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

1년 이전 기사를 검색하기 원하시면 + 버튼을 눌러 주세요.
사회적 평등 지향한 '이스라엘 운동'의 실패
[박태순의 교양으로 읽는 성서] 왕조시대② 왕정의 시작
  • 박태순 (newsnjoy@newsnjoy.or.kr)
  • 승인 2019.06.14 14:03

"이스라엘에 왕이 없으므로"

사사기 21장 25절은 사사 시대를 한마디로 요약합니다.

"그때에 이스라엘에 왕이 없으므로 사람이 각기 자기의 소견에 옳은 대로 행하였더라(삿 21:25)."

이후 사무엘서는 왕정에 대해 매우 부정적입니다. 사사 시대가 지난 뒤 마지막 사사 사무엘을 끝으로, 이스라엘은 왕을 세웁니다. 사사들은 정치와 종교 영역을 아우르는 단일 지도자였습니다. 왕이 들어서면서 정치권력은 왕에게 넘어가고 제의에 관한 권한은 제사장에게 넘어가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그리스도인들은 다윗과 솔로몬에 대한 환상(?)에 길들여 있기 때문에 왕이 없는 상황을 일종의 무질서나 방종과 같이 느끼는 듯합니다. 다윗의 신앙과 솔로몬의 지혜를 갈망하는 이들에게 현명한 왕과 강력한 왕권은 신앙의 기초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21:25을 이렇게 해석합니다.

'이스라엘에 왕이 없기에 백성들은 무질서하게 자기 마음대로 행동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왕을 세운 뒤 이스라엘은 북이스라엘과 남유다로 분열하고, 다른 나라에 의해 둘 다 멸망하게 됩니다. 더군다나 예언서 대부분이 왕과 세력들(종교 지도자들, 재판관들, 사회 엘리트들)을 향한 비판과 심판 선포에 집중하는 것을 보면, 하나님 '왕'이 아닌 사람 '왕'의 한계를 분명히 보게 됩니다. 왕은 여호와만으로 충분했으며, 인간 왕은 평등사회를 깨뜨릴 뿐입니다.

따라서 21:25을 새롭게 읽을 수 있습니다.

'이스라엘에 왕이 없기에 백성들은 자율적이고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었다.'

왕정 이스라엘의 시작

사무엘은 라마에 여호와를 위한 단을 쌓고 벧엘, 길갈, 미스바에 차례로 머물며 사사의 일을 감당했습니다(삼상 7:3-17). 그러나 사무엘의 아들들은 사무엘과 달리 불법을 저지르고(삼상 8:1-3), 백성들은 사무엘에게 이스라엘을 다스릴 왕을 요구합니다.

사무엘은 그들에게 왕정에 대해 부정적으로 이야기합니다. 이 부분은 왕국 시대 이스라엘의 시작을 알리는 구절입니다. 왕권의 부정적 측면을 구체적으로 묘사합니다(삼상 8:11-17).

이에 왕의 임명을 반대하라는 여호와의 지시(삼상 8:6-22)가 있었지만, 곧 사울을 비밀리에 왕으로 세우라는 지시를 받습니다(삼상 9:15-24). 왕을 세우는 것은 여호와의 뜻에 어긋나는 것이었으나, 결국에는 이스라엘 백성들의 뜻대로 왕을 세워 줍니다. 사무엘은 왕정 설립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이렇게 정착과 사사들의 시대가 끝나고 이스라엘은 왕정 국가로 접어들게 됩니다.

어떻게 보면 백성들이 왕을 요구한 것 자체는 정당합니다. 지금까지 왕 없이 나라를 유지한 것이 놀라울 뿐이었습니다. 사무엘이 주저했던 이유는 여호와께서 위대하고 유일한 왕이라는 이스라엘의 신앙고백과 관련이 있습니다. 이전에 사사기 8장 23절에서 기드온은 왕권을 거부했습니다.

"기드온이 그들에게 이르되 내가 너희를 다스리지 아니하겠고 나의 아들도 너희를 다스리지 아니할 것이요 여호와께서 너희를 다스리시리라 하니라(삿 8:23)."

마지막 사사, 사무엘

이스라엘이 사사 시대를 끝내고 이웃 나라와 같은 왕을 요구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외부적으로 이스라엘에 왕권이 발생한 요인으로 가장 널리 인정받는 것은 중앙집권화한 블레셋의 군사적 위협이었습니다. 블레셋은 기원전 1150년 이후 남부 해안 평야 지배권을 확고히 장악하였으며, 1050년에는 산악 지대의 이스라엘 중심부까지 심각한 위협을 가해 왔습니다.

성서를 보면, 사무엘상 초반부부터 블레셋의 침략과 전쟁을 묘사합니다. '블레셋'이 사사기에서 131번, 사무엘상에서 무려 492번, 사무엘하에서 99번 언급되는 것으로 보아, 블레셋의 존재가 이스라엘에게 매우 위협적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블레셋은 상호 반목하는 가나안 도시국가들과는 달리 과두 지배 체제라는 이점이 있었습니다. 철제 무기와 기동성 있는 공격력을 모두 갖추었기에 산악 지대에서 효과적인 전투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그때에 이스라엘 온 땅에 철공이 없었으니 이는 블레셋 사람들이 말하기를 히브리 사람이 칼이나 창을 만들까 두렵다 하였음이라 온 이스라엘 사람들이 각기 보습이나 삽이나 도끼나 괭이를 벼리려면 블레셋 사람들에게로 내려갔었는데(삼상 13:19-20)."

이스라엘 백성들은 전쟁할 때 사용할 칼이나 창이 없었습니다. 오직 사울과 요나단만 갖고 있을 정도였습니다. 이에 비하면 블레셋은 월등한 전투력을 지니고 있었습니다(삼상 13:22).

기원전 10세기부터 청동보다 철이 더 중요한 금속이 되었습니다. 팔레스타인은 철광석이 적었기 때문에 대부분은 시리아, 소아시아, 그리고 주요 철 생산지였던 길르앗에서 수입하였습니다. 상부 갈릴의 하르 아디르(Har Adir) 유적지의 기원전 11세기 존재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요새에서 상당히 잘 보존된 강철 곡괭이가 상수리나무 손잡이가 달린 채 발견되었습니다.

이 유물은 강철로 만들어진 가장 초기의 유물들 가운데 하나입니다. 기원전 10세기로 추정되는 다아낙에서 발견된 철 유물들에는 낫, 쟁기 끝, 칼날, 화살촉, 갑옷 비늘 등이 있습니다. 이는 사무엘상 13장 20절의 역사성을 보여 줍니다.

내부적으로는, 사회적 평등을 실현하려는 이스라엘 운동(Israel Movement)이 군주제 여명기에 제대로 실현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스라엘 운동을 위해 전향한 잡다한 민족들은 사회경제적 평등화와 공유라는 가치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도시국가를 탈출할 때의 평등 사회에 대한 갈망이 정착 생활이 안정되자 흐릿해져 버렸습니다.

특정 지역과 특정 가문들 특별히 므낫세·에브라임·베냐민·유다 가문의 부와 영향력이 증대된 것도 주요 요인입니다. 제사장 엘리 아들들의 권력 남용(삼상 2:12-17), 사무엘 아들들의 뇌물 수수(삼상 8:1-3) 이야기에서 보듯이, 지도층들이 보여 준 비윤리적 행동이 평등주의 이념을 서서히 잠식해 버립니다.

또한 엘리 제사장은 한나가 오래 기도하는 동안에도 그녀가 포도주에 취한 줄 착각할 정도로 둔탁했으며(삼상 1:9-14), 여호와가 사무엘을 부를 때에도 알아채지 못합니다(삼상 3:2-6). 사무엘상 3장 1절은 엘리 시대 여호와이즘을 단적으로 보여 줍니다.

"아이 사무엘이 엘리 앞에서 여호와를 섬길 때에는 여호와의 말씀이 희귀하여 이상이 흔히 보이지 않았더라(삼상 3:1)."

다윗이 사울을 피해 아둘람굴로 도망갔을 때, 400명 정도나 되는 부랑자들을 모았다는 것은 이스라엘 운동이 온전히 성공하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 줍니다.

"환난당한 모든 자와 빚진 모든 자와 마음이 원통한 자가 다 그에게로 모였고 그는 그들의 우두머리가 되었는데 그와 함께 한 자가 사백 명가량이었더라(삼상 22:2)."

사울 일가와 다윗 일가의 분쟁은 비교적 평등한 힘을 나누어 가졌던 12지파 구조가, 에브라임과 유다 지파를 중심으로 한 두 세력으로 양분되었다는 사실을 보여 줍니다. 이스라엘 운동은 실패해 버립니다.

*팟빵 '에르고니아 라디오' 채널 바로 가기: http://www.podbbang.com/ch/12827
박태순 / 부천 새들녘교회를 섬기고 있으며, 신학 아카데미 에르고니아에서 신학의 대중화에 힘쓰고 있다.

뉴스앤조이는 여러분의 후원으로 제작됩니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http://www.newsnjoy.or.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태순의 다른기사 보기

관련기사

line 사사 시대는 모두 몇 년인가 사사 시대는 모두 몇 년인가
line 하나님이 '진멸'을 명령했는가 하나님이 '진멸'을 명령했는가
line 성서의 가나안 정복 서사, '글자 그대로' 해석하기 어려워 성서의 가나안 정복 서사, '글자 그대로' 해석하기 어려워

추천기사

line 지옥으로 가는 급행열차 같았던 2019년의 한국교회 지옥으로 가는 급행열차 같았던 2019년의 한국교회
line '나도 살고 너도 살리는' 기독 페미니즘 '나도 살고 너도 살리는' 기독 페미니즘
line [개신교와 인권조례③] '동성애 조장' 아닌 '인권 보장' [개신교와 인권조례③] '동성애 조장' 아닌 '인권 보장'
기사 댓글 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