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무나 화려했던 대부흥100주년기념대회가 끝났다. 그러나 한 편에서는 우리의 삶의 질곡을 그대로 보여주는 이랜드 홈에버 노동자들의 싸움이 계속됐다. ⓒ뉴스앤조이 이승규
드디어 한국교회대부흥100주년기념대회가 끝났다. 일부 보수 개신교계는 1907년 평양에서 일어났던 대부흥을 또다시 맞이하고 싶어서, 또는 옛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이번 대회에 많은 시간과 돈을 들였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대표회장 이용규 목사)와 한국교회연합을위한교단장협의회(교단장협)가 주도했고,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총무 권오성 목사)가 '연합'이라는 명분으로 협조를 했다.

대회는 외형상 보기에 일단 성공을 한 듯 보인다. 6만 7000명이 들어간다는 상암월드컵경기장에 7만 여 명이 들어왔다. 그리고 장애인과 외국인노동자들도 대회에 참석하도록 배려해, '그들만의 잔치'라는 비판에서 비껴나갈 수 있었다. 

1907년 대부흥은 회개에서 시작했다. 그래서 그런지, 참석한 목회자들 역시 너나 할 것 없이 회개를 외쳤다. 이들은 특히 목회자 자신들의 회개를 강조했다. 참가한 교인들은 이들의 얘기를 들으며, 눈시울을 붉혔다.

회개, 강조는 했지만…

행사 시작 초반은 주로 회개에 초점이 맞춰졌다. 교인들은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우리들의 죄를 회개했다. 그러나 그 회개는 이내 축제로 바뀐다. 이제 눈물로 회개했으니, 축제를 즐겨도 된다는 것일까. 화려한 축포가 터지고 현란한 무용이 펼쳐진다. 사람들의 눈을 현혹할 만한 레이저 조명이 경기장 구석구석을 파고들었다. 그곳에 모인 7만 여 명은 그렇게 축제를 즐기고 있었다.

그러나 같은 시간, 같은 장소 한 편에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목숨을 건 싸움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들은 크리스천 그룹이라고 자평하는 이랜드 홈에버 노동자들이다. 이랜드 일반 노조는 7월 3일 기자회견에서 "이랜드가 비정규직 노동자 1000명을 집단 해고하고, 외주를 주는 등 비정규직을 탄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9일째 매장에서 숙식을 하며, 농성을 하고 있다.

이랜드 사 쪽은 이날 순서가 담긴 책에 광고를 냈다. 환하게 웃고 있는 연예인 밑으로 '홈에버는 크리스천 그룹 이랜드가 운영하는 프리미엄 대형마트입니다'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

그러나 이날 대회에 참석한 어느 누구도 이랜드 홈에버 노동자들을 위한 기도나 말씀은 없었다. 말로는 그동안의 잘못을 회개하고, 사회의 소외된 사람을 위해 사는 교회가 되겠다고 했지만, 정작 바로 옆에 있는 이웃을 챙기지 못했다.

조직위원회는 이날 행사에 들어가는 돈이 약 15억 원이라고 말한 바 있다. 실제로 이 돈이 걷혔는지는 아직 모른다. 이날 모인 헌금도 꽤 됐을 것이다. 한 사람이 5000원 씩만 헌금을 해도, 3억 5000만 원이다. 한 목사는 아예 교인들은 1만 원, VIP는 5만 원, 단상에 앉은 목사들은 10만 원씩 헌금하라고 친절하게(?) 가르쳐주기까지 했다.

이날 대회에서 부르짖은 회개가 진정성을 얻으려면, 또 1907년 대부흥을 다시 경험하고 싶다면, 한국교회는 지금 잘못 짚어도 한참 잘못 짚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