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정은 마을이라는 구체적인 삶과 관계 속에서 일상화할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삶과 관계로서의 마을에서 공화정의 원리와 가치가 구체화할 때에야 든든한 토대 위에 서게 됩니다. 정의와 평화를 마을에서 경험될 수 있어야 합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동등하게 소통하고 합리적으로 관계 맺음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마을 공동체성을 토대로 생명 평화 고운 울림을 일구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을 '마을 공화국'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겠습니다."

7월 14일 오후, 가나안농군학교 일가관. 칸트의 <영구평화론> 발제 내용을 듣고, 질문하고, 어떻게 창조적으로 적용할 수 있을지 함께 생각하는 자리였다. 생명 평화 고운 울림 기도 순례 길벗인 인곤, 미영 님이 발제를 맡았다.

<영구평화론>은 임마누엘 칸트(1724~1804)가 72세에 쓴, 세계 평화를 위한 철학적 기획물이다. 7년 전쟁, 미국독립전쟁, 프랑스혁명 등의 경험이 담겨 있다. '정당한 전쟁론'에 맞서 <영구평화론>은, 적극적인 평화운동으로, 이상적인 인간 공동체 건설을 추구하는 유토피아적 성격으로 주목받았다. 이 땅에 생명 평화가 임하기를 바라는 그리스도인으로서 체념에 갇히지 않고, 평화를 위해 어떻게 생각하고 실천해 나가야 하는지를 새기는 시간이었다.

<영구평화론>을 발제하는 미영, 인곤 님과 기도 순례에 함께한 길벗들. 사진 제공 밝은누리

"태백! 생명 평화! 고운 울림! 기도 순례!"

15일 오전. 태백산 정상에 오른 길벗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가나안농군학교에서 1박을 보낸 길벗들은 태백산 당골주차장까지 가는 새벽 버스에 몸을 실었다. 이른 시간이었지만 태백산을 오를 생각에 모두들 밝은 얼굴이었다. 당골주차장에 도착한 길벗들은, 김밥을 챙겨 아이들 손을 잡고 둘씩 셋씩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태백산 정상을 향해 발걸음을 내딛었다.

곳곳에 맑은 개울물이 흐르고 나무가 우거져 그늘을 드리운 덕분에, 오르는 길은 비교적 수월했다. 쉬엄쉬엄 두 시간 정도 걸으니 탁 트인 풍경이 펼쳐지며 거센 바람이 불어왔다. 어느새 정상에 다다른 것이다. 이날 태백에는 34℃ 폭염 예보가 내렸지만 태백산 정상만큼은 거센 바람과 성취감에 더위가 자리 잡을 틈이 없었다. 한편에 둥글게 선 길벗들은 불어오는 세찬 바람과도 같은 생명 평화의 바람이 일어나기를 염원하며 기도회를 열었다.

태백산 정상에 올라 환호하는 길벗들. 사진 제공 밝은누리
기도회 이후, 함께 모여 생명 평화가 곱게 울리길 염원하며 사진을 찍었다. 사진 제공 밝은누리

기도회와 개인 기도를 마친 길벗들은 태백산에서 내려와 예수원 삼수령으로 이동했다. 나뉘지 않는 노동과 기도, 성경적 토지 정의 등을 가르쳐 온 예수원은 한강-낙동강-동해 오십천 발원지인 삼수령 터전에서 북녘을 향해 평화의 물줄기가 흘러가는 꿈을 꾸고 있다. 예수원 벤 토레이 신부는 지역, 세대, 남북의 분열이 그치고 하나 되기를 바란다며 생명 평화 고운 울림 길벗들에게 함께 기도할 것을 당부했다.

예수원 식구들이 이번 기도 순례를 위해 풀을 깎아 평평하게 마련한 공간에 둘러선 길벗들은 생명 평화의 물줄기가 원주와 태백을 지나 이 땅의 아픔을 치유하면서 백두를 넘어 동북아까지 이어지기를 기도했다.

삼수령에서 이어진 생명 평화 기도회. 사진 제공 밝은누리
삼수령 기도회가 끝나고 작은 소리 음악회가 열렸다. 불볕더위도 잠시 잊을 수 있었다. 사진 제공 밝은누리

불볕더위를 식히며 이어진 삼수령 작은 소리 음악회에서는 홍천 밝은누리움터 학생들과 선생님, 서울 인수동 도토리집 교사와 직장인, 주변 권유를 받아 처음 참가한 길벗 등 여러 사람이 나와 생명 평화 염원을 담은 노래를 나눴다. 그늘에 아래 앉아 노래의 기운을 받으니 한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버스를 타고 예수원으로 이동해 태백 기도 순례 마지막 밤을 보낸 길벗들은, 개인적으로 침묵하면서 예수원을 둘러보거나 쉬기도 하면서 기도 순례를 이어 갔다. 생명 평화 고운 울림 기도 순례는 8~9월 중국, 러시아로 이어진다.

6월 천안 생명 평화 고운 울림 기도 순례 기사 바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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