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뉴스앤조이>가 8월 22일, 서울 용산구 효리카페에서 8월 독자 모임을 열었습니다. 이번 주제는 '나의 헌신은 당연하지 않다'였습니다. 교회 봉사로 지친 청년들 이야기를 듣고, 대안을 고민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싶었습니다.

교회 봉사로 고민하는 청년이 주로 올 거라고 생각했지만 목회자가 많이 오셨습니다. 청년부 담당 목사라고 커밍아웃(?)하신 분도 계셨습니다. 사역자는 아니지만, 부서 총무로 교인들에게 봉사를 권면하는 분도 오셨습니다. 목회자와 중년층 교인은 "헌신을 요구하는 입장에서, 요즘 청년들 상황과 고민을 듣고 싶어 오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교회 봉사로 고민 중인 청년도 자리를 찾았습니다. 청년들은 "현재 교회 봉사를 맡고 있다. 교회 봉사는 내 최대 관심사다", "교회 봉사를 하다 보면 꼭 후회하게 되는 일이 있더라"고 입을 뗐습니다. 이들은 자신과 같은 걱정이 있는 사람들 이야기는 물론, 교회 봉사에 대한 실제적인 대안을 찾고 싶어서 모임에 참석했다고 말했습니다.

패널로는 IVF(한국기독학생회)에서 직장인 모임을 이끌고 있는 한병선 대표(한병선영상만들기), 삼일교회에서 간사로 오랫동안 사역한 바 있는 권대원 집사(삼일교회 치유와공의TF), 기독교대한감리회 수련목회자 출신 청년 DJ진호(스톰프 대표), 교회에서 고등부 교사로 봉사하고 있는 <뉴스앤조이> 박요셉 기자가 참여했습니다.

교회 봉사하는 청년을 주제로 <뉴스앤조이> 독자 모임이 열렸다. 패널은 왼쪽부터 DJ진호, 한병선 대표, 권대원 집사, 박요셉 기자. 뉴스앤조이 최유리

권대원 집사는 전병욱 목사 시절 삼일교회에서 간사로 사역했습니다. 멤버들 케어를 위해 2년간 사비 800만 원을 지출한 적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권 집사는 "삼일교회 안에 위계질서가 생기고, 목사들이 간사들에게 출석 교인 수를 디테일하게 따지면서 (간사들이) 지치기 시작했다. 목사들은 간사를 양육하는 데는 관심이 없고, 오히려 교인 수를 놓고 모임 때마다 간사들을 혼냈다. 교회는 커졌지만 간사들은 1~2년마다 교회를 떠났다. 사역을 그만두고 교회를 떠난 간사 수십 명에게 물어봤는데, 교회를 떠난 후 목사에게 개인적으로 연락을 받은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목사가 간사에게 연락하는 경우는 일을 시킬 때였다"고 경험담을 털어놓았습니다.

교회가 청년들에게 '신앙생활=교회 생활'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 줘야 한다고 권대원 집사는 말했습니다. 교회를 열심히 다니는 교인이 직장에서는 이기적인 직장인으로 인식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예배나 봉사로 혼자 야근을 빼먹거나 직장 사람들과는 잘 어울리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고 했습니다. 권 집사는 "교회가 교회 봉사 열심히 하는 기독교인을 만드는 것이 목표인지, 세상에서 승리하는 기독교인을 만드는 것이 목표인지 잘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교회 일꾼보다 각자가 있는 삶의 터전에서 제대로 살 수 있도록 훈련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했습니다.

한병선 대표는 교회가 청년들을 착취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습니다. 풀타임 사역자는 일주일 내내 교회 성장을 고민하기 때문에 교인들에게 봉사와 헌신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교인들에게는 다른 현실이 있습니다. 한 대표는 교인들이 목사에게 권한을 위임하지 말고 주체적으로 신앙생활할 필요성이 있다고 했습니다.

한 대표는 하나님과의 관계를 살피면서 봉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착취당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 교회 안에서 새로운 물결을 만들거나 교회를 나오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다만 이런 결정은 스스로 기도하면서 정해야 한다. 하나님과의 관계 속에서 주체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교회 봉사하는 청년들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는 목회자도 많이 참석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패널들 말은 독자 모임을 찾은 청년들 경험담과 만나 더욱 생생한 이야기가 됐습니다. 한 청년은 교회 봉사하면서 느꼈던 서러움을 토로했습니다. 청년은 한 교인에게 "기도 중에 네가 생각났는데 교회 봉사를 해 보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그 말을 믿고 봉사를 시작했는데, 알고 보니 전공이나 여러 가지를 따져서 봉사할 만한 청년을 추려서 따로 연락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일을 좀 하는 사람에게는 사역이 몰리기도 했습니다. 청년은 사역자에게 "이런 식으로 하면 청년들이 교회 출석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하자 은근히 따돌림을 당했다고 했습니다. 참가자는 "당시 억울하기도 하고 교회가 무섭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과연 교회 봉사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라고 되물었습니다.

<뉴스앤조이> 애독자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참가자는 봉사를 모두 유급으로 돌리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성가대 반주자에게 페이를 지급하는 교회가 꽤 있습니다. 주일학교 교사나 찬양팀 등 봉사자들에게 시간당 얼마씩 페이를 주고 근로계약서를 쓰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교회에서 일하면서 어떻게 돈을 받느냐"고 물을 수 있겠지만, "목사가 사례비를 받고 설교하는 것은 합당하다고 하면서, 교인이 돈을 받고 봉사하는 것은 왜 적절하지 못하다고 하느냐"라고 말했습니다.

현장에서는 청년에서 봉사를 권면하는 입장에 있는 교인과 목회자의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교회학교 부서 총무를 맡고 있다는 한 교인은 봉사하면서 하나님의 은혜를 많이 느꼈다고 했습니다. 때마다 일할 사람을 보내 주시는 하나님을 경험했습니다. 사역에 관심 없다가 수련회에서 예수님을 만나 열심을 내게 된 청년 이야기도 꺼냈습니다. 교회 청년들이 이런 은혜를 누리기를 바란다며, "교회에서 많은 헌신을 요구받고 있다고 말하지만, 실제로 제대로 헌신하는 사람은 없다"며 아쉬움을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한 목회자는 교인 대부분이 새신자인 작은 교회를 담임하면서 느낀 애로 사항을 말했습니다. 필요 없는 사역은 하지 않는 것을 방침으로 삼고, 주일예배가 끝나고 점심도 도시락을 사서 먹는다고 했습니다. 교회 봉사도 연말에 신청을 받아, 신청한 교인이 없으면 없는 대로 운영한다고 했습니다. 봉사를 강요하지 않지만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중고등부 수련회에 참석한 학생을 돕거나 지역사회에 필요한 일을 할 때는 헌신해 줄 사람이 필요한데, 헌신을 요구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이야기했습니다.

DJ진호는 청년들 이야기에 공감했습니다. "교회 봉사는 노동의 문제다. 영상, 디자인 등 전문 역량이 필요한 부분은 무급으로 맡기지 말고, 돈을 지불했으면 좋겠다. 동시에 교회는 불필요한 사역을 줄여야 한다. 청년을 교회의 미래라고 말하는데, 청년 스스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데도 행사에 동원되는 경우가 많다. 전통이라는 이유로 하는 연례행사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교회에 불필요한 사역이 많다는 말에 참석자들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는 중장년층에게 교회 봉사의 어려움을 개인 신앙 문제로 돌리지 말 것을 당부했습니다. 목회자와 교인 사이에 간극이 존재하듯, 중·장년층과 청년층 사이에도 간극도 있습니다. 1980~1990년대 교회 부흥을 맛보았던 중·장년층과 오늘날 청년층은 처해 있는 상황이 다릅니다. DJ진호는 오늘날 청년의 삶을 이해하면서 교회 봉사 문제에 접근할 것을 부탁했습니다.

7시 30분에 시작한 독자 모임은 10시가 다 돼서야 끝났습니다. "더 많은 대안과 해결책을 나눴으면 좋았겠다"고 아쉬움을 토로한 참석자도 있었습니다. 저희도 아쉬웠습니다. 실제 교회에서 직접 실천할 수 있는 일이 많으면 좋겠지만, 청년 입장에서는 할 수 있는 일이 많아 보이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 기사를 보는 분들이 다니고 있는 교회에서 봉사 문제를 두고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는 자리를 만들어 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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