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학원복음화협의회(학복협·장근성 상임대표)가 전국 대학생·대학원생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개신교 학생 비율이 15%(150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개신교인 학생 중에서도 28.3%는 교회를 다니지 않는 '가나안 성도'였다. (주최 측은 개신교 학생 표본이 적어 유의미한 조사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지역별 무작위로 추출한 개신교 학생 200명을 추가해 총 350명을 상대로 별도 설문을 진행했다.)

학복협은 10월 30일 제 1회 캠퍼스 선교 단체 간사 전국 대회를 열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학복협은 올해 7월, 오늘날 대학생들의 의식과 생활을 심층적으로 살피기 위해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2005년, 2009년, 2012년에 이어 이번이 네 번째 조사다. 9월까지 설문 조사 결과를 분석한 학복협은, 10월 30일 CCC·IVF·ESF·YWAM·JOY·JDM 등 전국 대학교 선교 단체 간사 400여 명이 참석한 '제1회 캠퍼스 선교 단체 간사 전국 대회'에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어, 조사 결과를 묶어 <청년 트렌드 리포트>(IVP)를 펴냈다. 

지용근 대표(지앤컴리서치), 조성돈 교수(목회사회학연구소), 장성근 목사, 이재환 목사(구로동교회), 한용 목사(높은뜻하늘교회) 등이 발제자로 나와 설문 및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학복협 의뢰로 전문 여론조사 기관 지앤컴리서치(지용근 대표)가 진행했다. 학복협은 조사 주제를 크게 세 가지로 분류했다. △일반 대학생의 의식과 생활 △기독교 대학생의 신앙 의식과 생활 △선교 단체 학생의 신앙 의식과 생활이다.

지 대표는 "한국교회는 기독교 청년들의 신앙 인식과 생활을 보여 주는 데이터가 부족한 상황이다. 2005년부터 올해까지 4차에 걸쳐 진행된 조사가, 청년 사역자들이 청년들의 상황을 이해하고 그에 알맞은 사역 전략을 세우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했다.

지 대표는 이번 통계가 청년들 상황을 이해하고 그에 알맞은 사역 전략 세우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오늘날 학생들
'주일 성수'라는 고정관념 깨져

전체 학생 중 개신교 비율은 다른 종교와 달리 유일하게 줄어들었다. 천주교는 8.4%, 불교는 8.9%, 무교는 67.7%로 3차 조사(2012년)보다 각각 1.1%, 0.1%, 1% 증가한 반면, 개신교는 2.2% 감소했다.

'가나안 성도' 비율은 28.3%로 나타났다. 조성돈 교수는 "약 30%가 교회에 나가지 않는다는 건 심각한 상황이다. 이들이 무엇 때문에 교회에 나오지 않는지 연구가 필요하다"고 했다.

'지난 한 달간 참석한 교회 예배 종류'를 묻는 질문에, 주일예배 참석이 59.4%, 청년 예배 참석이 34.3%였다. 이는 3차 조사보다 줄어든 수치다(주일예배 76.4%, 청년 예배 55.8%). 반면, 일요일 저녁 예배나 금요 예배 등에 참석하는 인원은 3차 조사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조성돈 교수는 주일예배에 꼭 참석해야 한다는 '주일 성수' 관념이 깨지면서 '비정규직 교인'도 늘어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비정규직 교인'은 조 교수가 이날 처음 꺼낸 말로, 주일예배나 청년부 예배 등 정규 예배에는 출석하지 않고, 일요일 저녁 예배나 금요 예배와 같은 비정규 예배에만 참석하는 이를 말한다.

조성돈 교수는 현재 가나안 성도 비율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물질·일자리 빈곤 속 청년들 
"구조적 문제, 교회가 외면하면 안 돼"

장근성 목사는, 오늘날 기성세대가 보기에 한국 사회가 어느 때보다 풍요롭지만, 젊은 세대는 다양한 영역에서 빈곤을 겪고 있다고 했다. 학생들은 5명 중 1명꼴로 개인 빚을 지고 있다(20.9%). 평균 빚 액수는 840만 원이었다. 고학년 학생층과 서울·수도권 학생층, 부모 이혼 등 결손가정 학생층에서 높게 나타났다. 가장 큰 고민이 무엇이냐는 질문에서도, 학자금·생활비 마련 등 경제적인 문제가 두 번째로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20.4%).

대학생들의 빈곤은 물질적 가난에서 그치지 않는다. 장 목사는 학생들이 미래, 즉 전망의 부재라는 가난을 겪고 있다고 했다. 학생들은 가장 큰 고민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61%%가 '진로·취업 문제'라고 응답했다. '취업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가'라는 질문에도 78.1%가 "받는다"고 응답했다. 이는 3차 조사보다 18.3%P 증가한 수치다(59.8%).

장 목사는 "한국교회가 다양한 영역에서 가난에 시달리는 학생들을 응원하고 격려하며, 사회구조적으로 더 나은 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근성 목사는 오늘날 청년들이 전망의 부재라는 가난을 겪고 있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하루 종일 짜증', '자살 생각' 응답률,
개신교·비개신교 학생 큰 차이 안 나
"외부 위협 운운할 게 아니라 내부 문제 살필 때"

이재환 목사는 설문 결과를 보고 오늘날 한국교회의 청년 사역이 실패했다고 말했다. 그는 개신교 학생과 비개신교 학생 사이에 생활과 의식 전반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살펴봤지만 큰 차이는 없었다고 했다.

삶에 대한 인식도 조사에서 '거의 하루 종일 슬프거나 짜증난다'고 응답한 개신교 학생 비율은 20.3%고, 비개신교 학생은 24.8%다. '자살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 본 적이 있다'고 응답한 이도 개신교인 비율은 21.7%, 비개신교인은 24.1%다. '혼전 성관계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개신교 학생 비율은 39.1%, 비개신교 학생은 41.3%다.

이 목사는 "이외에도 거의 모든 항목에서 개신교인과 비개신교인 사이에 차이가 없다. 종교의 모양은 있지만 종교의 능력은 없는 것 아닌가. 생활과 의식 전반에서는 아무런 실천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청년 사역은 완전히 실패했음을 의미한다"고 했다.

이 목사는 한국교회가 청년 사역을 멈추고 사역 자체를 점검할 때라고 강조했다. "한국교회가 외부에서 위협을 받고 있다고 하지만 그런 것을 따질 겨를이 없다. 우리 안에 있는 문제를 살펴봐야 한다. 하고 있는 일을 모두 내려놓고 지금까지 달려온 길을 돌아봐야 한다"고 했다.

교회와 선교 단체가 갖고 있는 폐쇄성과 배타성도 지적했다. 이 목사는 교회와 선교 단체가 비기독교인들도 편안하게 와서 어울릴 수 있는 곳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이재환 목사는 청년 사역이 실패했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학생들 실제적 필요 채우는 교회 돼야"

한용 목사는 교회가 학생들의 실제 필요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많은 학생이 미래를 비관하고 경제적인 어려움에 처해 있다는 게 자료로 드러난 이상, 교회나 선교 단체가 이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일례로, 교회가 학생들을 위해 장학금을 더 늘리거나 대학교에서 시행하는 근로 장학생 제도를 도입하는 방법이 있다. 한용 목사는 "오늘날 교회 장학금 제도는 대부분 대학교 재학생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고시를 준비하거나 대학 졸업 후 장기간 아르바이트를 하며 취업 준비를 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들을 위한 생활·기타 장학금 등을 신설하거나 교회 카페나 도서관에서 근로 장학생으로 일을 하게 하면, 청년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고 했다.

한 목사는 교회 밖 가나안 성도를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예수가 교회 안에만 있는 건 아니지 않나. 개신교 학생들 중 가나안 성도가 28.9%다. 이들이 선교 단체에서라도 예수를 경험하고 신앙생활할 수 있도록 교회가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설문 조사에서 학생들은, 현재 자신의 삶에 만족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61.4%가 "만족한다"고 답했다. 3차 조사보다 26.3%P 하락했다(87.7% 만족). 청년들은 오늘날 사회 계층에서 가장 힘들고 어려운 세대라고 말한다. 한용 목사는 "시대를 막론하고 당대 가장 힘들어하는 이들을 대변하는 신학이 있었다. 해방신학, 여성신학, 흑인신학이 예다. 오늘날에는 청년신학, 대학생신학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용 목사는 교회가 청년들의 실제 필요를 채워 줘야 한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