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의 끝을 이틀 앞두고, 모교회 원로목사님의 사모님(저희는 기사에서 '사모'라는 단어를 잘 쓰지 않지만, 여기서만큼은 편의를 위해 이렇게 부를게요)이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그동안 편찮으시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코로나19로 면회가 불가능해 소식만 전해 듣던 차였어요. 모교회를 떠난 후, 최근 몇 년 동안 자주 뵈지 못해 송구한 마음이 더 가슴을 콕콕 찌릅니다. 

사모님은 부흥회 인도로 교회를 자주 비우시던 목사님 대신, 교회에 살다시피 하시며 늘 기도에 힘쓰던 분이었어요. 철야 예배 때 울며 기도하는 교인 곁에 다가가 가슴을 치며 함께 울어 주셨고, 새벽 예배 때도 교인들이 다 떠날 때까지 예배당 맨 뒷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기도하셨어요. 너무 자주, 오래 무릎을 꿇은 채로 기도하셔서 노년에는 무릎 수술을 여러 차례 하시고 거동이 불편해지실 정도였습니다.

많은 교인이 사모님에게 기도의 빚을 졌고 저도 예외는 아닙니다. 교회에서 만나면 늘 인자한 웃음으로 손을 잡아 주시며 "은혜야, 하나님이 널 어떻게 쓰실지 궁금하구나. 늘 너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제가 태어날 때부터 저를 지켜보셨고, 가족들이 힘든 일을 겪을 때도 묵묵히 곁을 지키며 기도로 위로해 주셨지요. 어렸을 때는 "널 위해 기도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도 그 뜻을 잘 헤아리지 못했어요.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야 누군가를 위한 기도가 가능하다는 걸 그때는 잘 몰랐던 것 같아요.

사모님 뿐만 아니라 <뉴스앤조이>를 사랑해 주시고 걱정해 주시는 분들께도 기도의 빚을 지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그 기도 덕분에 지금까지 주저앉고 싶을 때도 몸을 일으켜 세울 수 있었던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한 분 한 분 뵙고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지만, 지면으로 대신합니다. 여러 사람에게 진 기도의 빚을 기억하며, 기도가 필요한 이들을 더 열심히 찾아다니며 기사로 소개하는 한 해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2021년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by 이은혜

친절한 뉴스B
2021년이 밝았습니다. 새해 첫 '친절한 뉴스 B'에서는 해가 바뀌어도 우리가 잊지 않고 함께해야 할 이들의 이야기를 담아 봤습니다. 

세월호 가족들이 
청와대 앞에서 농성 중인 이유

세월호 참사 7주기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가족들은 여전히 거리에 나와 있습니다.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16일째(1월 8일 기준) 노숙 농성을 이어 가고 있지요. 세월호 가족들이 요구해 온 '사회적참사특별법 개정안'은 지난해 12월 9일 국회에서 통과됐어요. 아래는 이번에 개정된 내용이에요.

  •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 활동 기간 2022년 6월 10일까지 연장
  • 내년 4월 만료되는 주요 범죄자들의 공소시효 정지
  • 관할 지방검찰청 검사장에게 자료 또는 물건 압수수색영장 청구 가능

비록 사참위에 수사권을 부여하는 특별사법경찰관 권한은 개정안에서 빠졌지만, 부족하나마 진상 규명을 위한 토대가 마련된 셈이에요.

가족들은 이와 별개로 문재인 대통령의 진상 규명 약속을 확인하고 싶어 해요. 조사 기간이 늘어나고 권한이 생겨도 조사 대상인 정부가 협조하지 않으면 도루묵이기 때문이죠. 예은 아빠 유경근 집행위원장(4·16가족협의회)은 1월 3일 세월호 예배에서 "그동안 사참위가 눈에 띄는 결과를 내오지 못한 건, 정부 부처가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이대로 비협조적이라면 이번에도 진상 규명이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어요.

엊그제 전국에 눈이 많이 내렸어요. 한파주의도 발령됐죠. 가족들은 지금도 청와대 앞에서 피켓 여러 장을 바람막이로 삼고 밤을 지새우고 있습니다. 이분들에게는 "정부 부처가 조사에 적극 협조하도록 지시하겠다", "정부가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에 앞장서겠다"는 대통령의 말 한마디가 간절합니다.

 · 다시, 1반 아이들과 함께한 세월호 예배
 · 성탄 전야, 청와대 앞 노숙 농성 시작한 세월호 가족

by 여운송


'쫓겨남 없는 세상' 꿈꾸며
나눈 연대 밥상

독자님도 음식에 얽힌 사연 하나쯤은 있으실 겁니다. 저는 대학 들어가기 전까지 삼천포 토박이로 살아서 '호래기'나 '해삼 내장' 등의 해산물을 떠올리면 생각나는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때때로 돌아가신 할아버지 얼굴이 아른거리기도 하지요. 음식은 결국 밥상에 올라오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밥상을 공유했던 이들의 모습도 생각나는 것이겠지요.

그런데 만약 재개발·젠트리피케이션으로 철거를 앞둔 현장을 지키는 가운데 밥상을 나눈 기독교인이 있다면, 그때의 기억은 어떨까요? 이 땅에서 먹고사는 문제를 절절하게 체감하면서 '식탁 공동체'로 표현되는 교회와 하나님나라를 떠올리게 되지 않을까요. 지난해 11월부터 연재를 시작한 '이종건의 연대 밥상' 이야기입니다. '쫓겨남이 없는 세상'을 꿈꾸며 활동해 온 기독교 도시 운동 단체 옥바라지선교센터 이종건 사무국장의 글인데요. 벌써 5편이 게재됐습니다.

·  "철거 투쟁 농성장에서 나눠 먹는 따뜻한 밥 한 끼…식사 자리에 이미 찾아온 하나님나라"
 · 겨울날 철문 닫아 놓고 밤새 농성하며 굴 까먹던 기억…이제 그 석화 떼 올 옛 시장도 없다
 · 다만 한 그릇 잔치 국수는 뜨겁게 끓어, 다시 누군가의 속을 달랠 것이다

서촌 족발집에서 월세를 몇 배 올린 건물주와 싸우던 시기에 철문을 닫고 제철 맞은 석화를 까먹으며 농성하던 기억, 옛 노량진수산시장 건물을 지키려고 모였다가 한 차례 용역을 맞이한 후 나눠 먹던 매운탕과 막회의 맛, 어쩌면 버려졌을 것들로 만들어진 음식인 곱창 이야기를 통해 떠올린 몸부림치던 가게들의 사연 등…. 레시피와 음식에 대한 소회, 연대의 기억이 어우러지면서 우리가 발붙이고 있는 삶의 터전을 생각하게 하는 연재 글입니다.

지난 5편의 글을 읽으며 기독교인으로서 함께해야 할 연대의 현장을 떠올려 보셔도 좋을 듯합니다. 솜씨 좋게 리듬감을 살린 글들이라 읽는 맛도 일품입니다. 글맛을 느끼고 싶은 분들에게도 추천해 봅니다. '이종건의 연대 밥상'은 이제 한 회 쉬었다가 27일부터 격주 간격으로 남은 5회 연재를 이어 갈 예정인데요. 남은 여정도 함께해 주세요!

·  우리는 모두 버려진 것들의 몸부림에 빚을 지고 산다
 · 노량진역 1번 출구 앞, 이렇게 지워질 수 없다며 몸부림치는 상인들이 있다
 · 새 문 활짝 연 족발집, 다시 끓기 시작한 씨간장 냄새

by 강동석


안전하고 평등한 노동 현장
우리 모두의 일입니다

국회 앞에서도 장기간 단식 노숙 농성을 벌이는 이들이 있습니다. 고 김용균 노동자 어머니 김미숙 씨, 고 이한빛 PD 아버지 이용관 씨를 비롯해 기업에서 산업재해로 부모나 자녀를 잃은 유가족들인데요. 이들은 매일 7명, 매년 2400여 명에 달하는 노동자가 아침에 출근했다가 집에 돌아오지 못하는 기가 막힌 현실을 바꾸기 위해, 중대재해기업처벌법(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기업처벌법은 지난해 6월 정의당 강은미 의원이 정의당 1호 법안으로 발의했는데요. 12월 말부터 여야를 중심으로 논의가 급물살을 타더니, 올해 1월 7일 합의안이 국회 법사위원회 소위를 통과했습니다. 그런데 이 합의안은 재계 눈치를 보고 원안에서 한참 후퇴한 '누더기 법안', '중대재해기업보호법'을 만들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법안 사업장 규모에 따라 유예기간 혹은 제외 조항이 생겼고 처벌 대상과 수위도 대폭 감소했기 때문입니다. 

  • 50인 미만 사업장에 3년 유예기간 
  • 5인 미만 사업장 적용 제외
  • 사업주 인과 관계 추정, 공무원 처벌 조항 삭제 등

이 합의안은 오늘(8일)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결정되는데요. '일터에서 죽지 않고 무사히 퇴근하는 일'은 단지 노동자의 문제일 뿐 아니라 나와 가족, 안전하고 평등한 사회를 위한 우리 모두의 문제이니 그리스도인들이라면 더욱이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하지 않을까요?

by 여운송

※처치독은 일주일 동안 <뉴스앤조이>가 보도한 이슈와 사건들을 쉽게 풀이해 주는 뉴스레터입니다. 구독을 신청하시면, 매주 금요일 오후 처치독을 만날 수 있습니다.

※ 처치독 구독하기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