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동남노회는 명성교회 세습 문제로 3년째 갈등을 빚어 왔다. 비대위와 친명성 측은 노회 분립을 추진했으나, 통과되지 못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서울동남노회는 명성교회 세습 문제로 3년째 갈등을 빚어 왔다. 비대위와 친명성 측은 노회 분립을 추진했으나, 통과되지 못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명성교회 김삼환·김하나 부자 세습으로 촉발된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서울동남노회(김수원 노회장) 분립 안건이 부결됐다. 명성교회를 지지하는 측과 서울동남노회정상화를위한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측은 총회 명성교회수습전권위원회(채영남 위원장) 제안에 따라 노회 분립에 합의했지만, 노회원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동남노회는 5월 12일 하남 미래를사는교회에서 제78회 정기회를 열었다. 김수원 노회장이 주재한 이날 회무의 핵심은 '노회 분립'이었다. 친명성 측과 비대위 측이 큰 틀에서 합의한 만큼 원활한 진행을 예상했으나, 반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1시간 가까이 찬반 토론을 진행했다. 때로는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분립을 찬성하는 측은, 노회원들끼리 지난 3년간 갈등을 빚어 왔고, 하나 될 수도 없기 때문에 갈라서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분립을 하지 않고 이대로 계속 가면, 기존처럼 '식물 노회'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친명성 인사로 알려진 노회 서기 김성곤 목사는 "식물 노회, 이게 우리 노회의 현실이다. 총회의 문제이기도 하고, 나아가 한국교회의 문제다"면서 분립하는 게 맞다고 했다.

반대하는 측은, 분립하는 데 있어 충분한 설명이 없었고 중립에 있는 교회는 어떻게 할 것이냐고 항의했다. 명성교회를 옹호해 온 남삼욱 목사는 "분립 문제로 지교회 당회마저 갈릴 수 있다"는 이유를 들며 반대했다. 남 목사는 김수원 노회장의 '명성 측'이라는 발언을 두고 "왜 하나의 교회를 지목해서 이분법적인 용어를 쓰느냐"고 항의하기도 했다. 당장 분립을 확정 짓지 말고 분립연구위원회를 구성해 다음 회기에 논의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투표에 앞서 김수원 노회장은 "노회가 하나 되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 노회가 제대로 잘 갈 수 있다면 분립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또 이전과 같은 일로 분쟁하면 하나 되는 게 더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투표를) 잘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노회 분립을 위한 안건이 통과하려면 목사·장로 각각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무기명 투표 결과, 목사는 176명 중 92명(52.3%)이 찬성하고, 84명(47.7%)이 반대했다. 장로는 58명 중 33명(56.9%)이 찬성하고, 25명(43.1%)이 반대했다. 노회 분립을 위한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노회 분립은 무산됐다.

비대위 소속 한 목사는 13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총회가 법을 잠재하면서까지 수습안을 제시했지만 나아진 건 없다. 어쩔 수 없이 친명성 측과 노회 분립을 합의한 것인데 이마저도 통과되지 못했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명성교회 측은 "총회 수습안을 잘 지키며 따르겠다"고 했다.

김수원 노회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노회 결정을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그는 "일단 노회에서 분립은 어렵다고 결정했으니까 받아들여야 한다. 임기가 끝나는 10월까지 법과 원칙에 따라 노회를 이끌어 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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