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몸 된 교회에서 분쟁과 분열이 일어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현실에서는 그런 일이 종종 발생한다. 하긴 바울 시대에 고린도교회도 분열되었다고 하니, 교회의 분열은 숙명인지도 모르겠다. 교회에서 분쟁이 발생할 경우 가장 큰 문제는 '교회 재산이 누구의 것인가'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한 법원의 입장을 살펴보기로 하자.

서울 은평구의 모 교회. 교회 내에서 분쟁이 발생했다. 원인은 목사님의 목회 방향에 대한 찬성파와 반대파 사이의 갈등. 시간이 지날수록 찬성파와 반대파의 갈등은 더욱 더 깊어졌고, 급기야 주일 예배 시간에 몸싸움을 하는 사태에까지 이르렀다. 다수파(반대파) 교인들은 고심한 끝에 자신들이 교회를 떠나기로 했다. 당장 교회 건물을 마련할 돈이 없었던 다수파 교인들은 교회에 자신들의 세만큼 교회 재산을 분할해 줄 것을 요구하였다. 애초 교회 건물을 마련할 때 전 재산을 헌납하여 결정적인 기여를 하셨던 장로님이 다수파에 속해 있었기 때문에, 다수파 교인들은 교회가 자신들의 요구를 선선히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하였다.

그러나 교회는 다수파 교인들이 교회를 분열시키려고 한다고 주장하면서 그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럴 경우 다수파 교인들이 교회 재산에 대해 권리를 주장할 방법이 있을까? 우리 법원은 어떻게 판단하고 있을까?

법원은 교회 분열을 인정하지 않는다

문제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는 우선 '법적으로' 교회의 '분열'을 인정하는지 여부를 살펴보아야 한다. 법적으로 분열이 인정되면 분열된 한 교회가 다른 교회에게 (분열되기 전의) 교회 재산을 공유할 것을 요구할 수 있다. 공유 지분의 비율은 분열 당시 분열된 각 교회에 속한 세례 교인의 수에 의하여 결정된다. 법원은 얼마 전까지도 교회의 '분열'을 인정하였다. (대법원 1993. 1. 19. 선고 91다1226 전원합의체 판결) 교회는 특별한 신앙 공동체이고 교인들의 헌금으로 재산이 형성되기 때문에 다른 단체와는 달리 분열을 인정해 준 것이다.

그런데 최근 법원은 교회의 법적 분열을 인정하지 않는 방향으로 선회하였다. (대법원 2006. 4. 20. 선고 2004다37775 전원합의체 판결) 법원은 우리 민법이 사단법인에 있어서 구성원의 '탈퇴'나 '해산'은 인정하지만 '분열'은 인정하지 않는 점을 그 근거로 삼았다. 이에 지금은 교회의 법적 분열이 인정되지 않는다. 따라서 위 사례에서 다수파 교인들이 교회의 분열을 주장하면서 교회 재산에 대해 일정 지분을 주장할 수는 없게 되었다. 그렇다면 위 다수파 교인들은 어떻게 해야 교회 재산에 대해 권리를 주장할 수 있을까?

현재 법원의 입장으로는, 교단을 탈퇴하거나 다른 교단으로 변경하거나 교단에 새로 가입하는 방법으로 교회의 실체를 변경하여 기존 교회의 재산을 새로 형성된 교회로 옮겨 오는 수밖에 없다. 법원은 "적법한 결의 요건을 갖추어 소속 교단을 탈퇴하거나 다른 교단으로 변경한 경우에 종전 교회의 실체는 이와 같이 교단을 탈퇴한 교회로서 존속하고 종전 교회 재산은 위 탈퇴한 교회 소속 교인들의 총유로 귀속된다"고 보고 있다. (위 2006년도 전원합의체 판결) 교단을 바꾸거나 탈퇴하면 교인들이 기존 당회장의 지위를 박탈할 수 있기 때문에 그에 찬성한 교인들이 사실상 교회의 재산을 차지할 수 있게 된다.

한편 교단 탈퇴나 변경, 새로운 교단 가입에 요구되는 결의 요건은 의결권을 가진 교인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법원은 교단 변경을 정관 변경에 준하는 것으로 보아 정관 변경의 결의 요건인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요구하고 있다. (민법 제42조 참조) 그런데 다수파가 3분의 2에 이르지 못할 경우에는 어떻게 되는가? 그때에는 다수파가 아무리 반수를 넘는다고 하더라도 교회 재산을 차지할 수 없게 된다. 혹자는 이것이 부당하다고 비판하지만, 이는 교회 재산의 귀속은 단순 과반수로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법원은 단순 과반수 정도가 아니라 3분의 2 이상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 세력이라야 새로운 교회의 실체를 형성할 수 있다고 보고 그에 교회 재산이 귀속된다고 본 것이다.

위 사례에서 다수파는 교단 변경을 시도하는 투표에서 3분의 2 이상의 지지를 얻지 못하였다. 결국 교단을 변경하지 못한 것이다. 이로 말미암아 다수파는 궁지에 몰리게 되었다. 소수파는 여세를 몰아 다수파가 교회를 이탈하였다고 주장하면서 다수파 교인들을 교인으로 취급하지 않았다. 소수파의 이러한 태도는 온당한 것일까? 즉 교단 변경을 시도했던 다수파 교인들은 과연 교회도 이탈한 것일까? 이러한 사안에 대해 법원은 교단 탈퇴 결의와 종전 교회의 탈퇴와는 개념적으로 구분될 수 있으므로 교단 탈퇴 결의가 있었다고 하여 반드시 종전 교회까지 탈퇴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고 보았다. (서울서부지방법원 2008. 10. 2.자 2008비합6 결정, 대구지방법원 2007. 6. 8.자 2007카합108 결정)

아무튼 이 사례에서 다수파 교인들은 교회 재산을 차지하기는커녕 교인으로서의 지위도 겨우 유지할 수 있었다. 다수 교인들의 지지를 받기는 하였지만 교회의 정통성을 넘겨받을 수는 없었던 것이다. 사도 바울은 분열된 고린도교회의 교인들에게 "그리스도께서 갈라지셨다는 말입니까"라고 묻는다. (고전 1:13)

우리 시대의 교인들은 "3분의 2 이상의 교인이 흔들림 없이 우리를 지지할 수 있습니까"라고 물어보아야 한다. 그것이 재산 문제를 해결하는 가이사 법정의 주문임을 깊이 유념해야 한다.

강문대 /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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