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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뚝 위에서 1년 보낸 노동자들 외면하지 말자"
개신교·불교·천주교 단체, 파인텍 문제 해결 촉구
  • 장명성 기자 (dpxadonai@newsnjoy.or.kr)
  • 승인 2018.11.12 17:32

파인텍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3개 종단(개신교·불교·천주교) 기자회견이 11월 12일, 서울 목동 CBS 사옥 앞에서 열렸다. 사진 제공 교회협 정의·평화위원회

[뉴스앤조이-장명성 기자] 1년을 맞은 파인텍 노동자들의 굴뚝 농성을 지지하고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3개 종단(개신교·불교·천주교) 기자회견이 11월 12일, 파인텍 모회사 스타플렉스 사무실이 있는 서울 목동 CBS 사옥 앞에서 열렸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의·평화위원회(남재영 위원장)와 천주교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등은 스타플렉스 김세권 대표가 노동자들과 대화에 나서고 정부가 파인텍 문제를 책임 있게 해결할 것을 요구했다.

전국금속노조 파인텍지회 홍기탁 전 지회장과 박준호 사무장은 지난해 11월 12일부터 목동 에너지공사 75m 굴뚝에 올라 농성하고 있다. 노사 양측은 2015년 새 법인 설립, 공장 정상화, 고용 승계, 노동조합 보장 등을 약속한 바 있지만, 합의 후 3개월이 지나지 않아 회사는 "일이 아니라 노동운동을 하려는 사람들과 합의할 수 없다"며 협상에 나서지 않았다. 두 노동자는 회사의 일방적 합의 불이행을 규탄하고, 합의 내용을 이행하라고 촉구하기 위해 굴뚝에 올랐다.

3개 종단은 호소문에서 "지난 1년간 파인텍 노동자들을 가장 힘들게 한 것은 무더위나 추위가 아니라 사 측의 무관심과 외면이다. 고공 농성이 장기화하는 것을 우려하며, 대화를 통해 문제 해결에 나설 것을 촉구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며 기자회견을 연 이유를 밝혔다.

두 노동자가 고공 농성을 시작하고 1년이 지났지만, 사 측은 협상을 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3개 종단은 "농성이 시작되고 8760시간이 흘렀다. 사 측은 단 한 번도 이들을 찾아오거나 협상의 자리를 마련하지 않았다. 노동자들에게 먼저 손 내밀고 성실하게 대화하는 모습을 통해, 스타플렉스와 파인텍이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선한 기업임을 증명해 달라"고 호소했다.

파인텍 노동자들에게 종교인들의 관심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이들은 "평화로운 세상을 소망하며 신앙 안에 살아가는 모든 종교인에게 호소한다. 이 문제에 얽혀 있는 사람들이 하루속히 제자리로 돌아가 평범한 일상을 회복하도록 마음 모아 기도해 달라"고 했다.

아래는 호소문 전문.

파인텍 문제 해결을 위한 3개 종단 호소문

굴뚝 위에서 1년을 살았습니다.
대화만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오늘 우리 종교인들은 파인텍 고공 농성이 장기화되는 것을 우려하며 대화로 이 문제가 해결되기를 촉구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1년 전, 찬바람 불던 어느 날, 인간다운 삶을 위해 굴뚝 위로 올라간 파인텍 노동자들은 잔인한 봄과 사상 초유의 무더위를 거쳐 또다시 차디찬 겨울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땅 위에 발 딛고 살아가는 이들도 견디기 힘든 시간들을 몸을 펼 수도 없는 굴뚝 위 그 좁고 위험한 공간에서 버텨 낸 것입니다. 그러나 정작 지난 1년간 파인텍 노동자들을 가장 힘들게 했던 것은 무더위나 추위가 아니라 사 측의 무관심과 외면이었습니다.

2015년, 차광호 지회장은 무려 408일 동안 목숨을 걸고 굴뚝 농성을 벌인 끝에 사 측과 합의에 이른 바 있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두 번째 굴뚝 농성이 시작되었고 8760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사 측이 단 한 번도 이들을 찾아오거나 협상의 자리를 마련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슬픔을 금할 수 없습니다. 연기가 치솟아 오르고 거센 바람과 뜨거운 태양이 작열하는 75m 굴뚝 위는 사람이 있을 곳이 아닙니다. 그곳에 노동자들을 내버려 둔 채 외면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 종교인들은 스타플렉스와 파인텍이 살맛 나는 기업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사람을 이 세상 그 무엇보다 소중히 여기고 존중하며,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건강한 기업으로 성장해 가기를 간절히 소원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굴뚝 위에 올라간 노동자들이 하루속히 가족의 품으로, 그리운 일터로 돌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오랜 시간 쌓여 온 서로의 앙금을 털어내고 더 늦기 전에 진심 어린 대화를 통해 이 문제를 풀어 가는 일에 온 힘을 다해야 합니다. 이제 겨울이 다가옵니다. 더 이상 굴뚝 위에 사람이 살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기에 우리는 다음과 같이 호소합니다.

하나, 스타플렉스 김세권 대표에게 호소합니다. 하루속히 노동자들과 얼굴을 맞대고 대화에 나서 주십시오. 스타플렉스와 파인텍이 사람을 무엇보다 소중히 여기고 사람이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선한 기업임을 노동자들에게 먼저 손 내밀고 성실하게 대화하는 모습을 통해 증명해 주시기 바랍니다.

하나. 건강한 노사 문화를 만들어 갈 책임이 있는 정부에 요구합니다. 대한민국 정부는 사람이 살 수 없는 굴뚝 위에서 1년을 살아내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의 외침에 지금 당장 응답하십시오. 파인텍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잘못된 것을 바로잡고 국민의 안녕과 행복을 지키는 일에 적극 힘쓰기 바랍니다.

하나. 평화로운 세상을 소망하며 신앙 안에 살아가는 우리 사회 모든 종교인들에게 호소합니다. 스스로를 하늘 감옥에 가둘 수밖에 없는 노동자들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아 주십시오. 이 문제에 얽혀 있는 모든 이들이 하루속히 제자리로 돌아가 평범한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마음을 모아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우리 사회가 위험천만한 75m 굴뚝 위에 올라간 이들을 외면한 채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살아가는 괴물 같은 사회는 아니라고 믿습니다. 노동자들이 또 한 번의 살인적인 겨울을 굴뚝 위에서 맞이하지 않도록 모두가 책임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 주실 것을 간곡히 호소합니다.

2018년 11월 12일
천주교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의·평화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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