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뉴스앤조이 X 비아토르 서평단 모집 이벤트에서 뽑힌 이용화 님의 서평입니다. - 편집자 주

역사상 가장 많은 판매고를 기록한 성경. 많은 사람이 '성경'을 목숨처럼 지켜 내고 읽었던 것은 단순히 성경을 통해 개인의 삶이 윤택해지거나, 좀 더 나은 세상을 기대할 수 있었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이유야 다양하겠지만 '성경'은 텍스트 자체로 하나님을 드러내고, 하나님과의 연결을 통해 인간의 생과 사를 규명한다. 텍스트 속 권고를 받아들임(믿음)으로 변혁의 '은혜'를 경험하게 한다는 점에서도 성경은 독특한 매력을 지닌 책이라 할 수 있다. 신자가 누리는 은혜는 개인의 삶뿐 아니라 세상을 변혁하는 동력이 되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성경을 어떻게 이해(해석)할 것인가 문제는 중요하다. 좀 더 바람직한 방향이라면, 성경이 '무엇'을 말하는가에 더 가까워지는 것이다. 다만 교회의 신앙고백에 따라 성경이 성령의 영감된 글이라 할지라도, 인간 저자가 기록한 문서라는 점을 간과하지 않아야 한다. 하나님의 뜻을 드러낼 때, 성경 저자를 이해하는 일은 어떤 의미를 지닐까. 곧 저자를 둘러싼 배경을 들여다보는 일이다. 이 작업은 본래 성경이 말하고자 하는 '무엇'을 더욱 명확하게 드러낼 뿐 아니라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돕는다.

<바울 평전> / 톰 라이트 지음 / 박규태 옮김 / 비아토르 펴냄 / 740쪽 / 3만 5000원
<바울 평전> / 톰 라이트 지음 / 박규태 옮김 / 비아토르 펴냄 / 740쪽 / 3만 5000원

<바울 평전>(비아토르)은 탁월한 역사가이자 신약학자, 그리고 바울 전문가인 톰 라이트가 이미 우리 손에 들려 있는 성경, 곧 우리가 바울의 글이라기보다 하나님의 말씀으로 받아들이는 바울의 편지들이 가리키는 진짜 '무엇'을 드러내려는 그만의 'Special Gift'이다. 우리는 <바울 평전>을 통해 바울이라는 사람을 이해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바울이 깨달은바 메시아 예수의 복음이 열어젖힌 하나님나라를 더 풍성하게 이해할 수 있다.

톰 라이트가 드러내고 싶은 것은 바울 한 사람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바울 평전>은 바울 한 사람을 더 큰 그림 안에 위치시켜 광활한 이야기 속으로 우리를 인도한다. 다소의 어린 '사울'이 이방인의 사도 '바울'이 되기까지를 보여 주고, 복음 전도 여행에서 수많은 사람과 상황을 잇달아 맞닥뜨리면서도 포기할 수 없었던 그 '무엇'에 집중해 간다. 갖은 고난과 핍박, 숱한 의심을 받으면서도 끝끝내 놓을 수 없었던 그 '무엇', 그리고 그 '무엇'을 전하지 않을 수 없었던 '어떤 이유'를 이 책 안에서 만날 수 있다.

톰 라이트는 바울의 입체적인 면을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유대인과 로마인이 그리스 사상가이자 여행자인 바울 안에서 만난다."(323쪽) 우리가 바울을 온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서 드러난다. 실제로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바울의 글 자체 때문이라기보다 바울 한 사람을 구성하는 배경이 워낙 복잡하게 얽힌 탓이다. 이는 신자들이 성경 읽기를 포기하게 만드는 요소이기도 하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가 사는 현대와 성경의 주 무대 사이에는 시간의 간격만큼이나 동떨어진 사회-문화-역사적 요소가 있다. 이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바울을 이해할 수 없다면, 바울의 말은 더욱 난해해진다. 이때 성경 독자는 유혹을 느낀다. 간단하게 마무리하고 성경을 닫고 싶은 욕구 말이다. 많은 사람(특히 목회자, 설교자)이 그 간격을 단순히 교리적인 몇 마디로 메워 버리려는 유혹을 견디지 못하고 간단하게 정리해 버리는 우를 범한다.

만일 그런 '게으른' 해석들이 바울이 전하려 했던 '진짜' 메시지가 아닐 수 있다는 생각에 동의할 수 있다면, 혹은 성령이 바울을 통해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가 그게 아닐 수 있다는 가능성에 조금이라도 동의가 된다면, <바울 평전>은 바울이 '진짜' 하고 싶었던 이야기에 조금이나마 가깝게 다가설 수 있도록 하는 도구로 유용하게 쓰일 것이다.

그동안 '게으른' 해석에 자주 노출되었거나, 여전히 그런 해석이 마음에 드는 독자라면 바울에 대한 톰 라이트의 설명이 장황하고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바울이 전했던 진짜 '무엇'을 이해한 그 시대 사람들은 '새로운' 공동체를 이루었고, 그 '무엇'을 위해 목숨을 내놓았다. 바울 자신도 삶 전체를 갈아 넣었다. 그 결과, 복음은 대한민국에 사는 우리에게까지 닿아 있다. 그렇다면 바울이 전하고 싶었던 '진짜' 메시지를 궁금해하는 것은 가치 있는 일이지 않을까?

<바울 평전>은 한 사람을 소개함으로써 그 한 사람과 시대를 바꿔 놓은 메시아 복음(죽음과 부활)과 하나님나라를 생생하게 보여 준다. <바울 평전>과 함께 그 시대를 여행해 보는 일은 생경하지만 흥분되는 도전이 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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