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누가복음 10장에 나오는 '선한 사마리아인' 비유로 신학생들에게 '진정한 이웃'이 누구인지를 알려 준 목사가 있다. 8월 30일 장로회신학대학교 총학생회 주관 채플에 설교자로 나선 김영식 목사(낮은예수마을교회)다.

김 목사는 '누가 이웃이 되겠느냐?(눅10:29-37)'라는 주제로 15분 남짓 설교했다. 김영식 목사는 "신학은 이웃 됨의 학문"이라며 본문 이야기를 풀어 나갔다. 본문에 등장하는 '타인과 경계 긋는' 현상이 지금 전 세계적으로도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이민자를 배척하고 경제를 지키겠다며 브렉시트(BREXIT)를 감행한 영국, 배타적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워 선택받은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뿐 아니라, 강남역 살인 사건, 왁싱샵 살인 사건을 겪은 한국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김영식 목사는 "우리 사회가 사람의 자격을 따지면서 배제와 차별을 일상화하고 있다. 그렇다면 배제와 차별을 당하지 않는, 자격 심사를 받지 않아도 되는 인간은 비장애인·이성애자·남성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너와 나'를 구분 짓는 사회의 모습은 '누가 내 이웃이냐'고 예수에게 묻는 율법 교사와 별반 다를 게 없다고 말했다.

"'누가 내 이웃이냐'고 묻는 율법사의 질문은, '누구는 나의 이웃이 될 수 없다'는 사회적 경계 긋기의 폭력성을 내포하고 있는 질문이다. 내 몸처럼 사랑해야 할 이웃이 누구인지를 물어보면서도, 동시에 나의 이웃이 될 만한 자격 갖춘 이들은 누구인가를 찾는 것이다. 식별 과정을 통해 배제와 차별을 일삼고 특정인을 혐오하거나 낙인찍는다. 이방인, 사마리아인, 세리, 창녀는 이웃이 될 수 없다. 이웃을 식별하는 판단 기준은 철저히 '나'로부터 출발한다.

그러나 예수님의 이웃 개념은 나로부터 시작하지 않는다. 오히려 예수의 개념은 모든 바운더리와 경계를 뛰어넘는다. 이웃이든 죄인이든, 어떤 출신이든 상관없다. 중요한 건 그 사람에게 일어난 사건이다. 옷 벗겨지고, 한복판에 내버려진 사람의 형편에 처한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자비를 베푸는 사람이 이웃이 된다는 것이다."

김영식 목사는 "언제든 내 손을 뻗어 도움을 베풀 수 있는 사람을 늘 알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적으로 안정된 사람과 지내려고만 하면, 타인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과 동정심이 일어나지 않는다. 예수 주변에는 늘 병자가 있었다. 예수님은 그 틈바구니 속에서 사셨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가서 이웃이 되라"고 말했다. 사회적 조건, 신분, 종교, 정체성에 따라 이웃의 경계를 긋지 말고, 그 사람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누구든지 간에 가서 '이웃'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는 사람이 이웃이다. 예수님은 율법 교사에게 '가서 너도 이와 같이 하라'고 말을 맺는다. 이웃은 가서 보고 행하는 것이고 되어 주는 것이다. 그 사람의 정체성이 우리 이웃 됨을 보장해 주는 게 아니다. 쓸데없는 정체성 논쟁으로, 이웃 되기를 거절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신학은, 이웃에 대한 우리의 지평을 넓혀 가는 학문이다. 교회는 이웃 되어 주기를 늘 준비하고 실행되도록 부름받은 거룩한 공동체다. 그 사람의 정체성, 자격, 조건 따지고 바운더리 세우는 것이 신학은 아니다. '넌 이래서 우리의 사랑을 받을 만한 이웃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하는 것이 신학의 책무일까.

아무도 이웃 되어 줄 사람 없는 성소수자들의 이야기를 들어 주고 눈물을 닦아 주고 그들과 함께 성찬식을 했다는 어느 한 목사를 이단 규정하기 위해 신학이 존재하는 것인가. 그렇다면 우리 모두 사랑의 이단이 되어야 할 것이다."

김영식 목사는 신학생들에게 신학함의 자세에 대해서도 말했다. 그는 "신학은 이웃 사랑의 근거가 되어야 하지, 이웃을 배척하고 돌아보지 않고 그냥 지나쳐도 좋다는 근거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념, 인종, 성적 지향, 종교와 상관없이 모든 사람을 품으시는 하나님의 넓고 넓은 사랑과 자비의 마음을, 인간의 빈약한 언어로 한계 짓는 게 신학의 책무가 되어서는 안 된다. 더 많은 사람, 더 다양한 사람을 불쌍히 여기고 동정심 가지고 가까이 가서 싸매어 주는 이웃이 되기 위해, 우리는 신학의 언어를 이 시대에 맞게 더욱 정교하게 넓히고 깊게 개발하고 공부해야 한다. 이 무명의 사마리아 사람이 걸어갔던 묵묵한 이웃 됨의 길, 우리 예수님이 직접 십자가로 보여 주셨던 참다운 이웃 됨의 길이 우리 장신 공동체에서부터 시작하는 길이 되기를 바란다."

김영식 목사 설교는 장신대 홈페이지에서 다시 볼 수 있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