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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신문>이 2020년을 정리하면서 '올해(2020년)의 사자성어'로 '아시타비我是他非'를 선정했다. '나는 옳고 남은 그르다'는 뜻이다. 이는 신조어로, '내로남불'(내사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준말)을 한자로 옮긴 것이다. 이는 우리 사회에서 그만큼 공동의 가치를 공유하거나 서로 협력하는 사례가 적고 자기주장과 확증 편향 현상이 심하다는 일면을 보여 준다.

거시적으로 우리는 인류 문명이 빠르게 변화하는 현실을 직면하고 있으며, 다양한 기술의 발전에 따른 제4차 산업혁명 현장 한가운데 있다. 동시에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일상의 삶을 무너뜨리면서 새로운 환경을 불러왔다. 미래에 희망은 있으나, 주변 상황은 절망적이라고 할 수 있다. 수많은 사람이 격리·감염되고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예방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되는 등 코로나19와 대치하고는 있으나, 많은 사람이 현상과 처방에 대해 서로 다른 태도를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10만 년 전 지구에는 호모사피엔스·네안데르탈인·호모에렉투스 등 최소 6종의 인간 종이 살고 있었다. 이후 호모사피엔스만이 승자로서 지구상에 살아남아 77억 명의 인구를 구성하고 있다. 과거 인류의 가장 큰 적은 가난·질병·전쟁이었다. 아직도 기아선상의 국가가 적지 않고, 세계 곳곳에서 국지전이 상존하는 상황이나, 오늘날 인류는 가난·질병·전쟁을 어느 정도 극복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그중 바이러스의 변이·확산에 기초한 전염병의 팬데믹은 일정 주기로 인류 사회를 위협해 왔으며, 아직도 위협하는 상황이기에 중대한 과제로 남아 있다.

그럼에도 앞으로 몇십 년 지나지 않아 유전공학·생명공학 기술의 발전으로 인류는 생리 기능, 면역계, 수명과 관련한 문제뿐 아니라 지적·정서적 능력까지 조정할 수 있으리라고 예측되는 상황이다. 물론 이와 같은 기술은 부자와 빈자 모두에게 공평하게 적용되지는 않을 것이다.

유발 하라리(Yuval Harari, 1976~)는 현대 인류에게 새롭게 제시된 목표는 불멸·행복·신성이며, 전방위적으로 불멸을 추구하는 일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인류는 뇌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고, 게놈 지도를 해독하고 있으며, 암을 정복하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이 모든 행동은 죽지 않기 위해 하는 것이다. 제어할 수 있는 구심점이 없기에, 인간은 불멸을 향한 전진을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은 이와 같은 미래를 향한 길 앞에 놓인 강력한 도전인 셈이다. 코로나19의 원인으로 다양한 문제가 거론되고 있으나, 대체로 인류의 욕심과 자연 훼손 등으로 발생한 기후변화를 언급하고 있다. 생산과잉과 소비지상주의는 인류를 풍요롭게 하고 편리성을 확장하게 했으나, 빈곤·가난 문제를 확산하게 해 적지 않은 저소득 국가의 국민을 배고프게 만들었다.

더욱 편리한 삶을 추구하는 인류는 과다한 온실가스를 생산했고, 지구온난화와 대기층 변화에 따른 기후변화를 앞당겨 세계 곳곳의 생태계를 바꿔 버렸다. 세기적 대전환은 인류를 향해 제도 변화와 적극적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이 변화는 생존을 위해 필수적인 것이다. 2021년 우리는 다음과 같은 대응과 실천을 요구받고 있다.

첫째, 지구상에서 혼자 살아갈 수 없는 존재인 인간은 자연과 공존하기 위한 실질적 실천을 해야 하는 시점에 놓여 있다. 지구 환경을 위한 선제적 준비와 대응은 선택적이라기보다 필수적이다. 인류의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삶은 자연계의 온전함과 생태적 건전성을 확보해야 한다. 주요 의사 결정에 생태주의적 고려가 선행되어야 한다.

둘째, 인간의 삶과 사회에서도 상생의 가치를 실현해야 한다. 우리 삶의 주요한 재화와 서비스는 주로 기업과 조직에 의해 창출된다. 다수 시민은 수요자로서 이를 소비하는 동시에 기업 등의 조직에 참여하여 노동을 제공하며 생산 주체로서도 참여한다. 정부 등 공적 조직은 이 과정에서 공정한 경쟁과 시장을 통한 통제를 담당한다.

인류 역사에서 자본의 가치 및 중요성을 더 강조한 자본주의와, 노동의 가치를 더 강조한 노동가치설 및 사회주의가 긴장 가운데 상호 비판을 거치며 변화·발전해 오고 있다. 두 주장은 역사적으로 리베르만(Evsei Liberman, 1897~1981)식 개혁과 케인즈(John Maynard Keynes, 1883~1946)의 수정자본주의를 통해 변증법적 변화를 지속해 오고 있다.

우리 정치·사회 현실에서도 시장 주도의 자유주의적 경제·사회 입법과 정책을 주장하는 정당과 지지자들이 있는가 하면, 사회적 가치와 평등의 가치를 주창하는 정당과 지지자들이 있다. 이 같은 이념적 갈등은 오랜 역사적 비용을 통해 서로 보완적으로 변환돼 왔다. 우리는 그 전범典範으로서 미국과 북유럽 국가에서 교훈과 지혜를 배워 오고 있다. 오늘과 이후의 세계가 그러할 것으로 예상되듯이, 인간은 상호 의존적이며 공생적 토대 위에서 살아가게 되어 있다. 코로나19는 상호 연계성과 상호 의존성이 우리 사회의 중요한 가치가 되어야 한다고 웅변하고 있다.

셋째, 이번 코로나19 상황에서 우리 생각과 정책적 대안이 세계적이며 선진적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게 되었다. K-방역 시스템은 극동의 한 작은 나라의 단편적 시스템이 아니다. 세계에 유효하게 적용될 뿐만 아니라 세계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많은 나라가 우리의 대안과 제도를 도입하고 도움을 청한 사례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넷째, 코로나19는 실천적 정책·제도를 입안해서 실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기본 소득, 실업 수당, 재해 수당과 공생을 위한 협력의 필요성이 커졌다. 국가 예산을 정하고 조세정책을 추진해 나갈 때 공존과 상생을 더 많이 고려해서 판단해야 한다. 조세제도 조정·개편의 필요성 등 실천적 대안 마련이 더 강조되고 있다. 탄소세와 환경 개선 부담금 강화, 생활 영역에서 환경 가치 강조 등이 또 다른 주요 정책이라는 점을 깨닫게 된다.

다섯째, 시민 참여와 시민사회 역할이 확연하게 강조된다. 지난해, 코로나19에 대한 한국과 세계 각국의 대응에 큰 차이가 있음이 지적되었다. 한국은 방역 당국에 대한 시민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협조와 참여가 큰 성과를 내는 데 주효했다. 반면 유럽 등 주요 국가들은 강제적인 격리와 차단의 방법을 동원했다는 데 차이가 있다. 향후 모든 삶의 조건은 한 사람이나 한 파당의 주도로 결정되기 어렵다. 한국은 시민의 전체적이고 자발적인 참여와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발견하고 모범을 보인 것이다.

여섯째, 향후 인류가 삶의 조건을 다룰 때는 국제적 관계와 국가 간 협력이 중요하다. 한 국가만의 방역과 조처만으로는 코로나19를 완전히 차단할 수 없다. 세계적으로 소통·교류가 빈번한 오늘날, 국제적 협력과 국가 간 보완적 조치는 필수적이다.

현재 세계 각국은 변이된 코로나19 때문에 국제적으로 항공기 등의 인구 이동을 차단하고 있다. 세계적 팬데믹 상황에서는 국제적 협력이 필수적이다. 그래야 백신 및 치료제를 원활하게 교류할 수 있다. 여러 나라가 감염의 늪에 빠지는 상황에서 다른 한 나라가 청정하기란 불가능하다. 국가 간 협력, 정보와 물자의 원활한 소통·교류가 필요하다.

우리는 이와 관련해 북한의 코로나19 상황에 대한 정보 부재, 치료제와 백신 준비 부족 등에 많은 아쉬움과 걱정을 갖는다. 국민의 생명·건강 문제를 다룰 때 국가 간 협력이 조금 더 확대되고, 정보의 소통이 중요하게 자리 잡을 것이다.

인간이 지구를 정복한 결정적 원인으로 '협업'을 강조되기도 한다. 인간은 여럿이서 유연하게 협력할 수 있는 지구상의 유일한 종이다. 협력을 통해 경험과 지식을 축적·기록하여 후대에 전달하는 체계를 통해 인류는 다른 동물보다 지구를 잘 지배할 수 있었다. 코로나19는 서로 협력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하루빨리 코로나19가 정리되어 일상적 만남이 가능한 시간을 살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홍섭 / 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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