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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순복음교회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주일예배를 온라인 예배로 대체하면서 모든 현장 예배 및 모임을 중단하고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하고 있다. 지난 3일에는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대구 경북 지역 주민들과 의료진 및 공무원들을 위로하기 위해 10억 원의 긴급 의료 지원금을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전달했다. 또 지난 4일에는 5400평 규모의 경기 파주시 소재 영산수련원 2개동을 코로나19 경증 환자들의 생활 치료 센터로 제공하기로 하고 관계 기관과 협의 중에 있다."

3월 17일 자 <국민일보>에 실린 기사 내용 중 일부입니다.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고자 현장 예배 중지를 권고한 데 대해 교계 일각에서 종교 탄압이라 강변하는 국면에서,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성숙한 모델이 되어 다행입니다.

여의도순복음교회라고 하면, 아직도 많은 사람이 조용기 목사를 떠올립니다. 이분만큼 교회와 사회에서 큰 논란을 일으킨 목회자도 없습니다. 평가도 엇갈립니다. "조용기 목사님을 차츰 존경하게 되었다"(한국복음주의협의회 명예회장 김명혁 목사 칼럼, 2010), "조용기 목사의 목회는 평생 가난하고 병든 자들을 향해 있었다"(<아이굿뉴스> 이현주 기자, 2018)라는 평가가 있는 반면, "삼박자 축복의 위험은 겉으로는 축복 같지만 실제로는 저주로 작용할 개연성이 높다는 데 있다"(대구성서아카데미 원장 정용섭 목사, 2005), "조 목사가 한국교회 번영 복음의 원조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는 비리와 부패가 바로 번영복음이 낳은 썩은 열매다"(고려신학대학원 권수경 교수, 2019)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조용기 목사가 정치적으로 문제 인물로 부각되기 시작한 시점은 박정희 대통령 삼선 개헌 논란이 한창이던 1969년 9월입니다. 당시 그는 "기독교인은 성서의 가르침을 따라 날마다 그 나라의 수반인 대통령과 영도자들을 위하여 기도하여야 하며 (하략)"라는 지지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그 후에도 장기 집권하는 박정희 독재 정권을 비호한다는 비판이 많았습니다.

영등포산업선교회가 1970년대에 영등포구 문래동 해태제과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나설 때, 회사 초청을 받아 강당에서 설교하면서 영등포산업선교회를 '빨갱이 집단'으로 몰기도 했습니다. 신학적으로도 문제가 되어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은 1983년 총회에서 '사이비 사건들'(조상 숭배 문제, 처녀 부활 소동, 목사 안수 남발 등) 및 '삼박자 구원' 등을 이유로 들어 조용기 목사를 '이단 사이비'로 규정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후 조용기 목사 이단 사이비 문제를 놓고 분열됐던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기하성)가 다시 통합하면서 교세가 100만 명을 넘어서고 여의도순복음교회가 비약적으로 성장하자 상황이 바뀌게 됩니다. 보수적인 교역자들이 여의도순복음교회를 따라 소속 총회의 신학 전통과 무관한 오순절 성령 운동을 수용하고 예배와 교역 방법을 모방하면서 번영신학과 성공주의 신앙이 한국교회에서 대세로 자리 잡기 시작합니다. 국면이 이렇게 되자 예장통합은 조용기 목사의 신학을 이단 사이비 목록에서 해제합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는 1996년 김동완 총무 시절 기하성을 회원 교단으로 받아들였는데, 재정적인 이유가 크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조용기 목사를 둘러싼 논란은 재산 문제, 비리, 여성 편력, <국민일보> 사유화, 큰아들 조희준 전 <국민일보> 회장의 배임 혐의 등으로 증폭되었는데, 세간의 의혹과 고발이 2014년에 이르러 결정적으로 확인받게 됩니다. 탈세와 횡령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것입니다. 이에 미국의 유명한 복음주의 설교자 존 파이퍼(John Piper)도 "조용기 목사가 그리스도를 욕되게 했다"고 비판했습니다. 최근에도 부인 김성혜 한세대 총장의 비리 의혹 등이 다시 구설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조 목사가 지금도 4부 예배에서 설교를 계속하며 영향력을 행사한다며 문제 제기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한국 기독교의 역사>(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에 따르면(109~110쪽), 하나님의성회는 미국에서 1914년 오순절계 교단 하나님의교회(Church of God in Christ)에서 인종 문제로 분립한 백인들이 세운 교단이었습니다. 오순절계 교단의 가장 큰 특징은 성령세례를 강조하고 방언을 비롯한 각종 성령의 능력을 간구하며 열정적이고 체험적인 신앙을 추구하는 것입니다. 기하성은 1953년 체스넛, 허홍, 박성산 등이 중심이 된 창립총회로 출범하게 됩니다. 미국 하나님의성회가 인적·물적 지원을 강화해 급속도로 발전했고,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세계 최대 규모 교회로 성장하면서 오순절 운동은 한국교회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1958년 5월 조용기 전도사와 그의 장모 최자실 전도사가 서울 은평구 대조동의 최 전도사 집에서 창립 예배를 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1961년 10월 서대문에 교회(순복음부흥회관)를 세웠는데, 교인이 폭발적으로 늘어나 수용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당시 여의도는 활주로로만 이용되던 황폐한 섬이어서 교통이 큰 문제였지만, 조 목사는 여의도에 예배당을 세우겠다는 계획을 강력하게 추진했습니다. 건축비 조달에 어려움이 컸지만, 1973년 8월에 현재의 여의도 예배당에서 첫 예배를 열었습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예배당. 이근복 그림
여의도순복음교회 예배당. 이근복 그림

지금은 이영훈 담임목사가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새 길을 열어 가고 있습니다. 연세대 신학과, 한세대 신학과에서 공부한 후 미국 템플대에서 종교철학 박사 학위를 받은 이 목사는 미국 워싱턴순복음제일교회와 일본 순복음동경교회에서 담임 목회자로 시무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한국 순복음을 대표하는 신학자로서, 한국교회에서 이단 시비를 받은 조용기 목사의 오중 복음, 삼중 축복과 성령 운동을 신학적으로 정리해 일명 '영산신학'을 주류 교회와 접목했습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제2대 담임목사로 2008년 5월 부임한 이영훈 목사는 여러 지교회를 독립시켰고, 재정 투명성을 확보하는 한편, 통일·사회복지·교육 등의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사회 선교를 감당하고 있습니다. 교회협 회장과 한기총 대표회장을 역임한 그는 2009년 이후 기하성 총회장으로 사역했는데, 2018년부터 대표총회장으로 취임하게 되면서 장기 집권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이 목사가 이끌던 기하성 여의도 총회가 재정 문제를 안고 있는 구 서대문 총회와 통합하면서 교단 상황이 녹록지 않게 돼 그의 지도력이 필요하다고 보는 견해도 있습니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농어촌·미자립 교회와 해외 선교를 적극 지원하고 있으며, 2007년에는 평양 심장병원 건립을 시작하는 등 북한을 돕는 데도 열심입니다. 교육 연구소, 영성 훈련원, 복지 기관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대표 기관으로 국제신학연구원, 교회성장연구소, <국민일보>, 오산리최자실금식기도원, 굿피플과 엘림복지회가 있습니다.

제가 교회협 교육훈련원장으로서 화해통일국장을 겸직할 때, 2011년 11월 2~5일 북한 조선그리스도교연맹 초청으로 교단장들과 평양을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이때 이영훈 목사도 동행했는데, 가까이서 지내보니 소탈하고 북한 교회를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는 보수 교회와 진보 교회가 함께 평화통일을 위해 일하자는 취지로 2010년 출범한 평화통일연대가 자리를 잡는데 기여했습니다. 공교육을 전문적으로 지원하는 더불어배움 회장으로도 수고하고 있습니다.

엊그제 인천에서 중견 교회를 섬기는 감리회 목사님에게 전화를 받았는데, 여의도순복음교회 이영훈 목사가 4월 12일 부활주일을 온라인 예배로 진행하기로 한 일은 바람직한 지도력을 보여 준다고 했습니다. 전임 조용기 목사를 둘러싼 의혹을 덮고 비호한다는 비판도 있으나, 원로목사 후임자로서 만만찮은 입지 때문에 외부에 그렇게 비치는 것이라고 보는 사람도 있습니다.

전광훈 목사 광풍이 이 정도에서 잦아드는 것을 놓고, 태극기 집회와 거리를 둔 이영훈 목사의 판단이 어느 정도 작용한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세계적으로 가장 큰 여의도순복음교회를 세습하지 않고 공정한 과정을 거쳐 이영훈 목사를 후임자로 정한 것을 조용기 목사가 잘한 일 중 하나로 꼽기도 합니다.

서강대 명예교수로 현재 미국 칼빈신학교 철학신학 담당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강영안 교수는 저서 <믿는다는 것>(복있는사람)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주로 믿는 믿음은 단순한 믿음의 내용을 수용하거나 인정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삶의 방식'(a way of life)의 변화로 드러납니다." (34쪽)

"하나님만이 유일한 구원자이심을 알고, 오직 하나님만 신뢰하고 그분께 의존하고 의탁하는 것, 이것이 믿음입니다. 그 결과, 언제나 타자 중심의 자기 비움, 줌과 나눔이 뒤따릅니다. 그러므로 믿음과 믿음의 열매는 떨어질 수 없습니다." (68쪽)

한국교회의 기복신앙은 해방 후 혼란, 분단과 군사독재, 급속한 경제개발과 소외가 빚어낸 불안과 경제적 불평등으로 발생한 박탈감과 물질 만능 가치관에서 형성된 현세적이고 물질적인 성공주의 신앙관입니다. 기복신앙이 낳은 개교회주의, 물량적 성장주의, 번영신학 등이 명성교회를 비롯한 여러 교회가 자행한 불법 세습의 뿌리라는 사실을 실감할 때가 많습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치열한 성찰과 결단을 통해 본질 회복으로 나아가는 새로운 기독교를 모색하지 않으면, 한국교회 미래는 암담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이 기복신앙을 넘어 일상의 믿음을 구체적으로 실천할 때 건강한 사회변화를 추동하는 온전한 신앙인이 될 수 있습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교인들이 성숙한 신앙인으로 변모하기를 바랍니다. 그렇게 되면, 사회가 앞으로 나아가는 데 한국교회가 조금이라도 더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같은 전환점에서 이영훈 목사의 적극적 역할을 기대합니다.

*'그림으로 만나는 한국교회'는 매월 2차례 업데이트됩니다.

이근복 / 한국기독교목회지원네트워크 원장, 전 크리스챤아카데미 원장. 성균관대학교와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영등포산업선교회 총무, 새민족교회 담임목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교육훈련원장을 거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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