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평야에 아파트 단지가 드문드문 섬처럼 들어섰다. '한강 신도시' 개발이 한창이다. 경기도 김포시 장기동, 운양동, 양촌면 일대 10,875m² 규모다. 서울 외곽 순환도로의 김포 나들목에서 차로 10분 거리다. 최근 주택 분양과 함께 입주자들이 이사를 오고 있다.

신도시 안에 편의점, 학원, 세탁소 등 생활 시설도 들어서고 있다. 그런데 그 흔한 십자가 첨탑을 찾아보기 힘들다. 말끔하게 정리된 거리와 새로 지은 상가들 사이에서 교회 이름을 단 간판은 보이지 않는다. 열댓 명의 교인이 무허가 건물에 모이는 지구촌교회(예장합동·담임목사 배창환)의 사연에서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 지구촌교회는 컨테이너에 비닐을 씌워 사용하고 있다. 무허가 건물이다. 건물 한쪽에 옮겨 오기 전에 쓰던 간판이 놓여 있다. ⓒ뉴스앤조이 백정훈
현재 지구촌교회는 신도시 외곽, 김포시 운정동에 비닐로 둘러싸인 컨테이너 건물을 사용한다. 6평짜리 예배실에는 15명이 겨우 앉을 수 있다. 현재 교인은 12명 정도다. 배창환 목사의 가족 4명을 포함한 숫자다.

처음부터 교회 형편이 이랬던 것은 아니다. 배 목사는 2000년 김포시 장기동에 60평짜리 상가를 빌려 교회를 시작했다. 보증금 3,000만 원, 월세 40만 원, 인테리어 비용으로 7,000만 원이 들어갔다. 교회가 자리를 잡으면서 교인이 80명 정도로 늘었다.

그런데 김포 지역에 신도시를 만든다는 계획이 2003년에 발표됐다. 한국토지주택공사가 땅을 매입하고 보상이 진행됐다. 주민들에게 돌아가는 보상금에 비해 주택 분양가는 턱없이 비쌌다. 주민들은 집값이 싼 곳을 찾아 떠났다. 늘던 교인이 줄기 시작했다. 배창환 목사는 "많은 원주민들이 신도시 외곽으로 쫓겨났다. 개발된다고 모두들 기대했다. 그런데 원주민에게는 재앙이었다"고 했다.

지구촌교회가 받은 보상금은 2,300만 원. 보증금과 인테리어 비용을 포함해 1억 원이 사라졌다. 보상금을 가지고는 평당 600만 원 하는 '종교 부지'를 살 수 없었다. 줄어든 헌금으로 교회 운영이 어려웠다. 2007년 교회가 들어선 상가의 철거를 코앞에 두고 지금의 자리로 옮겼다. 배 목사는 "이렇게 쫓겨나고 보니, 용산 참사 피해자들의 심정을 알겠더라. 남의 일 같지 않았다"고 했다.

▲ 지구촌교회가 있던 자리. 뒤편에 아파트 단지가 보인다. ⓒ뉴스앤조이 백정훈
다른 교회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신도시가 들어서기 전에 김포 지역에는 50~60개의 교회가 있었다. 교인을 잃은 교회들은 상가 임대료와 목회자 사례비 등을 감당하지 못해 문을 닫았다. 목사들은 목회를 그만뒀다.

교회 3곳은 가정에서 예배를 하면서 명맥을 이어 가고 있다. 양문교회(예장합동·담임목사 봉현호)도 그런 경우다. 담임인 봉현호 목사도 2000년에 김포시 운양동에서 교회를 개척했다. 한때 교인 수가 80여 명에 이르렀다. 신도시 개발 소식이 들리면서 교인들이 떠났다. 교회 건물은 철거당했다. 봉 목사는 근처에 가정집을 사서 모임을 이어 갔다. 현재 교인 수는 10여 명이다.

땅과 건물을 갖고 있던 교회들은 옮길 곳을 찾는 동안 보상금을 모두 까먹었다. 나중에는 상가를 빌리거나 공장을 개조해서 이사하려고 했지만 줄어든 교인 수로는 이마저도 감당하기 힘들었다. 종교 부지에 들어선 교회 두 곳은 땅을 사고 건물을 짓느라 빚더미에 앉았다.

결국 김포 지역에 남은 17개 교회와 목회자들은 '전국종교부지대책위원회'를 만들었다. 청와대, 김포시청, 국민권익위원회, 국토해양부에 종교 부지 분양가를 낮춰 달라고 탄원서를 냈다. 신도시 안에 종교 부지를 분양받아 다시 교회를 시작하기 위해서다. 임원을 맡고 있는 배창환 목사는 "교회만을 위한 일이 아니다. 쫓겨난 원주민들을 돌보고 어려운 형편에 처한 이웃들을 돌보기 위해서다"고 했다.

하지만 분양가가 낮아진다고 해도 그 땅을 살 수 있는 여력이 있는 교회는 거의 없다. 이에 대해 배 목사는 "우리가 교회를 짓지 못한다고 해도 돈 있는 다른 교회라도 그곳에 자리를 잡아 지역 선교를 하면 좋겠다"고 했다.

▲ 개발 예정지는 인적이 없는 폐허로 변했다. 사진은 김포 운양동의 한 담벼락. '신도시 반대'라는 낙서가 적혀 있다. ⓒ뉴스앤조이 백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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