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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한국교회는 총체적 난국에 처해 있습니다. 사람들은 세습이나 헌금 유용, 성범죄 같은 일부 목사 일탈을 그 원인으로 지적합니다. 그래서 목사 없는 교회를 상상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른바 '목사 무용론'이 상식이 되었습니다. 십일조 없는 교회, 목사 장로 임기제 등이 해결책으로 제시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문제는 한국교회만의 것도 아니고 개신교에만 국한되는 것도 아닙니다. 특히 코로나19는 위기 상황에 아무 능력도 발휘하지 못하는 교회의 현 상태를 낱낱이 드러냅니다. 바야흐로 이 땅의 교회 전체가 시험을 당하고 있습니다. 진 에드워드에 따르면, 공력을 시험받고 있는 것입니다. 불 시험이 교회를 시험하고 있는 것입니다.

어쩌면 은혜의 시간일 수도 있습니다. 과연 불에 타고 남는 것이 있을까요. 그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발견되더라도, 제도권이 아니라 잘 알려지지 않고 감추어져 있던 제3의 흐름 가운데서라는 게 그의 진단입니다.

<믿음의 정상에 오를 때 - 새로운 깃발과 통찰력으로> / 진 에드워드 지음 / 박인천 옮김 / 대장간 펴냄 / 400쪽 / 2만 원
<믿음의 정상에 오를 때 - 새로운 깃발과 통찰력으로> / 진 에드워드 지음 / 박인천 옮김 / 대장간 펴냄 / 400쪽 / 2만 원

"보통 그렇듯이 나의 할머니는 그저 교회에 나가시는 헌신적인 한 분의 그리스도인이셨습니다. 만약 여러분 중의 한 사람이 나의 할머니에게 다가가, 교회가 아닌 조직에 속했다고, 그 조직은 로마제국의 지배 구조를 따라 구축된 것이라고, 그리고 로마제국의 지휘 체계는 바벨론에서 연유했고 바벨론은 또 천사들로부터 왔다고, 천사들의 지휘 체계는 또 루시퍼에게 연결되어 있다고 알려 준다면, 할머니는 아마도 사색이 되어 기절하든지 아니면 여러분을 집에서 내어쫓든지 하셨을 것입니다." (226~227쪽)

이 글에서 보듯이 그의 진단은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에게 환영받지 못할 것입니다. 오히려 이 글의 할머니처럼 놀라거나 불같이 분노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오늘날 교회는 성경이 말하는 교회와 동떨어져 있습니다.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넣어야 한다."

책을 읽으며 계속해서 떠올랐던 성경 말씀입니다. 그리고 이 말씀은 진 에드워드가 독자들에게 하고 있는 말이기도 합니다. 그는 이 시대 그리스도인들 대부분이 가는 길이 아니라 다른 길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특히 그는 성공이 아니라 실패에 대해 강조합니다. 성공이 아니라 실패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그 실패의 길이 믿음의 정상으로 가는 정상적인 길이라고 합니다. 역설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올바른 성경 이해에서만 나올 수 있는 조언입니다. 애초에 복음 자체가 역설이기 때문입니다. 그 길을 가려면 새 포도주와 새 부대가 필요합니다.

에드워드는 기독교 역사 곳곳을 훑어가며 그 길을 독자들에게 설명합니다. 관점의 차이로 볼 수도 있지만, 새로운 시선으로 기존의 기독교 역사를 재해석하고 있습니다. 주목하지 않았던 부분, 못 보던 부분을 부각하는 방법도 사용하고 있습니다.

신대원 시절, 저는 칼뱅의 무덤에 관해 들었습니다. 교수님은 칼뱅의 무덤이 초라하고 비석조차 없어 지금도 그가 묻힌 정확한 무덤을 찾을 수 없다고 하셨습니다. 그것이 칼빈의 유언에 따른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겸손했다는 것이지요. 훌륭한 신앙인이라는 것이지요. 교수님의 그런 말을 듣고 저뿐만이 아니라 그 강의를 들은 모두가 칼뱅을 정말 훌륭한 신앙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흘러, 칼뱅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는 책을 하나 읽었습니다. 칼빈은 종교개혁가로서 열정적인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열정이 너무도 강해 자신과 다른 견해를 가진 사람을 용납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자신과 의견이 다른 사람들을 가차 없이 처벌했습니다. 한번은 자신과 다른 의견을 말한 사람을 찾을 수가 없어서 처벌할 수 없었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 마침내 그 사람 행방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칼뱅은 그 사람 무덤을 파헤친 후에 그 사람 유골을 모아 화형을 집행했습니다. 이 내용을 보는 순간, 칼뱅의 무덤에 관한 이해가 180도 달라졌습니다. 칼뱅의 무덤에 관한 유언은 겸손이 아니라 두려움이었다는 생각이 든 것입니다.

저는 무엇이 진실인지 알 수 없습니다. 분명한 것은 칼뱅의 무덤을 통해 다른 관점이란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제 인식에 전환이 이루어졌다는 사실입니다. 인간은 한없이 기울어지는 편향성을 지닌 이기적 존재입니다. 그런 인간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은 '들을 수 있는 귀'입니다. 에드워드는 들을 수 있는 귀를 가진 사람만이 들을 수 있는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들려줍니다.

"1세기의 사역자들은 인류 역사에서 가장 뛰어난 건축가들이었습니다. 그들이 교회를 세워 나갔던 하나의 원리가 있었습니다." (274쪽)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다!

그가 설명하고 있는 것이 무엇이겠습니까. 십자가입니다. 에드워드는 정확히 이 시대에 십자가의 의미를 되살리고 있습니다. 우리 시대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 잊고 있었던 것입니다. 십자가가 장식품이 되었습니다. 십자가는 더 이상 그리스도인들과 교회를 견인하는 진리가 아닙니다. 그래서 십자가로 가는 길은 거룩한 길이 아니라 멸망의 길이 되었습니다. 에드워드는 정확하게 지적하고 있는 것입니다.

십자가의 의미를 모르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예수는 단지 번민하게 만드는 귀찮은 존재일 뿐, 결코 그리스도가 되실 수 없습니다. 이 사실을 이해한다면 오늘날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의 일탈은 오히려 당연한 것입니다. 그는 이 책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다른 모든 것을 지우고 예수 그리스도만을 제시하고 가리킵니다.

너무도 당연한 말입니다. 하지만 혼탁한 우리 시대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에게는 가히 선지자적 외침이 아닐 수 없습니다. 분노하지 말고 그의 이야기를 따라가 보십시오. 그는 지금 이 지구에 새로운 종의 사람들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저는 여러분들이 그의 책을 읽고 바로 그런 사람들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그는 부활이 모두를 위한 것이 아니라 오직 십자가를 짊어졌던 그 사람들만을 위해 예비된 것이라고 말합니다. 너무도 당연한 말입니다.

저는 <믿음의 정상에 오를 때 - 새로운 깃발과 통찰력으로>(대장간)가 피상적이거나 추상적인 차원이 아닌 본질을 향해 갈 수 있도록 여러분을 돕는 좋은 안내서가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극소수만 가는 그 길에서 여러분들은 반드시 진 에드워드를 만나 반가움과 고마움을 전하게 되실 것입니다.

최태선 /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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