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서평은 크라우드 펀딩 진행 중(2021년 7월 9일 현재)인 '기독교 퐌타지 성인 동화' <열심히 일하는 담임목사 이야기>(바다소)의 원고를 출간 전 미리 제공받아 읽은 후 작성한 글임을 밝힙니다. - 편집자 주

"지금 여러분 교회의 찬양 시간을 보세요. 공연장이죠. 많은 교회에서 예배 때 추구하는 것이 예배가 아니라 감화, 과시, 선전, 선동에 가깝습니다. 핵심은 교회에 여러분의 음악적 욕구가 이용된다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음악적 욕구를 가지고 멋진 음악을 연주하면, 회중도 좋은 음악을 듣고, 회중의 반응이 좋으니 인도자도 행복하고 목사도 행복하고, 그러다 보면 교회에서 인정받게 됩니다."

여러분은 이런 말을 들으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어떤 분은 어떻게 감히 교회에서 하나님을 찬양하는 것을 보고 이런 불경한 말을 할 수 있냐고 불쾌감을 드러낼 수도 있을 테고, 또 어떤 분은 교회 현장에서 빈번하게 벌어지는 문제를 잘 지적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위 글은 <열심히 일하는 담임목사님 이야기>(바다소) 저자 '곰도와니'의 블로그에 게시된 '찬양의 음악적 질(퀄리티) 뒤에 있는 어둠에 대하여'라는 만화에 수록된 내용을 각색한 것입니다. 이 만화는 현재 한국교회 안에서 드려지는 예배 찬양이 음악적으로 높은 퀄리티를 보유하게 되었지만, 그 이면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러 문제 상황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찬양이 '어떻게 하나님께 드려지는지'가 아니라, 회중 안에서 '어떻게 소비되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지적하는 대목입니다. 여러분이 섬기는 교회 찬양팀의 모습은 어떤가요? 곰도와니의 말처럼 많은 경우 회중이 하나님을 바르게 찬양하는 일에 참여하도록 이끌기보다는, 예배당을 무대와 관객 구도로 형성하며 일종의 공연자 역할을 수행하고 있지 않나요?

설마 다들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니겠죠…. 사진 제공 곰도와니
설마 다들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니겠죠…. 사진 제공 곰도와니

하나님 앞에서 올바른 찬양·예배를 어떻게 드릴 수 있을까요? 찬양팀은 어떻게 해야 '공연'이 아닌 '예배'를 할 수 있을까요? 한국교회가 부흥·성장에 눈이 멀어 이 본질적인 질문을 외면할 때, 곰도와니는 수년 전부터 이런 만화를 그려 오며 예배와 찬양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해 왔습니다. 곰도와니의 페이스북 페이지 '오말찬(오직 말씀 위에 찬양을) - 찬양의 모든 것과 그 뒤에 있는 것들에 대하여'를 보면, 보수적인 관점에서 성경과 교부들과 종교개혁자들이 올바른 예배·찬양에 대해 어떻게 설명했는지 추적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드리는 예배·찬양이 과연 이 기준에 부합하는지 비판적으로 살펴봅니다. 곰도와니가 그려 내는 교회의 일상적인 모습을 보면, 우리가 드리는 예배가 그렇게까지 건강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곰도와니는 이외에도 한국교회 예배와 관련한 여러 문제들을 만화로 표현해 왔습니다. '찬양팀, MR의 서막 1 - 찬양팀은 MR이어야 하는가?' 편에서는 "고난이 없는 교회, 대형 교회들은 하나님을 예배하는 데 더 멋진 음악이 필요하다고 항상 말합니다. 실력 좋은 솔리스트, 영감 있고 성실한 반주자, 이름 좀 날린 연주자. 그래야 하나님이 더 기뻐하시고 회중도 예배에 집중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 음악의 은혜를 누린 자들의 삶이 변하던가요? 아니면 더욱 'K-POP 스타' 심사위원처럼 되어 가던가요?"라고 묻습니다. 찬양팀의 화려한 음악이 사실 우리의 삶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현실을 꼬집는 것이지요.

단편 만화 '크레이지 찬양팀'에서는 음향 장비에 무지한 찬양팀 멤버들이 장비를 함부로 활용하는 모습에 괴로워하는 엔지니어,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음악적 견해차와 감정 싸움으로 찬양팀 연습이 풍지박산이 나는 장면을 그려 내기도 합니다. 또 다른 만화 '이쁜 싱어'에서는 실용음악을 전공한 자매 싱어가 찬양팀 안에서 당해야만 했던 외모 품평 등 교회에 만연한 성희롱 문제를 다루기도 합니다. 곰도와니가 다루는 문제들은 우리가 교회 공동체 안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막상 누구도 이를 직접적으로 다루기는 어려운 내용들입니다.

곰도와니의 만화는 교회에서 드려지는 예배와 찬양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사진 제공 곰도와니
곰도와니의 만화는 교회에서 드려지는 예배와 찬양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냅니다. 사진 제공 곰도와니

곰도와니의 관심은 단편 만화에서 그치지 않고 장편 만화로 확장되기에 이릅니다. 곰도와니는 2019년 첫 장편 만화 <찬양이 노래라고 생각하는 당신에게>(바다소)를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성공적으로 출간했습니다. 이 만화는 우리가 교회에서 부르는 찬양이 사실 찬양이 아닌 '노래'이며, 이 노래가 '찬양'인 것처럼 소비되는 현실을 지적합니다. 그리고 바른 찬양의 모습을 어떻게 세워져야 하는지 그려 냅니다. 이 책에서 마주하는 장면들은 우리가 교회에서 일상적으로 접하는 모습이지만, 오히려 그렇게 때문에 슬프고 참혹하기까지 합니다.

큰 교회 주차장에 새 에쿠스를 타고 오신 장로님, 장로님에겐 주차 자리를 내주면서 일반 성도에게는 주차를 거부하는 봉사자, 주중에 맥도날드 라이더로 일하며 여러 차례 죽을 위험을 겪는 등 힘겨운 일상을 보냈는데, 막상 교회에 와서는 은혜롭기만 한 찬양에 적응하지 못하는 주인공 등이 등장합니다. 주인공은 예배 시간에 잠시 밖에 나갔다가 스스로를 '찬양'이라고 말하는 한 노숙인을 만나 찬양의 이름을 찾는 여행을 시작합니다.

주인공과 '찬양'은 찬양의 본질을 찾기 위해 성경을 출판하는 인쇄소에 갔다가 개역개정 번역본만의 무오성만을 강조하는 사람을 만나기도 하고, 먼 산을 넘어 신학교까지 갔다가 더 이상 예배·찬양의 본질에는 관심 없는 교수를 만나기도 합니다. 주인공과 찬양은 결국 '성공적인 예배'를 위해 음악을 찬양의 지위에 올리려는 담임목사와 혈투를 벌이기에 이릅니다. 만화에 등장하는 담임목사가 보여 주는 태도를 통해 우리는 '교회가 예배에서 음악을 어떻게 악용해 왔는지', '찬양이 어떻게 견고한 무대 장치로 기능할 위험이 있는지', '예배가 어떻게 하나님의 이름을 가지고 교회라는 '사업장'을 견고하게 만드는지' 볼 수 있습니다. 강력한 음악을 무기 삼아 공격하는 담임목사 앞에서 주인공과 '찬양'이 순수한 예배를 지키기 위해 발버둥치는 모습은, 한편으로는 재미있으면서도 어려운 예배의 현장에서 처절하게 신앙의 순수성을 지키려고 발버둥쳤던 우리네 모습이 떠올라 많이 애잔하기도 합니다.

곰도와니의 만화에 아쉬운 점이 있다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너무 분명하다보니 플롯과 캐릭터가 너무 직선적인 감이 있다는 것입니다. 곰도와니의 초기 작품은 아무래도 만화 자체에 집중하기보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만화적 요소를 통해 프레젠테이션하는 느낌이 강했기 때문에, 장편 만화 장르에 도전하게 됐을 때 작품성을 갖추는 과정이 조금 어려웠으리라는 짐작입니다. 단적인 예로 <찬양이 노래라고 생각하는 당신에게>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선악 구도가 분명하고, 플롯에서 제시하고자 하는 이상적인 방향 역시 과도하게 뚜렷합니다.

곰도와니의 이전 단편들에서는 단편이었기 때문에, 또 주장하려는 바가 매우 분명했기 때문에 이런 직선적이고 과감한 묘사가 장점으로 작용했지만, 장편 만화에서는 플롯·캐릭터가 입체적이지 않아 발생하는 문제들이 보입니다. <찬양이 노래라고 생각하는 당신에게>에서 주인공은 찬양의 이름을 찾아 나서는 과정에서 많이 투덜거리고 힘들어하기는 하지만, 왜 찬양의 이름을 찾아야만 하는지에 대해서는 별다른 고민을 가지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주인공이 은연중에 그 답을 이미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빌런으로 등장하는 담임목사 역시 너무 당연하게 악역으로 설정되어 있어 유쾌하고 재미있기는 하지만, 담임목사 이면에 있을 수 있는 여러 서사가 생략됐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습니다.

우리 하나님께서도 기뻐하시겠죠(?). 사진 제공 곰도와니
우리 하나님께서도 기뻐하시겠죠(?). 사진 제공 곰도와니

이런 한계와 아쉬움에도, 곰도와니의 작품에 주목해야 할 이유는 충분합니다. 그가 한국교회 안에서 누구도 쉽게 건드리지 못했던 주제들을 매우 치열하게 고민해 왔기 때문입니다. 이 고민들은 독자에게 큰 유익을 제공해 줍니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지닌 곰도와니가 이번에는 단편 후속작을 출간합니다. <열심히 일하는 담임목사님 이야기>라는 '기독교 퐌타지 성인 동화'입니다. 현재 크라우드 펀딩이 진행 중입니다. 이번에는 예배와 찬양 이야기에서 약간 벗어나, 신자들을 위해 열심히 사역하는 담임목사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이 담임목사는 신자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열심히 심방하고 설교하며 사역합니다. 열심 있고 성실한 그의 모습은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교역자의 모습과 같습니다. 교회의 부흥·성장을 원하는 신자들 역시 우리의 모습과 닮아 있습니다. 그러나 어딘지 모르게 이 목사·신자들의 모습은 조금 이상해 보입니다. 왜 그럴까요? 어쩌면 이 만화가 우리 안에 감춰져 있는 일그러진 우상의 모습을 들춰내기 때문은 아닐까요?

<열심히 일하는 담임목사님 이야기>(바다소) 크라우드 펀딩 바로 가기: https://bit.ly/3wwDrWS

<열심히 일하는 담임목사님 이야기> / 곰도와니 지음 /  바다소 펴냄

정제기 / 지방대 철학과 대학원생. 공부와 생계를 병행하기 위해 파트타임 노동자로도 살아가고 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신 소속 교회 신자로, 철학적 입장과 신앙고백의 일치를 모색하며 탐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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