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사마을 한복판에서 '밥상과 연탄길에서 만난 예수'라는 주제로 <연탄신학 이야기> 출간 발표회가 열렸다. 뉴스앤조이 장명성

"연탄신학은 '허신학'이다. 우리 시대의 가장 낮고, 춥고, 어두운 곳에서 사는 사람들을 위해 자신을 다 태우고, 비우고, 없애 버려서 그들의 눈물과 아픔을 치유하고, 생명을 지키고 살려 내는 것이 연탄이다. 예수의 삶도 온통 허의 삶이다. 십자가에서 마지막까지 자신을 다 불살라 생명을 주신 예수의 삶은 연탄의 일생과 크게 다르지 않다."

[뉴스앤조이-장명성 기자]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로 알려진 노원구 백사마을 한복판에서 '연탄신학'이 소개됐다. 춘천연탄은행 대표이자 연탄은행전국협의회 부회장 정해창 목사는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연탄신학 이야기>(솔라피데) 출간 발표회에서 "예수가 가르친 비움과 낮아짐이 바로 허의 마음이다"고 말했다.

<연탄신학 이야기>는 밥상공동체·연탄은행(허기복 대표)의 20년 사역을 재조명하고, 밥상·연탄 나눔 사역 경험을 통해 새롭게 정립한 '연탄신학'을 소개한 책이다. 연탄은행전국협의회는 10월 25일, 서울연탄은행이 위치한 노원구 백사마을에서 '밥상과 연탄길에서 만난 예수'라는 주제로 출간 발표회를 열었다. 넓지 않은 마을 광장에 모여 앉은 참석자 40여 명은 저자의 발표에 귀를 기울였다.

"백범김구기념관이나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 등 시설이 잘 갖춰진 곳에서 출간 발표회를 열 생각도 있었다. '연탄신학은 낮은 자, 작은 자를 위한 신학인데, 우리가 스스로 낮아지고 소박해지지 않으면 사회에 울림이 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교회가 스스로 낮아지고 소박해져야 한다. 한국교회가 '작은 것'을 잃어버리고 있다. 연탄신학은 작은 것들에 주목하는 신학이다. 작아지는 실천을 통해 한국교회가 변화되고 새로워졌으면 한다."

저자 정해창 목사는 연탄에 얽힌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남기고자 책을 쓰게 됐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장명성

정해창 목사는 오랫동안 사역하며 직접 경험하고 전해 들은 연탄에 얽힌 이야기를 우리 시대에 남겨야겠다는 생각에서 책을 구상했다. 정 목사는 "보통 '신학' 하면 딱딱하고, 난해하고, 어려운 것으로 생각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연탄신학 이야기>에는 연탄을 통해 전해지는 사랑과 변화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다. 그러면서도 이야기들에 나타난 말씀을 조명했다. 수필, 소설, 시, 간증 등의 '이야기'를 담으면서도 신학적으로 접근한 책이다"고 말했다.

정 목사는 연탄이 예수의 사랑을 전하는 도구일뿐 아니라 '생명'이 된다고 했다. 그는 "연탄 배달을 하다 보면 '연탄이 밥보다 더 중요하다'고 말하는 어르신들을 보게 된다. 그럴 때마다 연탄이 누군가에게는 사랑을 넘어 생명이 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고 말했다.

"우리는 '생명운동' 하면 현대 문명이 가져온 환경문제와 생명 파괴 현상을 생태적 공동체 운동으로 극복하려는 것으로만 생각한다. 하지만 연탄 나눔 운동도 또 하나의 생명 살림 운동이다. 연탄 한 장은 한겨울, 추위로 죽어 가는 생명을 살아가게 하고 따뜻하고 평안하고 행복한 삶을 꿈꾸게 한다. (중략) 연탄은 생명 살림 운동이다. 육체의 생명만 따뜻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과 영혼의 생명까지 따뜻하게 살리는 운동이다. 연탄은 타면 하얀 재만 남지만, 따뜻한 사랑은 영원히 남는다." (60~61쪽)

저자 정해창 목사는 연탄신학을 '허신학'이라고 설명했다. 뉴스앤조이 장명성

정해창 목사는 "밥상과 연탄 사역을 하며 만나는 분들은 대부분 '남은 사람들'이다. 성경은 고아, 과부, 나그네, 장애인, 병든 사람 등 남은 자, 남겨진 자를 사랑하라고 말하고 있다. 사역하며 마주하는 남은 자들에게서 낮아지고 비워진 예수의 모습을 본다. 이러한 남은 자들을 위한 신학이 바로 연탄신학이다"라고 말했다.

밥상공동체·연탄은행은 1998년, 대표 허기복 목사가 강원도 원주 쌍다리 아래서 시작한 '손수레 무료 급식'에서 시작됐다. 정해창 목사는 연탄신학이 가난·눈물·빈곤의 현장, 버려진 이웃들의 현장이었던 쌍다리 아래서 탄생한 신학이라고 했다. "전통적으로 기독교는 성례를 행할 때, 혹은 설교를 나눌 때 하나님이 임재한다고 생각한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현장에서 사역할수록 깨닫는 것은 우리들 삶의 현장, 고난의 현장, 아픔의 현장에 예수가 성육신하시고 함께한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연탄신학을 '신학'이 아니라 밥상·연탄 나눔 사역에서 나온 '정신' 정도로 생각할 수 있지만, <연탄신학 이야기>는 실천신학 관점에서 연탄을 자세히 조명하고 있다. 저자는 책 곳곳에서 흑인신학, 해방신학, 생태신학 등의 실천신학을 살피면서 연탄신학도 그와 다르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예수는 눈먼 자, 병든 자 등등 억눌리고 버림받은 자, 흑인을 해방하러 오신 분으로서 그는 본질적으로 검은 그리스도이시다. 만일 그리스도가 검은 것을 추하고 악하고 속되고 저주스러운 것으로 규정한 세상에 오신다면, 분명 예수는 검은 것을 자신이 동일시하고 검은 것을 악하다고 보는 가치관을 죽이고, 검은 것이 아름답다고 말했을 것이다. 이런 면에서 흑인 예수는 밥상 예수나 연탄 예수와 함께 길 위를 걸어가는 영적 친구인 셈이다." (223~224쪽)

책을 소개하는 팸플릿에는 "작은 예수를 잃어버리고 대형화·세습화·세속화로 뭇매를 맞고 있는 한국교회의 가슴 아픈 현실에 '연탄신학'은 해답을 주는 복음서이자 실천신학이 될 것이다"고 쓰여 있다. 뉴스앤조이 장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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