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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Artificial Intelligence) 혹은 인공지능은 우리 삶과 점점 긴밀히 연관되고 있다. 이제는 AI를 좀 더 높은 수준으로 개발하고, 이를 더 잘 활용할 수 있도록 AI를 학습시키는 일이 필요하다. AI에게 공부를 가르친다고? 어색한 표현이지만, 사실이다.

AI라는 첨단 메카닉 시스템은 유기체는 아니지만, 마치 유기체처럼 '심층 학습'(deep learning)을 할 수 있다. AI의 심층 학습을 위해서는 많은 양의 학습 데이터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자료에 주석을 다는 작업을 AI 어노테이션(Annotation)이라고 부른다. 우리가 공부할 때 노트를 작성해서 그 뜻을 더 풀어 설명해 내 것으로 만들 듯, AI가 학습할 수 있도록 어떤 상황·단어·영상·그림 등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제·분류하는 라벨링(Data Labeling) 작업이다.

이를테면, AI가 '개'를 '개'라고 인식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개 사진이 필요하고, 그 모습이 데이터로 입력돼야 한다. 그런데 만약에 의자에 앉아 있는 개의 모습을 통째로 입력한다면, AI가 의자까지도 개로 인식하게 돼 정확한 학습을 하지 못하고 정확도가 60% 이하로 떨어지는 오류를 겪기도 한다. AI는 그만큼 정확한 정보를 요구한다. 아니, 인간을 위해서는 AI에 정확한 정보를 입력해야 한다.

혹자는 공상과학영화처럼 AI가 인간을 지배하고, 스스로 발전·복제하는 시대가 오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가진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인간이 선행적으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도움을 줄 수 있는 수준이기 때문에 그리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물론 옛날 영화에서 묘사한 모습들이 현재 일정 부분 실현됐다는 점을 생각하면, 앞으로 AI가 얼마나 더 발전할지, 어떤 부작용이 있을지, 본성상 악한 인간이 개발한 AI가 스스로 죄를 학습하지는 않을지 조금은 염려가 되기도 한다.

각설하고, 이 글에서는 내가 AI 어노테이션을 경험하면서 느끼고 깨달은 바를 선교학적 관점에서 나누고자 한다.

1. 정확한 정보를 분별하라

AI는 올바른 작동을 위해 많은 양의 정확한 정보를 필요로 한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잘못된 집착을 사랑이라고 배운 아이가 자라나면서 자신과 공동체에 어려움을 끼치기도 하고, 인터넷이나 소셜미디어에 떠도는 잘못된 정보의 공해가 사람들을 현혹·선동하기도 한다. 정보화 시대에 많은 정보를 얻는 일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이솝우화의 '양치기 소년'과 같이 "늑대가 나타났다"고 소리치고 위기감을 주는 거짓 정보 때문에 정작 필요한 정보가 거짓으로 치부되는 혼란이 큰 문제다.

올바르고 정확한 정보를 가늠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정보의 진위를 가리는 정보'가 필요할 지경이니, 성경에서 말하는 '분별'이 필요한 시대다. 나는 고린도전서 12장 10절에 나오는 '영 분별의 은사'를 단지 악령·성령을 분별하는 일로 이분화하고 싶지 않다.

AI에게 개만을 개라고, 고양이만을 고양이라고 가르쳐야 하듯, 우리도 성령에 의지해 올바른 정보를 분별할 수 있도록 분별의 은사를 적용해야 한다. 선교사가 잘못된 타 문화적 편견을 갖기 시작하면, 자기가 경험한 일만으로 모든 것을 해석하고 그에 의지하게 된다. 다른 직업들도 예외가 아니다. 물론 정확한 정보를 구별해 내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분별'은 오늘날 꼭 필요하다.

2.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라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일은 요즘 같은 시대에 누구나 말하고, 실천해야 하는 중요한 원리다. AI 작업을 하다 보면, '작업 가이드라인이 바뀌었으니 이렇게 수정해 주세요'라는 말을 종종 듣게 된다. 기준 없이 일할 수 없는 법이다. 그러나 가끔 일을 진행하는 과정 중에 기준이 변하면 난처해진다. 이럴 때 ' 대체 왜 이러는 거야' 하며 불평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시간을 낭비할 여력이 없다. 즉시 새 기준을 적용하도록 직원들에게 지시한다.

나는 하나님이 코로나19를 통해 우리에게 새로운 삶의 기준을 요청하신다고 믿는다. '왜 코로나인가요?'라고 불평할 것인지, 기준을 정하시는 하나님의 의도를 다 알 수 없더라도 순종하고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것인지, 선택은 우리 몫이다.

선교·목회·기업·학교 등 모든 현장이 변하고 있다. '왜 예전처럼 이 나라에 복음을 전할 수 없는 거야? 교회 개척은 왜 이전 방법대로 안 되는 거지? 운영과 교육이 왜 이전 방법으로는 어려운 거야?' 하는 불평에서 벗어나 새롭게 바뀌는 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새 기준을 적용하는 일이 '하나님의 선교'에 동참하는 길이다. 이럴 때 자신의 패러다임만을 고집한다면, 새 기준을 만들어 제시하시는 하나님이 어떻게 반응하실지 생각해 봐야 한다.

3. 사람과 함께하는 것이다

나는 AI 어노테이션 사업을 하면서 AI에 대해 더 배우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사람에 대해 더 많은 것을 배웠다. 때가 되면 데이터 라벨링도 AI가 스스로 하는 날이 오겠지만, 현재로는 사람이 일일이 작업해야 한다. 직원들을 모집하고, 함께 일하면서 리더로서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됐다. 리더십과 관리는 비슷하지만 다른 영역이다. 나는 처음에 AI 어노테이션 사업을 시작하면서 사람 관리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조직의 목표 달성만을 위한 사람 관리는 '닳은 톱니바퀴는 새것으로 교체하면 그만'이라는 생각과 같다.

일을 막상 해 보니, 일은 못하지만 성실한 사람이나 일은 잘하지만 불성실한 사람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경영자로서 고민하게 된다. 긍휼만으로 사업을 진행할 수 없는 상황에서 '내가 선교사인가 경영자인가' 정체성 질문까지 하는 경험이었다. 나는 '경영자는 단지 사람을 관리할 뿐만 아니라 인도(Leading)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동안 세속적인 것이라고 믿었던 경영 원리를 성경적 원리에 입각해 뛰어나게 실천해야 하는 통섭적(consilience) 환경에 봉착했다. 이제 선교지에서는 사회적 헌신이 필수다. 그래야 목적한 선교 활동을 잘할 수 있다. 기업도 이윤만이 아닌 사회적 환원에 투자해야 더 많은 이익을 남길 수 있는 시대다.

나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는 'AI'와 '선교'를 컬래버레이션하는 경영자로서, 많은 것을 분별해야 하는 어려움에 봉착해 있다. 또한 시대적 변화를 받아들이고 적응해야 하는 선교사로서 '하나님의 선교'에 동참하기 위해 분투 중이다. 하나님의 통치 안에 있는 모든 영역에서 창조적 접근을 통해 하나님의 선교에 동참하고 있는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내가 있는 히말라야의 기운과 함께 격려와 용기를 실어 보내고 싶다.

양은용 / 전통적 목회자·선교사였지만 BAMer(Business As Mission)로 새로운 옷을 갈아입고, 더욱 극대화한 선교의 영역에 도전하고자 하는 선교학자다. AI annotation을 하청받아 네팔에서 교육·사업을 진행하는 Grace Computer Training Pvt. Ltd.의 대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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