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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고한 슬픔에 갇혔을 때
[리뷰] '몬스터 콜(A Monster Calls)'
  • 강동석 기자 (kads2009@newsnjoy.or.kr)
  • 승인 2017.10.07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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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영화 '몬스터 콜(A Monster Calls)'(2016)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 편집자 주


[뉴스앤조이-강동석 기자] 고통과 삶은 함께 간다. 세상 가운데 고통의 가능성은 언제나 열려 있다. 통각은 살아 있다는 단초이며, 어느 정도의 고통은 누구나가 짊어지고 있는 짐이기도 하다. 문제는 고통이 속절없이 몰아치는 현실에 내몰릴 때 발생한다. 이때 슬픔은 일상의 견고성과 결합해 관성을 갖는다. 어떻게든 벗어나려 노력해도 속수무책 슬픔의 자리로 되돌아오게 된다. 영화 '몬스터 콜(A Monster Calls)'(2016)에 나오는 코너 오말리(루이스 맥더겔 분)의 경우가 그렇다.

"아이라기에는 성숙하고, 어른이라기에는 어린" 열세 살 코너 오말리는 영국 소년이다. 이부자리를 정리하고, 아침을 차리고, 빨래를 돌리는 등 집안일을 능숙하게 해낸다. 같이 살고 있는 엄마(펠리시티 존스 분)의 삶이 시한부에 놓인 탓이다. 엄마와 아빠(토비 켑벨 분)는 이혼했고, 아빠는 미국에서 다른 여자와 살고 있는 상황이다. 학교에서는 동급생인 해리(제임스 멜빌 분) 패거리에게 따돌림을 당한다. 강압적인 외할머니(시고니 위버 분)와의 갈등도 문제다.

그때, 누군가가 코너 오말리를 찾아온다. 자정을 조금 넘긴 시각, 12시 7분에 창문 너머 멀리 보이던 주목나무가 몬스터의 모습으로 나타난 것이다. 몬스터(리암 니슨 분)는 코너 오말리를 부르며, 세 가지 이야기를 들려주겠다고 한다. 대신 세 가지 이야기가 끝났을 때, 코너가 네 번째 이야기를 해야만 한다고 이야기한다. 매일 밤 꾸는 악몽, 코너가 숨기고 있는 진실을 털어놓아야만 한다는 것이다.

코너 오말리 앞에 나타난 몬스터는 세상에 대한 은유다.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코너가 불러낸 내면의 목소리이자, 코너가 마주하는 세상의 모습이다. 인간이 고통을 느낄 때 세상은 괴물로 변하는 것이다.

어느 날 밤, 그림을 그리던 코너에게 몬스터가 나타난다. 영화 '몬스터 콜' 스틸컷

"모든 이야기가
행복하게 끝나는 건 아니란다"

환상과 현실 사이에서 사건을 겪으며, 코너 오말리는 세 가지 이야기를 듣는다. 몬스터가 풀어내는 이야기 셋은 동화다. 다만 사필귀정, 권선징악과 같은 교훈은 없다. 이 이야기들은 인간의 복잡성에 대한 것이다. 첫 이야기를 끝마치고 내뱉는 몬스터의 말처럼.

"항상 좋은 사람은 없다. 항상 나쁜 사람도 없고. 대부분 사람들은 그 사이 어딘가에 있지." - <몬스터 콜스>(웅진주니어), 91쪽(몇 가지 설정 빼고는 원작과 영화 사이에 큰 차이는 없기에, 더 상세하게 내용을 풀어내는 원작에서 텍스트를 가져온다 – 기자 주)

몬스터가 내놓은 세 가지 이야기는 세상이 품고 있는 진실들이다. 이야기 속 여왕은 좋은 마녀면서 나쁜 마녀이고, 왕손은 살인자면서 구원자다. 성질이 고약한 약제사가 생각이 바를 수 있으며, 선한 목사가 잘못된 생각을 할 수도 있다. 보이지 않던 사람이 보이게 되었을 때 더 외로움을 느낀다. 이는 엄마의 죽음이 눈앞에 다가와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알면서도 이를 인정하지 않는 코너를 향해 내뱉는 코너 아버지의 말과도 맞닿아 있다.

"'아들아, 모든 이야기가 행복하게 끝나는 건 아니란다.'

아빠가 몸을 앞으로 숙이며 말했다.

이 말에 코너는 몸이 굳었다. 그게 사실이니까. 몬스터가 확실하게 가르쳐 준 게 그거였다. 이야기는 사나운 것이다. 기대하지 못한 방향으로 튀어 나가는 사나운 짐승이다." (180쪽)

세상의 진실을 받아들여야 하는 소년은 자신의 진실을 끄집어내야만 한다. 자신 또한 그 세상에 속한 존재이기에 그렇다. 그것을 인정해야 성장할 수 있다. 몬스터는 코너에게, 자신을 속이지 않고 진실에서 나오는 고통과 대결할 것을 주문한다. 코너가 이야기하는 진실, 네 번째 이야기에는 죄의식이 담겼다. 엄마를 떠나보내기 싫어했지만, 동시에 엄마를 잃게 되더라도 고통스러운 현실이 빨리 끝나 버렸으면 하고 바랐다는 것이다. 네 번째 이야기, 코너가 자기 속에 있는 모순적인 진실을 끄집어냈을 때, 몬스터는 그에게 말한다.

"너는 엄마가 떠나길 바랐고 동시에 엄마를 간절히 구하고 싶었다. 너는 거짓말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고통스러운 진실을 알면서도 마음을 달래 주는 거짓말을 믿은 것이다. 그리고 네 마음은 두 가지를 다 믿은 것에 대해 너를 벌주는 것이다." (254쪽)

"삶은 말로 쓰는 게 아니다. 삶은 행동으로 쓰는 거다. 네가 무얼 생각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오직 네가 무엇을 하느냐가 중요하다." (255쪽)

몬스터는 엄마에 대한 진실을 고백한 코너를 위로한다. 영화 '몬스터 콜' 스틸컷

고통과 함께 살아가는 법

코너가 반복적으로 꾸는 악몽은 절벽 아래로 떨어지려는 엄마의 손을 놓아 버리는 것이다. 엄마의 손을 붙잡고 있기가 너무 힘들었다는 그 진실과 맞닥뜨릴 때 철옹성 같은 일상, 슬픔의 자리에 조금씩 균열이 가기 시작한다. 인간 내부에 존재하는 어둠과 진실하게 직면하지 않으면, 이는 자기 연민이나 자기기만으로 이어져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는다. 코너는 해리에게 괴롭힘을 받으면서도, 괴롭힘에서 벗어나려고 아무 노력을 하지 않았다. 자신이 벌을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중간에 코너가 외할머니댁에 있는 비싼 골동품들을 파괴하는 것도, 더 이상 코너를 괴롭히지 않고 투명 인간 취급하겠다는 해리에게 달려들었던 것도 자신에게 합당한 벌이 내려졌으면 하는 마음에서였다. 그러나 몬스터의 말처럼, 삶은 행동으로 쓴다. 이때의 행동은 죄의식을 걷어 내고, 진실과 대면하는 것이다. 신학자 로완 윌리엄스는 말한다.

"죄를 짓는다는 것은 이를테면 여러분을 에워싼 심연을 고의로 모르는 체하고, 또 곤경에 처한 세상의 현실을 덮어 버리며 하나님의 사랑이 온전히 드러나는 것을 방해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여러분이 해야 할 일은 그런 장막들을 다시 거둬 내는 것입니다." -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복있는사람), 42쪽

코너가 자신과 세상이 품고 있는 진실, 혼돈과 무질서로 점철된 그 복잡성과 정면에서 마주할 때, 엄마를 애도하고 외할머니와 소통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네 번째 이야기가 끝나고, 외할머니와 함께 코너가 엄마의 임종을 지켜보기 위해 병원으로 가는 도중, 외할머니는 "너와 나 말이야, 잘 맞는 사람들은 아니지?", "하지만 그거 아니? 우리한테 공통점이 있다는 거", "네 엄마. 그게 우리 공통점이다"(264~265쪽)라고 말하고, 코너는 이에 수긍하면서 서로 간극을 좁히기 위해 걸음을 내딛는다.

막바지에 다다라서야 외할머니와 코너는 화해를 위한 걸음을 내딛는다. 영화 '몬스터 콜' 스틸컷

몬스터를 부른 사람은 코너였다. 코너는 "내가 널 불렀다면, 엄마를 살리라고 부른 거였어! 엄마를 낫게 하려고!"라고 외쳤지만, 몬스터는 "나는 네 엄마를 낫게 하려고 온 게 아니다. 너를 낫게 하려고 왔다"(228쪽)고 말한다. 몬스터는 코너가 어떤 행동을 하든지, 지켜보고 함께하는 존재처럼 보인다. 그리스도인들에게 이는 하나님의 모습으로 읽히기도 한다.

절망스러운 현실 가운데 있을 때, 하나님은 대체로 그 현실을 기적적으로, 가뿐히 해결하는 방식으로 힘을 발휘하지 않는다. 무질서와 혼돈의 세상 가운데 신자와 함께 씨름하는 모습, 오히려 신자에게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라고 촉구하는 입장에 있다. "나를 부른 사람은 너다, 코너 오말리. 그 질문들에 대한 답을 가지고 있는 것도 너다"(228쪽)라고 말하는 몬스터에게서, 하나님이 신자와 함께한다는 것의 의미를 읽을 수 있다.

고통과 삶이 함께 간다는 어쩔 수 없는 진실 가운데 현실은 우리에게 무엇을 요구하는가. 우리는 "하느님을 피해, 우리 자신을 피해, 그리고 서로를 피해 스스로 숨어 들어간 그늘 밖으로 우리 자신을 끌어내고자 끊임없이 노력"[로완 윌리엄스, <신뢰하는 삶>(비아), 141쪽]해야 한다. 심리치료사 베레나 카스트의 글이 용기를 준다.

"죽음은 항상 삶에 넘실댄다. 우리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잃고, 떠나야 하고, 양보해야 하고, 헤어져야 하며, 포기해야 한다. 삶은 계속해서 변하고, 우리는 신뢰했던 사람을 떠나야 하고, 변화에 맞서야 한다. 하지만 우리가 항상 패배하는 것만은 아니다. 승리할 때도 있다. 바로 거듭되는 변화를 통해서 삶은 우리에게 우리의 존재를 활짝 펼치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동시에 우리는 거듭해서 우리에게 익숙한 면들과 이별하고 새로운 면을 경험해 가는 것을 배워야 한다." [<애도>(궁리), 190~191쪽]

원작 소설 <몬스터 콜스> 페이지 일부. 짐 케이의 일러스트가 돋보인다. 딱정벌레부터 도마까지 다양한 재료를 이용해 특유의 질감을 표현했다. 소설가 시본 도우드가 기획한 소설이며, 그가 암으로 세상을 뜬 후 비평가 패트릭 네스가 배턴을 이어받아 작품을 완성했다. 뉴스앤조이 강동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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