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결국 당신은 동성애를 지지하는 것이냐, 반대하는 것이냐."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한국교회에서 동성애·성소수자 이슈를 취재하다 보면 늘 듣는 말이다. "기독교인이라면 동성애에 명확하게 반대 의사를 밝혀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중간은 없다.

로사리아 버터필드(Rosaria Butterfield)도 한국에 오면 '한국식 반동성애 운동'을 적극 지지하지 않는다고 비난받을지 모르겠다. 버터필드는 레즈비언(여성 동성애자)으로 살았지만, 현재는 남성 목사 아내로 네 아이를 기르면서 '행복하다'고 말하는 사람이다.

그는 2014년 <뜻밖의 회심>(아바서원)에서 무신론자였다가 회심하기까지 과정을 소개했다. 레즈비언으로 살던 버터필드는 1997년 우연한 기회에 하나님을 만났다. 그에게 도움을 준 사람은 켄 스미스 목사 부부. 스미스 목사 부부는 버터필드를 레즈비언이라고 정죄하거나 상종하지 못할 사람이라 치부하지 않고 질문과 대화로 대했다.

<뜻밖의 사랑> / 로사리아 버터필드 지음 / 홍병룡 옮김 / 아바서원 펴냄 / 308쪽 / 1만 4,000원

로사리아 버터필드는 최근 <뜻밖의 사랑>(아바사원)을 출간했다. 버터필드는 "동성애적 정욕은 죄"라고 말한다. 다만 동성애가 다른 죄와 다른 특별한 죄라거나, 다른 죄는 지어도 괜찮지만 동성애만 안 된다는 논조를 펴지는 않는다.

"나는 동성애적 정욕은 죄지만 이성애적 정욕과 동성애혐오증(호모포비아) 역시 죄라는 생각으로 인생의 전환점을 통과했다. 당신을 불쾌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죄를 짓는다는 이유로 그들을 실패자로 보는 것은 일종의 죄악이다. 하나님은 우리 모두에게 동일한 거울을 갖다 대신다. 그리고 우리 중 그 누구도 그리스도를 떠나서는 의와 거룩함과 지식을 갖춘 하나님의 형상을 반영할 수 없다." (54쪽)

버터필드는 계속해서 '죄'에 초점을 맞춘다. 3장 '회개'에서는 왜 그리스도인은 여전히 죄를 짓는 존재인지 조명한다. 그는 하나님 안에서 참된 그리스도인이라면 내주하는 죄를 떨쳐 버려야 한다고 말한다. "죄를 죽이는 것이 신자의 의무"라고 한다. 버터필드 입장에서 보면, '동성애'라는 죄를 죽이기 위해서는 동성애를 '죄'라고 부르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에만 주목한다면 <뜻밖의 사랑>은 한국 교계에서 흔한 동성애 반대 주장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버터필드는 동성애자를 대하는 이성애자의 문제점도 지적한다. 4장 '성적 지향'에서 버터필드는 동성 간 섹스에 구토 반응을 보이는 그리스도인이 왜 문제인지 설명한다.

"구토반사는 죄에 대한 관음증적 접근을 허용한다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구토반사를 찬성하는 논리는 게이 섹스를 불필요하게 상세히 묘사해서 그리스도인들이 우리 모두에게 해로울 만큼 이런 죄에 머물도록 부지중에 부추긴다. 성적 지향 패러다임은 '사람들'을 '행위'로 바라보게 바꿈으로써 구토반사를 사람들 - 그런 행위를 하는 이들은 물론 그런 행위를 열망하는 이들까지 - 을 정죄하는 반응으로 만들어 버렸다." (165쪽)

버터필드는 이런 행동이 세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말한다. 원치 않는 동성애적 정욕과 씨름하는 신실한 그리스도인들을 희생양으로 만들거나 일부 그리스도인에게 그런 행위를 열망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뿐 아니라 "이성애적 욕망만 품은 자들에게 유리한 정보를 줘서 부당한 독선에 빠지게 하고, 치명적인 자만의 죄로 채색되기 쉬운 성적 정체성을 만들어 준다"(166쪽)고 말한다.

한국교회 반동성애 운동 진영은 교회 내에서 벌어지는 이성애 목회자의 성범죄에는 눈을 감고, 이성애자 교인들이 빠지기 쉬운 성적 타락은 언급하지 않는다. 대신 만나 본 적 없는 동성애자의 성행위만 부각해 이들을 악마화하는 데 앞장선다. 그것도 남성 간 성행위만 노골적으로 묘사한다. "동성애자를 사랑하기 때문에 죄에서 돌이키려는 것"이라는 그들의 주장이 마음에 와닿지 않는 이유다.

버터필드는 '게이 그리스도인'이라는 말이 하나님을 모욕하는 처사라고 말한다. 유튜브 동영상 갈무리

성소수자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일부 개신교 진영에서는 버터필드 글이 불편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그의 책이 의미 있는 이유가 있다. 그가 동일한 관점을 갖지 않은 사람들을 대하는 방법이 '동성애 혐오'를 외치는 사람들 태도와는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6장 '갈등'에서 버터필드는 친구 레베카와 나눈 편지 몇 통을 소개한다. 레베카는 레즈비언 그리스도인이다. 혹자는 '동성애자'이면서 '그리스도인'이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하지만 레베카는 아니었다.

"여섯 살 때 예수님께 나를 채워 주시고 내 인생을 인도해 달라고 부탁한 이후로 그리스도 안에서 발견한 정체성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었어요. 내가 '게이'라고 말한다고 해서 새로운 정체성을 덧입는 것은 아니에요. (중략) 내가 스스로 게이라고 말하는 것은 내가 다른 여성들에게 매력을 느낀다는 것에 정직하고 싶기 때문이에요. 내가 일부러 선택한 것이 아니지만, 그래도 그것은 엄연한 사실이고 내 삶에 큰 영향을 미쳤으니까요. - 레베카"(215쪽)

레베카는 자신의 성 정체성을 인정하면서 동시에 그리스도인으로 사는 길을 택했다. 버터필드 글로 볼 때, 레베카는 '독신주의'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그가 자신이 동성에게 끌린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하나님이 싫어하시는 행위는 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고 하는 부분이 나오기 때문이다.

버터필드는 레베카가 자신을 '게이 그리스도인'이라고 부르는 것 자체에 문제를 제기한다. '게이'라는 단어를 쓰지 말라는 것이다. 버터필드는 "그리스도인을 '게이'로 수식하는 것은 하나님을 모욕하는 처사"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그럼에도 그는 레베카와 나란히 걸을 수 있다고 말한다. 함께 예배하고, 대화를 나누고, 책을 읽는 것도 가능하다고 한다.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내가 바라는 것이 무엇일까? 신학적 차이가 있는 사람과 하나님의 사랑으로 함께하려면 우정과 지리적 접근성이 반드시 필요하다. 아이디어로는 충분하지 않다. 인터넷을 통한 빈정거림과 분노와 공격을 등에 업은 아이디어는 선보다 해를 더 많이 끼친다."(228쪽)

책은 동성애의 죄성을 이야기함과 동시에 하나님은 다른 죄에도 엄격하신 분이라는 점을 상기한다. 그리스도인은 더 이상 같은 죄를 짓지 않기 위해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원치 않는 동성애적 욕망에 휩싸인 사람들을 다른 사람과 똑같이 대하라고 말한다.

'그래서 뭐 어쩌라는 것이냐!' <뜻밖의 사랑>은 어쩌면 한국교회 반동성애 세력과 성소수자를 환대하는 교회 양쪽에서 비판받을 만한 책이다. 반대로 말하면, 양쪽이 조금씩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세상은 0과 1로 나뉘지 않는다. 무수한 스펙트럼 속에서 0.64 정도에 해당하는 버터필드 의견도 한번 들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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