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용필 편집국장] 처음 출근하던 날을 잊지 못합니다. 당시 <뉴스앤조이> 사무실은 영등포구청역 근처에 있었는데요. 도착했을 때 가장 먼저 마주한 건 오래된 철문이었습니다. 철문 너머에 사무실이 있는데, 아무리 부르고 두들겨도 인기척이 없었습니다. 출근 시간이 한참을 지나도 아무도 오지 않았죠. 번지수를 잘못 찾았나 싶었을 때 한 직원이 잰걸음으로 와서 철문을 열고 사무실로 안내했습니다. '여기 오래 못 있겠구나' 생각했습니다.

입사하고 기자 생활을 해 보니 처음 가졌던 생각이 확고해졌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상당수 기자·직원이 힘들게 일을 이어 나갔습니다. 일은 고되고, 봉급은 적고, 보람도 크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직원은 하나둘 떠나갔고, 빈자리는 새 직원들이 대체했습니다. 3~4년간 직원 수십 명이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이제는 여기를 떠나야겠다'고 다짐한 적도 있습니다.

'언젠가는 떠나야지' 생각만 해 오던 제가 2021년 1월부터 <뉴스앤조이> 편집국장을 맡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마다하고 싶었습니다. 편집국장이라는 자리 자체가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그보다 취재 현장을 놓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교계 언론사 중에서 성역 없이 자유롭게 취재할 수 있는 매체는 아마 <뉴스앤조이>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나마 취재기자 정도 돼야 이런 호사(?)를 누릴 수 있는데, 편집국장이 되면 현장 취재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희 중에 누군가는 편집국장을 맡아야 했고, 결과적으로 수락하게 됐습니다.

독자 여러분도 잘 아시겠지만, <뉴스앤조이>에서 감투 하나 썼다고 위상이나 복지가 달라지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책임과 역할이 커질 뿐입니다. 기왕 맡게 됐으니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뉴스앤조이> 편집국 기조는 기존과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겁니다. 지금처럼 교회 권력을 감시하고, 소외된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나아갈 계획입니다. 무엇보다 기자들이 지치지 않고 역할을 감당할 수 있게 적극 지원할 생각입니다.

코로나19가 세상을 집어삼키는 듯합니다. 본을 보여야 할 한국교회는 여전히 방역의 걸림돌이 되고 있을 뿐 아니라 반성할 생각조차 하지 않습니다. 한국교회가 국민의 짐이 되지 않도록, 좀 더 바른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교계 언론으로서 맡은 바 책무를 다하겠습니다.

일찍이 몇몇 독자께서 축하 인사를 전해 왔습니다.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더 '겸손'한 자세로 일하겠다고 답했습니다. 지난 8년 6개월간 <뉴스앤조이> 기자로 지내면서 가장 크게 느낀 게 있다면 '겸손'입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제 역할을 하는 목회자·교인을 수두룩하게 만났고, 그분들에게서 겸손을 배웠습니다. 함부로 정죄·비난하지 않고 사랑으로 대하려는 태도를 보았습니다. 지금보다 더 겸손하게 한 발 한 발 나아가겠습니다.

언제 어디서나 <뉴스앤조이>를 지지·응원해 주시는 독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2021년 새해에도 주님 안에서 강건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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