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미국에서 사회정의 구현에 관심을 기울여 온 교계 지도자들이 'Reclaiming Jesus'(예수 되찾기) 운동을 시작했다. 이들은 그리스도인이라면 사회에서 심화하는 인종 갈등, 성차별, 부의 양극화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외치고 있다.

예수 되찾기 운동은 기독교 사회정의 구현 단체 <소저너스> 설립자 짐 월리스(Jim Wallis)가 주도하고, 미국성공회 최초 흑인 의장주교 마이클 커리(Michael Curry), <레드레터크리스천> 설립자 토니 캠폴로(Tony Campolo), 진보신학자 로널드 사이더(Ronald Sider), 구약학자 월터 브루그만(Walter Brueggemann) 등이 함께했다.

이들은 지난 2월 '재의 수요일'에 모여 '예수 되찾기'라는 이름의 성명서 작성 논의를 시작해 부활절에 마무리했다. '위기 시대의 믿음 고백'(A Confession of Faith in a Times of Crisis)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성명서는, 트럼프 대통령 부임 이후 증가하는 부의 양극화 현상, 이민자 추방, 인종차별, 성차별 등에 문제를 제기했다.

성명서는 "우리는 가장 높은 단위의 정부와 교회 리더십에서 도덕적 위기를 느끼고 있다. 매우 위험하고 양극화한 시대를 살고 있다"고 시작한다. 교회의 역할은 예수 그리스도의 삶과 사랑을 전하면서 세상을 바꾸는 것인데, 정치 지도자들이 그 역할을 약화하면 믿음의 지도자들이 맞서 외쳐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어떤 기준으로 사회정의를 구현할 것인지 크게 여섯 가지로 나누어 성명서에 명시했다. 그리스도인이라면 △백인 우월주의에 기반한 인종차별 △여성 차별 및 성폭력 △이민자 추방 및 저소득층 홀대 △정치권에 만연한 거짓과 부도덕 △권위주의 정권 △'미국 먼저' 정책 및 외국인 혐오주의에 반대해야 한다고 했다.

5월 24일, 워싱턴D.C.에서 열린 촛불 행진에 2500여 명이 참석했다. <소저너스> 갈무리

성명서 발표에만 그치지 않았다. 5월 24일, 미국 수도 워싱턴D.C.에 위치한 내셔널시티크리스천교회에는 성명서 내용에 동의하는 교인 1500여 명이 모였다. 성명서에 서명한 짐 월리스, 월터 브루그만, 마이클 커리 등도 참석했다.

월터 브루그만은 "거짓된 세계는 우리 이웃을 파괴한다. 거짓된 세계는 미래를 차단한다. 거짓된 세계는 일상을 불가능하게 한다. 거짓된 세계는 폭력을 정당화한다"며, 그리스도인은 예수의 가르침을 따라 그릇된 폭력에 저항할 줄 알아야 한다고 전했다.

마이클 커리 의장주교는 "'네 이웃을 사랑하라'는 말은 당신이 좋아하는 이웃과 싫어하는 이웃 모두 사랑해야 한다는 말이다. 당신 의견에 동의하는 이웃과 동의하지 않는 이웃을 사랑하고, 흑인, 백인, LGBTQ 모든 이웃을 사랑하라는 말"이라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예수 되찾기'를 주도한 짐 월리스는 "복음은 어두움에 빛을 비춘다. 어둠은 결국 빛을 이길 수 없다. 지금은 어두운 시대지만 우리에게는 이를 밝힐 넉넉한 촛불이 있다"고 말했다.

예배를 마친 뒤 2500여 명이 모여 백악관까지 촛불 행진을 이어 갔다. 성명을 주도한 교계 원로들이 행진 앞줄에 서고, 예수 되찾기 운동 일환으로 따라야 할 여섯 주제를 적은 피켓을 나눠 든 사람들이 뒤를 이었다.

짐 월리스는 이 운동이 단순한 성명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그는 "성명서에 이름을 올린 사람은 23명이다. 더 많은 사람이 이름을 올리고 싶어하는 걸 안다. 하지만 이 운동은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성명서는 여기에 적힌 대로 '살기' 원하는 사람을 향한 부름"이라며, 예수 되찾기 운동에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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