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님, 안녕하세요. 4월 마지막 날에 인사드리네요. 2021년의 3분의 1을 지나오느라 수고 많으셨어요!

저는 최근 6주간 '여자로 말하기, 몸으로 그리기'라는 그림 수업을 들었어요. 매주 다른 주제로 1~2개의 그림을 그리는데요. 마음에 품은 것을 그림으로 풀어내는 작업이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도 제 안의 직관과 능력을 최대한 끌어내 만다라도 그려 보고, 자화상이나 인상 깊은 꿈, 기억에 남는 장소를 형상화해 봤습니다. 

선생님은 도화지에 그림 소재를 어떤 크기로 어떻게 배치하는지, 어떤 색을 사용하는지를 통해 자신의 의식 너머를 들여다볼 수 있다고 하셨어요. 저는 제 그림을 보며 무의식 속에 무엇이 있는지, 나는 무엇을 욕망하고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 봤답니다.

익숙하면서도 낯선 '그리기' 활동은 저를 알아 가고 그림에 흥미를 붙일 수 있었던 재미있는 시간이었어요. 활력도 얻을 수 있었고요. 

앞으로도 이와 비슷한 소소한 배움의 기회가 있다면 적극 나서 볼까 합니다. 독자 님께서도 많이 바쁘시겠지만, 자기 자신을 위한 시간을 마련해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마음의 여유가 생기시는 5월이 되길 바랄게요 그럼 평안한 주말 보내세요.

by 세향

처치독 리포트
최근 흥미로운 설문 결과가 발표됐습니다. 서로 다른 두 기관에서 각각 다른 주제로 시행한 건데, 현재 한국교회 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지표를 보여 주고 있습니다. 이번 처치독 리포트에서는 설문 결과 요점들을 살펴봅니다.

 

제 점수는요?
100점 만점에 3.6;

코로나19 상황에서 개신교인의 현실 인식을 조사하는 설문을 보면 가끔 당황할 때가 있어요. 

기독교인과 비기독교인 간에 괴리가 너무 크기 때문이죠. 한국교회 목회자·교인들은 자신이 출석하는 교회가 방역 수칙을 철저히 준수하고,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이웃을 위해 섬기고 봉사한다는 자의식이 있어요. 그런데 비신자들 눈에는 그렇지 않습니다.

장신대가 4월 14일 발표한 '코로나19와 한국교회에 대한 보고서'에 수록된 설문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 장신대는 지난 1월 목회자 300명, 개신교인 500명, 비개신교인 500명, 기자 102명 등 네 그룹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시행했는데요.

여기에서 비개신교인 500명은 코로나19 대처 능력과 관련해 3.6%만이 개신교회를 신뢰한다고 응답했습니다. 아무리 한국교회 위신이 추락했다고 하지만, 3.6%라는 수치는 왠지 받아들이기 쉽지 않습니다. 반면 목회자 그룹의 교회 신뢰도는 몇 점이었을까요? 68.7%였습니다. 

한국교회를 향한 목회자와 비개신교인의 신뢰도가 19배 차이가 나는 겁니다.

통계 오류가 아니냐고요? 중앙정부·질병관리청·의료기관·지자체·국회에 관한 신뢰도는 목회자와 비개신교인의 차이가 크지 않았어요. 이들이 극심한 편차를 보인 것은 딱 두 곳, '언론'과 '교회'였습니다. 목회자는 언론에 대한 신뢰도를 15%로 매긴 반면, 비신자들은 이보다 25% 높은 39.9%라고 응답했습니다.

아무리 한국교회 위상이 추락했다지만, 목회자들은 다른 나라에 사는 것일까요? 비신자들과 이렇게 큰 차이가 난다는 게한 의아하기만 합니다. 이유가 뭘까요?

제 생각에 아마 목회자들은 문제를 언론에서 찾는 것 같습니다. '언론이 교회에 대해 공정하게 보도하느냐'는 질문에서 목회자 그룹은 17.7%만이 '그렇다'고 했거든요. 비개신교인 59.6%가 긍정적으로 응답한 것과는 큰 차이입니다.

목회자들은 '교회는 예배·모임 자제나 방역 수칙 준수 등 정부 정책에 잘 협조하고 있다'는 질문에는 91%가 그렇다고 응답했습니다. 한마디로 '우리는 이렇게 철저하게 시키는 대로 다 하는데, 왜 우리를 낙인찍느냐'는 얘기인 것 같습니다.

- 실제 목회자 93%는 '언론이 개신교에 대한 비판적 프레임을 갖고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 정작 기자 그룹에서는 43%만이 그렇다고 응답한 것과 큰 차이죠.


언론이 개신교에만
불공정하다고요?

조사 주체와 시기, 방법이 다르지만 한 가지 또 살펴볼 만한 설문이 있습니다. 기독교인들의 신앙·정치 성향을 토대로 이들의 미디어 이용 실태를 살펴본 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조사인데요. 작년 12월 전국 개신교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했습니다. 여기에서 스스로 정치와 신앙 모두 보수라고 의식하는 기독교인이 전체 중 34.5%를 차지했습니다.

여기에서도 언론을 향한 부정적인 시각이 드러나요. 신앙·정치 모두 보수라고 응답한 이 집단을 잠시 A 그룹이라고 부를게요. A 그룹의 대표적인 특징 중 하나가 '개신교에 대한 언론 보도가 공정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A 그룹에서는 85.1%가 언론 보도를 불신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 설문에 참여한 60대의 45.2%, 목회자·중직자 그룹의 48.3%이 A 그룹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설문을 분석한 결과, 신앙이 깊고 직분이 높고 나이가 많을수록 기성 언론을 믿지 않고, 유튜브 등을 통해 '정보'나 '뉴스'를 습득한다고 합니다.

목회자·중직자들의 불만은 어느 정도 이해가 가요. 제 기억으로도 지난 1년간 방역 수칙을 철저히 준수한 교회에서 집단감염이 일어난 적은 없거든요. 설령 확진자가 하나둘 나왔더라도 추가 감염으로 이어지지 않았죠. 

그러나 보란 듯이 방역 수칙을 무시하고 인원을 초과 수용하거나, 식사를 하거나, 소모임을 하는 경우에는 예외 없이 수십~수백 명의 집단감염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뜨뜻미지근한
태도가 문제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방역 정책을 펼치는 정부를 '빨갱이·주사파'로 몰고, 또 이런 주장을 하는 목사들에 직·간접적으로 동조하는 목사들의 교회에서 대체로 확진자가 나왔습니다. 

그들이 극우·보수 성향이어서가 아니라, 종교의자유를 내세워 방역 정책을 거부하고 무시했기 때문이죠. 아무래도 이런 교회들을 명확히 단죄하고 선을 긋지 못했기 때문에, 모든 교회가 '방조범'으로 함께 욕을 먹는 건 아닐까 싶습니다.

장신대 조사에서 심층 인터뷰에 응한 일간지 기자들도 비슷한 생각인 것 같습니다. 

- 기자들은 "모든 한국교회가 코로나19 대응을 못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전광훈 목사나 인터콥, 또는 사회적 물의나 범죄를 일으킨 곳은 확실히 정리하려는 모습을 보여야만 모든 이들에게 신뢰를 얻을 것이라고 조언했다고 하네요. 

- "암세포를 특정해서 잘라 내야 전이를 막을 수 있는 것처럼 특단의 처방이 필요할 때는 과감히 밀고 나가야 한다. 교회를 사랑하는 이들, 교회가 사랑하는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말이다"라는 조언을 곱씹어 보게 됩니다.

by 승현


※처치독은 일주일 동안 <뉴스앤조이>가 보도한 이슈와 사건들을 쉽게 풀이해 주는 뉴스레터입니다. 구독을 신청하시면, 매주 금요일 오후 처치독을 만날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