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세가 돌연 사라지자, 이스라엘 사람들은 두려워했다. 정처 없이 떠도는 광야생활 가운데 눈에 보이는 리더십, 눈에 보이는 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믿음은 바로 그런 상황에서 결판이 난다. 눈에 보이지 않고 드러나는 것에 안도감을 찾기보다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정신을 좇는 것, 그걸 놓지 않는 것이 믿음이다.

작년 대선에서 눈에 보이지 않고 잘 드러나지 않는 하나님의 정신을 포기하고 비윤리적이지만 눈에 잘 드러나는, 게다가 물질(불로소득)의 복을 안겨줄만한 황금송아지를 택했다. 눈에 잘 드러나는 것을 밀어붙이기식으로 추진하는 리더십은 이명박 대통령의 상징이었다.

7% 성장, 국민소득 4만 달러, 세계의 7대 강대국을 만들어주겠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공약은 말씀의 정신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알 수 없는 가운데, 기독교인들의 압도적인 지지로 탄생한 대표적인 대통령이었다. 혹여나 심각한 양극화라는 재앙을 불러와도, 경제적으로 조금 발전은 하려나 했다. 분배정책은 포기한 대가로 경제성장이라는 걸 약간이라도 일으켜서 상류층에는 계속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정권을 계속 유지하려나 걱정 했다. 역시나 기우였다.

애초에 계획했던 7% 성장은 인위적 경기부양으로도 불가능하다는 것이 드러났고, 그나마도 계획이 계속 변경되어 성장률은 하락하고 있다. 재정경제부와 한은이 금리조정계획으로 계속 엇박자를 일으키고, 정부는 경기부양을 우선으로 해야 할지 물가 조정을 우선으로 해야 할지 연일 혼선된 주장을 펴서 투자자들의 심리적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새 정부 임기 2달이 지난 지금, 어느 연구소도 장밋빛 미래를 예견하지 않는다. 뉴타운 사태로 강북 집값은 껑충 뛰어올라 무주택 서민들을 불안하게 만들었고, 대운하 계획은 애초 기대와 달리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드러나 당초 계획을 미루게 되었다. 대기업들의 투자를 간청해 이끌었다고 하지만 고용창출에 획기적인 기여를 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은 없다. 결국 기대할 수 있는 것은 한미FTA다.

그런데 미국 내 한미FTA 비준이 만만치 않다. 미국의 축산농가의 힘은 실로 막강했다. 소고기 수출 협상 없이 한미FTA는 없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그러던 중 MBC ‘PD수첩’을 통해, 최근 사상 최대 규모인 6만 4000톤의 소고기가 미국에서 리콜에 들어간 배경, 인간 광우병이 의심되는 사망자의 장례식 등이 전파를 탔다. 그 영향으로 미국은 현재 30개월 이상된 쇠고기는 개나 고양이 사료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조치한 것이 로이터통신을 통해 밝혀졌다. 개에게도 먹이지 못해서 어찌하지 못하는 30개월 이상된 소마저 이명박 대통령이 구세주로 나타나 수출을 허락해준 것이다. 게다가 미국에서 광우병 사태가 나도 우리나라에서 수출 중단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까지 채결해, 검역 주권까지 바치고 왔다는 논란을 빚고 있다.

온 국민을 당혹하게 만든 협상에 목적은 ‘서민들에게 값싸고 질 좋은 고기를 먹게 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부유층이 미국산 쇠고기를 먹을 리는 만무하다. 서민들의 목숨과 맞바꾼 한미FTA협상이 가지고 올 수출 효과는 얼마나 우리를 행복하게 해줄지 의문이다.

애초에 나는 이명박 대통령이 기독교인들의 두려움과 탐욕이 어울려 만든 황금송아지인줄 알았다. 이제 보니 뇌에 구멍이 뚫려 물불 못 가리고 서민들을 받아버리는 미친 송아지였다. 미친 송아지를 숭배한 열매는 10년에서 15년이라는 잠복기를 거쳐 제대로 보게 될 것이다. 하나님은 기독교인들이 회개할 기회를 아직 남겨 두셨을까?

이신근/ 성경적토지정의를모임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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