가 독점했습니다. 당시 국가 체제는 곧 왕-지주 연합이었고 중상주의는 이들의 영속적 권력 추구의 토대였습니다. 애덤 스미스는 이 체제를 깬 것입니다. '보이지 않는 손'을 가져다 쓰면서 당시 중상주의 비판에 대한 맥락은 빠지고 현대 자본주의와 국가의 역할에 적용하는 것은 그야말로 아전인수격 해석이 아닐 수 없습니다.

리카르도의 이론 역시 그가 개혁하고자 했던 시대 문제를 함께 이해해야 제대로 볼 수 있습니다. 리카르도는 자본가의 편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만, 핵심은 '누구와의 싸움에서 자본가의 편을 들었는가’에 있습니다. 리카르도는 지대 이론을 처음으로 주장한 학자이기도 합니다. 지주들이 아무런 기여 없이 토지의 자연 생산력에 기반하여 자본가와 노동자로부터 지대를 착취한다고 보았습니다.

지금이야 자본가와 노동자가 대립하는 구도가 우리에게 익숙합니다. 주류 경제학에서 지대에 대한 이론이나 비판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자본가가 대체로 지주인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만약 리카르도가 지금 우리의 경제 시스템을 관찰했다면 어떤 이론을 내놨을까요? 그가 바꾸고자 했던 시대적 문제들을 생각해 보면 답은 명확하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억울한 사람은 아마도 맬서스일 것입니다. 제국주의자들이 식민지의 열악한 빈곤 상황을 설명하면서 맬서스의 인구론을 들이대는 경우가 많았으니 말입니다. 맬서스의 인구론은 주류로부터 환영받았고 진보적인 사람들에게 경멸의 대상이 되었습니다만, 정작 맬서스 본인은 가난하고 온화한 성직자였습니다. 맬서스가 해결하고자 했던 문제는 바로 당시 영국 사회의 빈곤 문제였습니다. 물론 그의 이론이 정작 정부의 빈곤 퇴치 프로그램을 중지하는 결과를 가져왔고 주류로부터 내심 환영받았지만 맬서스는 진심으로 빈곤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을 것입니다. 모든 맥락을 제거하고 그의 이론 몇 가지만 가져다 쓰는 행태를 맬서스는 어떻게 생각할까요?

가끔 경제학을 수학처럼 생각하는 이들을 만납니다. 그들은 사회가 추구해야 할 가장 이상적인 경제 원리, 경제체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경제학 이론은 당대 문제들을 기반으로 고안된 것들입니다. 시대적 상황과 문제에서 벗어난 경제 원리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때로는 국가가 강하게 개입해야 하고, 때로는 국가의 과도한 개입을 막아야 합니다. 자본가의 창업가 정신은 장려하면서도 동시에 자본가의 독점 욕구를 강하게 억제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국가나 시민사회의 역할이 요구되기도 합니다. 핵심은 지금 우리 사회, 현시대의 문제가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것이고, 그에 맞는 체제를 설계하는 것입니다.

지금은 극심한 자산 격차, 석유 기반 경제 탈피,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정보 비대칭 확대와 같은 문제가 가장 시급하게 해결돼야 합니다. 그리스도인으로서 희년 경제를 꿈꾸는 동시에 청지기 사명을 생각한다면 빈부 격차나 환경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에 걸맞은 경제체제를 고민해야겠지요. 우리가 경제를 공부하는 이유입니다. 아무쪼록 더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이런 문제에 더 관심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뉴스앤조이 도현

이번 달 뭐하지?

캠페인 / 참여 
• [기후위기기독교비상행동] 교단별 기후 위기 대응 정책 촉구 서명 운동
•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자발적 불편 운동 캠페인 '존중과 돌봄으로 어르신과 함께하기' 
• [성서대전] '그리스도인과 부동산' 신학 에세이 공모전 / ~9. 15.
• [피스모모] 피스 큐레이션: 평화 기행, 어떻게 준비하면 좋을까? / 9. 4. ~ 9. 25.

강좌 
• [평화교회연구소] 평연아카데미 가을 특강: 한국교회는 왜 보수가 되길 원하나?, 왜 바울에 착할까? / 9. 9. ~ 9. 16.
• [청년신학아카데미] 기독 청년을 위한 한국사 강좌 / 9. 9. ~ 12. 2.
• [기독교환경교육센터살림] 온라인 그린 스쿨 7기 / 11. 6. ~

토론 / 모임
• [인터서브] 미션 앤 라이브 - '에코 라이프 스타일', '북향민 여성의 이야기', '동북아 평화와 통일' / 9. 7. ~ 
•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기독 청년 학생 운동 '어제와 오늘의 끊임없는 대화' / 9. 26. ~ 9. 28.
• [피스모모] 월공D: 병역 제도와 평화 교육 / 9. 29. ~
• [희년함께] 희년 은행 진로 탐색 워크숍 / 9. 30. 
• [피스모모] 평화 교육 진행자 되기 / 10. 2. ~
• [한국샬렘영성훈련원] 영적 동반(영적 지도)과 심리 치료 / 10. 7. ~ 

예배 / 기도회
• [감리교여성지도력개발원] 여성주의 온라인 추석 예배 / 9.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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