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사이로 푸른 강물이 보이는 양수리(두물머리)를 지나노라니, 이현주 목사님의 시 '우리가 서로 만나 무얼 버릴까'가 떠올랐습니다. 제가 주례할 때 자주 인용하는 시입니다.

바다 그리워 깊은 바다 그리워
남한강은 남으로 흐르고
북한강은 북에서 흐르다가
흐르다가 두물머리 너른 들에서
남한강은 남을 버리고
북한강은 북을 버리고
아아, 두물머리 너른 들에서
한강 되어 흐르는데
아름다운 사람아, 사랑하는 사람아
우리는 서로 만나 무얼 버릴까
설레는 두물머리 깊은 들에서
우리는 서로 만나 무얼 버릴까
바다 그리워, 푸른 바다 그리워
우리는 서로 만나 무얼 버릴까

문호교회가 터 잡은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문호리(汶湖里)의 汶은 '더러울 문'입니다. 이 지명은 강물이 더러워질 정도로 먹을 갈면서 공부하는 선비가 많았다는 데서 유래했답니다. 뱃길이 중요한 교통로였던 조선시대에 문호리는 경성으로 진입하는 관문이었습니다. 번성하여 '작은 서울'로 불리기도 했다니,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문호교회 예배당. 이근복 그림

문호교회는 1905년 설립됐습니다. 돌로 된 벽과 축대를 비롯해 60년 넘은 옛 예배당을 보존하고 있습니다. 한국전쟁으로 전소된 교회를 재건축할 때, 교인들은 물론 주민들까지 합세하여 북한강 언저리에 있던 돌들을 옮겨 왔습니다. 당시 예배당을 한 돌 한 돌 옮겨 건축했다는 이유로 '한돌성전'으로 이름 지었답니다.

문호교회는 1919년 3·1 운동을 비롯한 독립운동의 구심점이기도 했고 학당을 세우고 모임터로 쓰이는 등 지역사회를 위해 큰 역할을 했기 때문에, 교회에 대한 주민들의 사랑이 예배당 건축 과정에도 담긴 것입니다. 교회를 닮았는지, 옛 예배당 앞 커다란 상수리나무도 가을이면 많은 열매로 주민들에게 유익을 준다고 합니다.

문호교회에서 예배한 일요일, 예배당 안은 생기가 넘쳤습니다. 아이들의 조잘거리는 소리가 참 정겨웠습니다. 그날, 마을 만들기에 힘써 온 지역 활동가 두 분이 찾아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면서, 지역사회를 진심으로 섬기려는 선교적 교회의 가치가 더욱 소중하게 다가왔습니다.

주민들에게 사랑받고 강변 마을을 따뜻하게 품으려는 문호교회를 생각하며, 자신을 포기하여 한강이 되는 북한강이 예배당 앞에 흐르는 것처럼 그렸습니다.

*'그림으로 만나는 한국교회'는 매월 2차례(첫째 주, 셋째 주 금요일) 업데이트됩니다.

이근복 / 목사, 성균관대학교와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을 졸업했다. 영등포산업선교회 총무, 새민족교회 담임목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교육훈련원장을 거쳐 현재 크리스챤아카데미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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