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어스 미니스트리가 개업한 캐주얼 다이닝 ZION을 10월 14일 찾아갔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제이어스미니스트리가 개업한 캐주얼 다이닝 ZION을 10월 14일 찾아갔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뉴스앤조이-여운송 기자] CCM 앨범을 다수 발매하고, 정기 예배, 제자 훈련(Radical Disciples School) 등 활발한 예배 사역을 벌여 온 '제이어스미니스트리'(J-US Ministry)가, 수제 버거와 커피를 파는 캐주얼 다이닝 복합 공간 'ZION'(자이온)을 열었다.

BAM(Business As Mission) 일환으로 '문화 영역 성벽 재건'을 기치로 내걸고 기획된 ZION은, 6년의 준비 기간을 거쳐 올해 10월 10일 정식 개업했다. '예배 사역팀이 운영하는 수제 버거 가게', 언뜻 보기에도 생경한 조합은 궁금증을 자아냈다. 10월 14일 서울시 강서구 염창동에 있는 ZION을 직접 찾았다.

캐주얼 다이닝 복합 공간으로 기획된 공간답게, 홍대·이태원에서나 볼 법한 감성적 외관이 눈길을 끌었다. 가게 안으로 들어서자 한쪽에 위치한 LP플레이어에서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왔다. '힙 플레이스'를 찾는 젊은 층이 좋아할 만한 감각적인 내부 인테리어는 'MY RESTING PLACE', 'CITY ON A HILL CANNOT BE HIDDEN' 등 몇몇 암시를 제외하고는 기독교 단체가 운영하는 가게로 느껴지지 않았다. 며칠 새 입소문을 탔는지 오픈 시간 11시를 넘기자마자 사람들로 붐볐다.

그러나 음식점이 분위기만으로 승부할 수는 없는 법. 시그니처 메뉴인 'ZION 버거'와 'ZION 커피'를 주문해 자리에 앉았다. 버거 맛은 신선했다. 촉촉한 식감이 좋았다. 알고 보니 오랜 연구 끝에 직접 개발한 패티, 밀가루 부담이 적은 번, 유통 과정을 줄인 채소 덕이었다. 우유와 샷이 층을 이루던 커피는 '젓지 말고 그대로 마시는 것을 추천한다'는 직원 말을 따랐다. 쌉쌀한 샷 뒤에 따라오는 달짝지근한 크림 맛이 좋았다.

간단한 식사 후 제이어스미니스트리 김준영 대표를 만나 'ZION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유와 포부를 들어 봤다. 그는 ZION이 일상을 치열하게 살아가는 이들을 위한 하나님나라 선교의 거점이자 지역사회 환대 공간으로 활용되길 바란다고 했다. 아래는 김준영 대표와의 일문일답.

ZION의 시그니처 메뉴 ZION 버거와 ZION 커피. 뉴스앤조이 여운송
ZION의 시그니처 메뉴인 ZION 버거와 ZION 커피. 뉴스앤조이 여운송

- 예배 사역으로 알려진 제이어스가 수제 버거 가게를 시작한 이유가 뭔가.

제이어스는 찬양팀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하지만 단순히 예배 음악을 잘 만들어 보자는 취지로 시작하지는 않았다. 갈수록 어려워지는 한국교회에 대한 아픔, 교회를 떠나는 다음 세대를 보며 느낀 위기의식을 바탕으로 청년들이 함께 모여 시작한 미니스트리다. 위기의식이 있으면 대안도 있어야 할 텐데, 우리는 그 대안이 '말보다는 삶에서 드러나는 것'이어야 한다고 믿었다.

이런 믿음을 바탕으로 예배 사역과 제자 훈련 사역을 통해 항상 "여러분은 세상의 빛이다. 세상 속에서 하나님나라를 나타내며 가정·교회·학교·직장에서 선교사로 살아가라. 선교는 이벤트(event)가 아니라 라이프(life)여야 한다"고 늘 외치고 노래하고 가르쳐 왔다. 그런데 어느 때부터인가 하나님께서 질문을 주시더라. '그러는 너희 삶의 자리는 어디인가. 너희는 정말 세상 속에서 이웃과 만나고 있는가. 예배자들에게 세상에 가서 신앙인으로 살아 내라고 도전하고 파송은 하는데, 정작 너희 사역은 종교적 바운더리 안에 갇혀 있지 않은가' 하는 부담을 주셨다.

'외치는 대로 살아야 한다'는 마음이 커지면서 삶의 현장에서 직접 부딪치고 돌파하는 선교 방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외치는 자리에 서 있기 전에 세상 속에 뛰어들어 먼저 살아 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러던 중 요즘 젊은이들이 자기에게 영감을 주고 맛있는 식음료를 제공하는 공간을 중심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많은 고민을 하게 됐다.

'하나님의 사람들이 하나님의 방식으로 하나님의 영감을 드러내는 공간이 있다면 어떨까. 표면적으로 기독교적 색채를 드러내지 않고서 세상 사람들이 오도록 한다면 어떨까. 복음과 하나님나라를 그들과 소통 가능한 언어와 높은 예술성으로 표현해 본다면 어떨까. 맛있는 식음료를 제공하는 공간에 수많은 젊은이가 와서 일상을 보내며 예상치 못한 자극을 받을 수 있다면 어떨까. 브랜드 운영 방식과 직원들의 삶의 방식이 세상과 전혀 다르다면 어떨까. 함께 일하는 비신자 직원에게 삶으로 하나님나라를 드러내고 복음으로 초대할 수 있다면 어떨까. 한국 문화에 우호적인 동남아시아 도시들 속에 이러한 선교적 거점 공간들이 뻗어 나간다면 어떨까.'

이런 질문들을 바탕으로 젊은이들이 먹고 마시며 일하고 쉬는 일상 속으로 들어가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하는 복합 공간 ZION을 시작했다.

- 가게 이름을 ZION이라고 지은 이유가 뭔가.

잘 알겠지만 ZION은 성경에 등장하는 '시온'이다. 시편 132편 13-15절을 보면 "여호와께서 시온을 택하시고 자기 거처를 삼고자 하여 이르시기를 이는 내가 영원히 쉴 곳이라 내가 여기 거주할 것은 이를 원하였음이로다 내가 이 성의 식료품에 풍족히 복을 주고 떡으로 그 빈민을 만족하게 하리로다"라고 나와 있다. 이것이 우리가 받은 약속의 말씀이다.

사무엘하를 보면 다윗이 이스라엘 왕이 된 후 여부스 족속이 다스리던 시온에 들어가 하나님을 예배하는 땅으로, 하나님이 다스리시는 땅으로 변화시켰다. 우리도 이 공간을 통해 세상 한복판에서 젊은이들의 문화와 라이프 스타일 영역을 하나님이 다스리시는 영역으로 바꿔 가고자 하는 마음을 담아 ZION이라고 지었다. 예수님도 제자들에게 '너희는 세상의 빛이라'고 말씀하셨을 때 '산 위에 있는 동네가 숨겨지지 못할 것'이라고 하지 않으셨나. ZION도 도시 속에 감출 수 없이 빛나는 하나님의 빛이 되기를 바란다.

제이어스 미니스트리 김준영 대표는 '산 위에 있는 동네가 숨겨지지 못할 것'이라고 한 말씀처럼 ZION이 세상 속에서 빛나기 바란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제이어스미니스트리 김준영 대표는 '산 위에 있는 동네가 숨겨지지 못할 것'이라는 말씀처럼, ZION이 세상 속에서 빛나기 바란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 버거와 커피가 맛있었다. 메뉴를 수제 버거와 커피로 정한 이유가 있다면.

하나님나라 복음은 변하지 않지만, 문화는 계속 변화한다. '요즘 젊은이들과 깊이 공감할 수 있는 요소가 무엇이 있을까', '젊은이들이 즐기고 소비하는 문화가 뭘까' 생각했다. 버거와 커피는 남녀노소 좋아하는 메뉴고, 현대인의 삶에서 뗄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고 생각했다. 사실 나와 우리 팀원들이 버거와 커피를 좋아한다.(웃음)

특히 커피는 일상의 매개가 된다는 점에서 중요한 식음료라고 생각했다. 많은 이가 커피 한잔과 함께 자신이 영감을 받는 장소에서 일하고 공부하고 교제하고 울고 웃고 하지 않나. 이는 서울뿐만 아니라 뉴욕이든 호치민이든 방콕이든 전 세계 모든 현대인에게 마찬가지다. 일상 속에서 즐기는 버거와 커피가 젊은이들을 부담 없이 이 공간에 모을 수 있는 매개라고 봐서 자연스럽게 메뉴를 선택하게 됐다.

- 준비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나.

너무 많았다. ZION 프로젝트 구상 자체는 2014년 시작했다. 매장을 오픈하려고 식음료 메뉴의 방향성, 공간 활용, 인테리어 디자인, 브랜드 운영 핵심 가치 등을 구체적으로 준비해 왔다. 2015년에는 글로벌 청년 창업 경진 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고, 서울창업허브의 키친인큐베이터에서 시범 판매를 거쳐 좋은 성과를 내기도 했다.

그러나 공간을 찾는 과정이 힘들었다. 수십 개 공간을 찾아다녔고, 임시 계약을 마친 상태에서 건물주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하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현재 자리를 얻었을 때도 오래된 건물을 원하는 대로 리모델링하는 과정에서 처음 책정한 예산보다 2배 넘는 금액이 드는 등 재정적 한계에 부딪혔다. 그럼에도 많은 동역자가 헌신과 기도로 동참해 줘서 개업할 수 있었다.

직원들도 프로젝트를 위해 하나님이 준비시키시는 시간을 오래 보내야 했다. 제자 훈련 학교를 졸업하고 이 비전에 동참하기로 한 '헤드바리스타'와 '헤드셰프'는 원래 이 일을 하던 전문가가 아니었다. 콜링을 받고 비로소 준비를 시작했다. 수제 버거 전문 매장과 커피 매장에 직접 취업해 기술을 배우고 자격증을 땄다. 그런데 시작하고 매장이 열리기까지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고,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지도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은 하나님이 주신 비전을 바라보며 인내했던 멤버들에게 쉽지 않은 시간이었을 것이다.

ZION 직원들은 모두 맞춤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ZION 직원들은 모두 맞춤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 ZION 직원들은 모두 제이어스와 관련한 이들인가.

현재 직원들은 제자 훈련 학교를 졸업한 졸업생들이다. 제자 훈련 학교를 진행하면서 우리가 보게 됐던 것은, 많은 젊은이가 하나님을 위해 살기 원하지만 그 바람이 직업 현장과 통합되지 못하고 이원화하는 현상이었다. 직장은 돈 버는 영역이고 신앙은 거룩한 영역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직업 현장이 곧 거룩한 신앙 현장이 되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이를 실현할 장을 마련해 주고 싶어서 이들을 ZION 직원으로 고용했다.

우리 포부는 앞으로 비신자들을 고용해 나가는 것이다. 물론 비신자들을 고용했을 때 신앙생활이나 사내 예배를 강요할 생각은 전혀 없다. 그저 직원들 삶이 비신자들에게 하나의 질문거리가 될 수 있다면 좋겠다. 오늘날 기독교는 말만 앞서고 진입 장벽도 높다. ZION 커뮤니티 안에서 묵묵히 어떤 가치를 향해 가는 사람들을 만난다면, 평생에 한 번도 교회를 다녀 보지 않은 이들에게도 기독교 정신이 전달될 수 있지 않겠나. 그것이 바로 일상 속에 스며든 세상 속 교회가 아닐까.

김준영 대표는 'COME AS YOU ARE'라는 환대 정신이 ZION의 핵심 가치라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김준영 대표는 'COME AS YOU ARE'라는 환대 정신이 ZION의 핵심 가치라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 ZION이 지역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쳤으면 하나.

ZION의 핵심 가치를 담은 문구가 입구에 써 있다. 'COME AS YOU ARE'(당신 모습 그대로 오십시오)다. 다른 말로 하면 '환대'다. 이는 교회가 마땅히 취해야 할 자세다. 예수님의 식탁에는 세리장 삭개오가 함께 앉았고 죄인들이 환영받았다. 우리가 이 정신을 얼마나 대단하게 실현해 낼 수 있을지는 몰라도, 서비스로서의 '친절' 이전에 성경이 말하는 대로 환대하고 섬기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곳에 오는 모든 이가 환대를 경험했으면 좋겠다.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우리의 작은 태도가, 목마른 시대에서 '존재가 받아들여지는 경험'을 제공했으면 한다. 직원들에게도 이 문구가 써 있는 이유를 설명하고, 이웃이 이곳에 들어올 때마다 환대를 경험하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지역사회에 이웃이자 친구가 되고 싶다. 개업하면서 주변 가게들에 먼저 찾아가 버거와 커피를 드리고 인사했다. 동종·경쟁 업계일 수 있지만, 이웃·친구로서 공존을 위해 먼저 다가가는 모습을 보이고 싶었다. 밤에 일이 끝나면 직원들과 바로 옆 생선 가게에서 함께 밥을 먹기도 하고, 주변 가게들의 불편 사항을 받아들여 집기 위치를 바꾸기도 했다. 지역 어르신들과도 자주 대화하려고 노력한다. 다름 아닌 이런 소소한 행동이 하나님나라를 살아가는 실제적인 과정이자 선교 아니겠나. ZION이 지역사회 속에서 그런 선교적 거점이 되기를 바란다.

ZION(자이온)

주소: 서울특별시 강서구 공항대로 61길 10-11 (지하철 9호선 등촌역 2번 출구에서 120m)
영업 시간: 월~토 11시~21시 30분 (주문 마감 20시 30분)
인스타그램: @zion.myrestingpl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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